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핫 뉴스] 평창 음식점 '노쇼' 몸살… 그것도 100명 단체

    입력 : 2018.02.14 03:10

    올림픽 단체 관람객 노쇼 많아
    단체 관람 온 공무원들, 사람 눈치보느라 이중예약
    고깃집·횟집 "수백만원 피해"

    외국인 관광객은 정확히 나타나 "노쇼는 전부 우리나라 손님"

    강원 강릉시 교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안주희(46)씨는 지난 11일 저녁 예약 손님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다. 오후 7시에 10명 자리를 예약한 손님이었다. 밑반찬을 깔아두고 기다렸지만 예약 시간이 한참 지나도 오지 않았다. 수차례 통화를 시도한 끝에 연락이 닿았다. 예약자는 "다른 식당에서 먹고 있다"며 전화를 끊었다. "미안하다"는 말도 없었다. 안씨는 "손님과 한 약속 때문에 다른 사람 돌려보낸 내가 바보"라고 했다.

    동계올림픽이 한창인 평창·강릉 음식점들이 '노 쇼(No Show·예약 부도)'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예약을 해놓고 아무런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거나 임박해서 취소하는 것이다. 특히 단체 관람을 와서 여러 곳을 예약해 놓고, 마지막에 한 곳을 선택하는 이가 많다.

    ◇공무원들이 대규모 '노 쇼'

    평창 횡계리 한 고깃집은 단체 4곳에서 올림픽 개막식 날인 9일 저녁 총 220명을 예약받았다. 4곳 모두 시청과 구청이었다. 그러나 이날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4곳 중 2곳은 그나마 오후 4시 취소 전화를 했다. 총 70명을 예약한 2곳은 전화조차 없었다. 이 음식점 부점장 김동성(43)씨는 "매출 손해가 500만원 이상이었다"고 했다.

    13일 강원도 강릉의 한 횟집에 예약석이 마련돼 있다. 식당에서 예약 손님들을 위해 상을 차려 둔 것이다.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평창·강릉에선 예약을 하고도 나타나지 않거나 임박해 취소하는 ‘노 쇼’ 때문에 음식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13일 강원도 강릉의 한 횟집에 예약석이 마련돼 있다. 식당에서 예약 손님들을 위해 상을 차려 둔 것이다.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평창·강릉에선 예약을 하고도 나타나지 않거나 임박해 취소하는 ‘노 쇼’ 때문에 음식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은경 기자
    지금 평창·강릉에서 벌어지는 '노 쇼'는 대규모다. 단체로 경기를 보러 오면서 예약했다가 일방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공무원이 많다고 한다. 한 음식점 주인은 "공무원들이 윗사람 눈치 보느라 횟집과 고깃집을 예약한 후, 식사 시간 직전에 다른 곳을 선택하고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평창 횡계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어명욱(44)씨도 개막식이 열린 지난 9일 대규모 노 쇼 피해를 봤다. 한 공공기관에서 110명 자리를 예약하고는 직전에 취소했다. 이틀간 다른 예약을 받을 수 없었다.

    한 중앙 부처 직원들이 80명 예약을 했다가 당일 취소하는 일도 있었다. 이 부처 직원이 평창 용산리 한 음식점에 9일 식당 전체를 빌려야 한다며 예약했다. 하지만 예약 당일 취소했다. '노 쇼'는 아니지만 식당은 다른 예약 문의를 이틀간 모두 거절해야 했다. 이 식당 대표 표영복(66)씨는 "나랏일 한다는 사람들조차 이렇게 약속을 함부로 어기느냐"고 했다.

    ◇음식점 "예약 안 받는다"

    '노 쇼' 피해는 오롯이 음식점 몫이다. 예약 손님 자리를 비워두려면 적어도 몇 시간은 다른 손님을 받지 못하는 데다 준비해 놓은 음식을 버려야 한다. 평창 용산리의 한 음식점은 40명분의 저녁 식사 예약을 받았다가 낭패를 봤다. 해당 업체 대표(59)는 "손님이 사정해서 메뉴에도 없는 음식까지 만들고 상차림까지 끝내놨는데 결국 오지 않아 큰 손해를 봤다"고 했다. 강릉 한 유명 고깃집도 저녁 식사 12인분을 주문해놓고 손님이 끝내 나타나지 않아 준비한 음식을 전부 버렸다. 이곳 점원(19)은 "차려둔 음식이 모두 말라버려서 다른 손님한테 낼 수도 없고 모두 버려야 했다"고 말했다.

    아예 예약을 받지 않겠다는 곳도 생겼다. 횡계리에 있는 한 고깃집은 지난 8일부터 예약을 받지 않는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최명희(50)씨는 "예약을 받았다가 (예약자가) 아예 전화를 받지 않거나 약속 시간이 한참 지나 도착하는 일이 너무 많아 어렵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횡계리의 한 한식집도 예약 손님을 받지 않기로 했다. 이곳 대표(52)는 "한번은 60명이 식사하겠다고 해서 당일 약속 시간 두 시간 전 예약 확인을 하려 전화했더니 '안 가는데요?' 한마디 하고 바로 끊어버리더라"고 했다.

    ◇"외국인은 약속 시간 딱 맞춰"

    외국인 손님은 달랐다. 예약을 한번 잡으면 '노 쇼'는커녕 약속 시간에 딱 맞거나 조금 여유 있게 음식점을 찾았다. 음식점 업주들도 "올림픽 개막식 즈음부터 외국인 손님이 눈에 띄게 늘었지만 예약을 어기는 사람은 전부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했다.

    평창 횡계리 한 한식집은 많으면 하루에 100명 정도 외국인이 식사 예약을 한다. 개막식 이후 지금까지 예약을 어긴 적이 한 번도 없다. 사장 어명욱씨는 "외국인 손님들은 한번 온다고 하면 반드시 그날 얼굴을 비추고, 예약한 시간에 늦는 경우를 못 봤다"고 말했다. 강릉 교동 고깃집 대표 안주희씨도 "외국인 손님이 하루에 80명 정도 오는데 10명 이상 단체든 소규모든 예약 시간을 정확하게 지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