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벤처인의 경고… "혁신 사라진 한국, 5년 뒤가 걱정"

    입력 : 2018.03.13 01:24

    [포스코 청암기술상 받는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

    "휴대전화로 돈 버는 건 막바지, 반도체는 길어야 5년 정도…
    적극적 M&A로 성장해야 하는데 말 꺼내기 힘든 게 기업 현실"

    "앞으로 5년 후, 10년 후가 되면 대한민국은 5000년 역사에서 가장 불행한 시기를 겪을 수 있습니다."

    오는 21일 포스코 청암기술상을 받는 황철주(59) 주성엔지니어링 대표의 '한국경제 전망'은 우울했다. 그는 "삼성전자 등 한국기업이 휴대전화로 돈을 버는 것은 거의 막바지에 왔고 남은 것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라며 "디스플레이는 이익구조가 약하고 반도체로 돈을 버는 것도 길어야 5년 정도"라고 말했다.

    "지금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중국이 한국 반도체 기술을 따라잡는 데는 10년이 걸려요. 그러나 중국은 반도체에 엄청난 투자를 한다고 합니다. 한국 업체의 핵심 인재 유출 등도 본격화하면, 중국이 세계 반도체시장의 중심이 되는 데는 5년이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황 대표는 "성장·발전의 기억만 있는 우리로서는 견디기 힘든 미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암상 기술상 수상자로 선정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는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앞으로 경영 환경이 더 어렵겠지만, 위기와 기회는 늘 함께 있다”며 “안이하게 생각하는 순간 기회가 위기가 되고, 혁신하면 위기가 기회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청암상 기술상 수상자로 선정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는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앞으로 경영 환경이 더 어렵겠지만, 위기와 기회는 늘 함께 있다”며 “안이하게 생각하는 순간 기회가 위기가 되고, 혁신하면 위기가 기회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주성엔지니어링은 글로벌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회사로 2000개가 넘는 특허를 갖고 있고, 17개의 세계 최초·최고제품을 개발했다. 경북 고령 출신인 황 대표는 동양공고와 인하대 전자공학과 졸업 후 외국계 반도체 장비회사에 입사하며 장비산업과 첫 인연을 맺었고, 1993년 이 회사를 세웠다. 청암재단은 "2001년과 2012년 두 차례의 대규모 적자 속에서도 오히려 R&D 투자를 늘려 반도체 장비기술을 응용한 디스플레이 장비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등 끝없는 도전으로 국내 장비시장의 경쟁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기술자의 표상'"이라고 평가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매출 2727억원, 영업이익 416억을 기록했다.

    황 대표는 "현실이 어렵기는 하다. 다만 희망과 열정을 갖고 혁신 성장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혁신 성장은 '점진적인 개선이나 모방 성장'이 아니라 '짧은 기간에 큰 폭의 성장을 하는 것'이다. 그는 "대기업보다는 중소·벤처기업이 혁신 성장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은 잘못돼 무너지더라도 다시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혁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우리나라 대기업에서는 머리 좋고 스펙 좋은 사람 뽑아서 월급 많이 주고 R&D에 돈을 많이 투자하면 혁신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개선은 가능할지 몰라도 혁신은 그렇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는 "대기업은 적극적인 M&A를 통해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에서 누군가가 국내 벤처기업을 M&A 하겠다고 하면 대기업 오너는 '네가 개발하면 되지, 이렇게 많은 돈을 주고 M&A 할 필요가 있나. 네가 저 사람보다 좋은 대학 나오고, 우리가 R&D도 많이 했는데….' 이렇게 한마디합니다. 그러면 (M&A를 추진한) 사람은 회사 다니기 힘들어져요. 이게 현실입니다."

    황 대표는 2013년 박근혜 정부 초대 중기청장으로 내정됐다 공직자윤리법상의 '백지신탁'이란 걸림돌 때문에 자진하여 사퇴했다. 당시 대·중소기업의 잘못된 갑을(甲乙)관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그 뿌리가 어디 가겠습니까. 삼성전자가 반도체에서 세계 1등이지만 주요 협력업체는 일본, 미국, 네덜란드 회사입니다. 진짜 세계 1등이라면 국내 협력업체도 세계 1등이 돼야 하는데, 국내 대·중소기업 관계에서는 아직 그런 여유가 없는 것이죠."

    그는 "2005년 자비 50억원으로 장학재단을 만들었다"며 "이번에 받은 청암기술상 상금(2억원)도 넣어 더 많은 학생이 장학금을 받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