'아카데미상 유력 배우'가 그려낸 처칠… 국내 스터디 모임 생겼다

    입력 : 2018.02.13 03:02

    처칠 다룬 영화 '다키스트 아워' 상영관 적지만 마니아 관객 늘어
    "강하고 지혜로운 리더 필요한 시대… 지금 우리 정치인들 봐야할 작품"

    "이런 영화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다 같이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관객이 생각만큼 들지 않아서 내가 괜히 안타까웠고요(웃음)." 강성학(70)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가 최근 서울 한 극장에서 영화 '다키스트 아워'를 보고 나서 들려준 말이다. 강 명예교수는 작년부터 선후배 정치외교학 교수·박사들과 모여 세미나 모임을 열고 영국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1874~1965) 일대기를 꾸준히 공부해왔다. 그는 "영국이 가장 어려웠던 시기를 헤쳐나갔던 인물이 처칠이다. 진보 보수 따질 것 없이 이런 리더십을 공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영화‘다키스트 아워’에서 처칠이“우린 꺾이지 않을 것입니다.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라고 외치고 나서 손가락으로 승리의 V를 만들어 보이는 모습.
    영화‘다키스트 아워’에서 처칠이“우린 꺾이지 않을 것입니다.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라고 외치고 나서 손가락으로 승리의 V를 만들어 보이는 모습. 이날 처칠 연설은 영국 역사를바꿔 놓았다. /유니버셜 픽쳐스 코리아
    지난달 중순 개봉한 '다키스트 아워'는 오는 3월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작품상·촬영상·남우주연상·미술상을 비롯한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영화다. 전 세계 약 2808만달러(약304억원) 수익을 올리며 흥행에도 성공한 작품이지만, 국내 반응은 그간 영 신통치 않았다. 지난 11일까지 관객수가 2만4000명을 조금 넘는 정도다. 상영관 찾는 것도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럼에도 최근 이 영화를 본 관객 사이에선 조용하지만 뜨거운 팬덤(fandom·특정 대상에 몰입하고 열광함)이 생겨나고 있다. 혼자 극장을 찾아다니며 몇 번씩 영화를 다시 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이 영화를 교재 삼아 처칠에 관련된 스터디 모임을 조직하는 이들도 있다.

    ◇혼자서도 본다…조용한 처칠 바람

    신희섭(47) 고려대 평화연구소 선임위원은 지난달 말 서울 압구정 한 극장에 '다키스트 아워'를 혼자 보러 갔다. 영화가 끝날 무렵 한 관객은 일어나 박수를 쳤다. 신 위원은 "솔직히 나도 따라 박수 치고 싶었지만 부끄러워서 참았다"고 했다.

    영화 '다키스트 아워' 명대사
    실제로 '다키스트 아워' 관객 상당수는 영화를 혼자 보러 온 이들이었다. CGV리서치센터가 이 영화가 개봉한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11일까지 관람객을 분석한 결과, 남성이 54.6%였고 여성은 45.4%였다. 이 중 영화를 혼자 보러 온 소위 '혼영족(族)' 비율은 51.5%였다. 같은 기간 다른 영화를 혼자 보러 온 사람 비율이 평균 12.5%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수치다.

    보고 또 보고…처칠을 공부하다

    이 영화를 텍스트 삼아 스터디 모임을 조직하는 이들도 있다. 프리랜서 작가 김주한(50)씨는 지난달 친구 다섯 명을 모아 영국 역사학자 폴 존슨 책 '윈스턴 처칠의 뜨거운 승리'를 읽기 시작했다. 김씨는 "올림픽 뒤 국제 정세도 계속 걱정됐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처칠을 공부하면 답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강성학 명예교수도 "처칠은 완벽한 지도자가 아니었다. 끊임없이 실패했고 그럼에도 역경을 이겨냈다. 그 인생을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처칠 열풍은 어쩌면 요즘 우리가 그만큼 강력하고 지혜로운 리더십을 지닌 지도자를 갈망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