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리뷰] 좌절 딛고 솟아나는 꿈 ‘빌리 엘리어트’

    입력 : 2018.03.07 10:15

    지난 겨울 혹독한 추위로 크게 움츠러들었던 까닭일까. 아직 찬 기운이 미적대고 있어서 꽃이 피려면 멀겠거니 조바심마저 나는데, 3월이 되자마자 봄맞이 인사는 진작 만발이다. 온‧오프로 쏟아져 오는 새봄의 기쁨과 희망 메시지를 함께 나누랴, 전하랴, 갑자기 바빠졌다. 마치 눌렸던 만큼 튀어 오르는 스프링 같은 요즘이다. 이제 땅을 비집고, 메마른 가지와 얼었던 몽우리를 뚫고 사방에서 새싹이, 개구리가 솟아오르리라. 그래서 ‘spring’, 봄은 스프링이다. 어둠도 우울도 절망도 다 떨치고 솟아오를 때다.

    ‘빌리 엘리어트’야말로 그러했다. 가정적으로나 시대적으로나 어려운 상황과 편견을 떨치고 20세기 최고의 발레리노 루돌프 누레예프가 되기 위해 비상하는 소년 빌리. 수년 전 영화로 받은 감동이 아직도 남아있다. 과연 스펙터클한 뮤지컬에서는 어떻게 다른 감흥이 일까, 설렘으로 며칠 전 신도림역 디큐브아트센터를 찾았다. 때는 1980년대 영국 북동부 더램 주의 탄광촌. 빌리네를 비롯한 광부들은 격렬하게 파업 중이었다.

    사진=신시컴퍼니

    어머니 없이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형, 치매 할머니와 살아가는 빌리는 우연히 발레에 끌린다. 재능을 알아본 발레 선생 미세스 윌킨슨은 빌리가 발레학교 오디션을 보도록 돕는다. 그러나 탄광밖엔 모르는 아버지와 형의 반대로 무산되자 빌리는 절망한다. 합격통지를 받은 로열발레단에도 갈 차비조차 없다. 파업은 실패로 끝나고, 그렇게 단호했던 아버지와 형은 빌리 만은 이곳을 벗어나 꿈을 좇기를 바라게 된다. 자신들 미래는 불안한 가운데 아버지와 형과 동료 광부들은 빌리의 미래를 위해 한푼 두푼 여비를 모은다. 파업에 불참해 ‘배신자’로 찍힌 동료도 여기 동참하고, 빌리는 드디어 길을 떠난다.

    어두운 터널 끝 환한 생명 에너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놀라웠다. 우선 무대 위 발레 동작 하나 하나의 생동하는 아름다움이 그대로 객석에 전해졌다. 스크린이라는 여과 장치가 없어서인지, 소년의 발레도, 남자의 발레도 저토록 아름다울 수 있구나 눈을 크게 뜨게 했다. 2막 중 소년 빌리의 꿈 속 발레며, 성인 빌리와 함께 ‘백조의 호수’를 추는 2인무 파드되에서는 짜릿한 감동이 몰려왔다. 공권력에 극한 대치상황의 파업과 빌리의 좌절을 극대화한 ‘앵그리 댄스(Angry Dance)’에서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10대 초반의 소년이 저런 감정을 저토록 완벽히 표출해 내다니?

    사진=신시컴퍼니

    소년 빌리는 발레뿐 아니라 탭댄스와 텀블링, 노래까지 3시간 공연을 감탄으로 몰아넣었다. 이를 위해 3차례 오디션으로 선발된 5명의 한국 빌리들은 2년간 ‘빌리 스쿨’에서 연기력을 다졌고, 날짜별로 돌아가며 공연을 한단다. 안무며 음악이 뛰어났음은 물론이다. 이 작품은 2005년 런던에서 첫 선을 보인 이래 세계적으로 관객 1천여만 명, 토니 어워즈 등 80여개 수상을 기록했다. 이 뮤지컬을 국내로 고스란히 옮겨와 2010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공연이라니 작품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다만, 빌리가 좌절한 나머지 아버지에게 내뱉은 “개xx!”는 어린 관객들을 고려할 때 좀 과한 한국어 표현으로 여겨졌다.

    “우리의 몸과 마음에도 봄 새싹이 돋아나듯 새로운 기운과 희망으로 가득차시길 기대하면서 봄소식처럼 기쁜 일 많은 3월 한 달 되십시오.” 지인이 예쁜 새싹 그림과 함께 카톡으로 보내온 봄 인사다. 더 넣고 뺄 것도 없어 보여 다른 지인들에게도 두루 퍼 날랐다. 그런데 뮤지컬을 보고 나니 한마디 더 보탤 걸 그랬다 싶다. 이 봄, 어두운 터널 끝 환한 생명 에너지를 얻고자한다면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보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