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부동산 사고, 생산기지 옮기고… 해외투자 역대 최대

    입력 : 2018.02.13 03:00 | 수정 : 2018.02.13 19:54

    저금리 따른 수익률 악화 극복하려 해외 금융·부동산에 적극 투자

    중소 제조업체까지 해외로 이전
    "국내 고용 위축" 부정적 측면도

    우리나라의 해외 직접투자가 최근 들어 금융상품과 부동산으로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하도급 공장보다는 해외에서의 생산·판매를 위한 현지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해외 직접투자는 해외에 직접 공장이나 회사를 차려서 운영하는 것 등을 뜻한다. 해외 현지 법인 설립, 현지 법인에 자본 투자, 부동산 매입 등이 속한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근 해외 직접투자의 주요 특징 및 영향'에 따르면 글로벌 저금리 기조에 힘입어 한국의 해외 직접투자는 지난해 상반기에 236억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종전과 달리 신기술 획득, 현지 진출을 위한 해외 투자가 늘어났다. 하지만 글로벌 자산 가격이 급락할 경우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제조업 현지 투자는 국내 고용을 위축시키는 부정적 측면도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금융·부동산업의 해외직접투자 외
    ◇저금리 탈출 위해 미국 금융·부동산 투자 늘어

    금융·부동산 관련한 해외 직접투자는 2011년 37억달러에서 2016년 130억달러로 3.5배 수준으로 늘었다. 저금리로 인한 수익률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연기금·금융사 등이 해외 금융자산에 적극 투자한 결과다. 2016년 금융·부동산업 해외 직접투자의 48%가 미국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등 미국 자산에 대한 투자가 선호됐다. 반면 2000년대 중반 전체 투자의 절반을 차지하던 제조업 투자는 2016년 22%(78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금융 위기 이후 글로벌 생산 분업이 줄고, 과거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한 중국 제조업이 자국산 중간재를 쓰는 비율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 결과 대(對)중국 투자 비중도 2005년 39.4%에서 2016년 9.4%로 낮아졌다.

    ◇'하도급 공장' 설립보다 현지 진출, 신기술 획득이 목표

    예전에는 신흥국의 값싼 인력을 쓰기 위한 해외 '하도급 공장' 설립이 많았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서는 생산 시스템 전체를 이전하는 등 현지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는 투자가 늘었다. 금융 위기 이후 심해진 '무역 장벽'을 피하기 위해 국내에서 만든 제품을 수출하는 것보다 해외에서 생산·판매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현지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한 투자는 2003~2009년 누적 157억달러에서 2010~2016년 350억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현지 시장 진출 투자도 2014년 7억달러에서 2016년 11억달러로 증가했다. 자동차 산업에서 완성차 제조 업체와 부품 업체가 해외로 동반 진출하는 등의 영향이다.

    2011~2015년 75억달러이던 신기술 확보 목적의 해외 직접투자는 2016~ 2017년 상반기 112억달러로 껑충 뛰었다. 2017년 삼성전자의 미국의 자동차용 전기·전자장비 제조 업체 인수, 네이버의 일본 로봇 제조사 인수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해외 자산 가격 하락하면 국내 파급, 해외 직접투자는 국내 고용 위축 우려

    해외 직접투자의 효과는 '양날의 검'과 같다. 국내 연기금·금융사의 수익률 제고, 우리 제조업의 판로 확대, 신성장 산업 경쟁력 강화 등은 긍정적인 영향이다.

    하지만 금융·부동산업 관련 투자가 늘면 향후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자산 가격이 떨어질 때 금융 불안이 국내로 파급될 수 있다. 보고서는 "특히 부동산 등 실물 자산은 주식·채권 등에 비해 신속한 처분이 어렵다"며 "가격이 하락할 때 손실이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중소 제조 업체까지 해외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는 만큼 향후 국내 고용·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보고서는 "국내 금융기관, 거주자의 해외 부동산 취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해외 진출 제조 업체가 국내로 돌아올 때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