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에도 "친구 아이가" 하다 빈 지갑된다

    입력 : 2018.03.14 03:00 | 수정 : 2018.07.19 17:37

    [노후 대비 돈모으기]
    한화생명 은퇴백서 - 친구도 구조조정이 필요해

    친구들과 관계 좋을수록 노후 생활 만족도 높지만
    폭넓은 '마당발'은 오히려 경제적 부담 초래할 수 있어

    평안한 노후를 위해서는 은퇴 자금 등 경제적 준비뿐 아니라 시간을 보내고 관심사를 나눌 수 있는 친구 관계를 만들고 이 관계를 노후에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통상적으로 은퇴 후 노년기에 접어든 많은 사람이 사회와의 단절에 따른 두려움, 외로움, 우울감 등을 느낀다. 은퇴 전에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해왔다면 그 상실감은 더 크다. 조직과 사회생활에서 가졌던 부와 명예, 권위 중심의 사회적 관계가 감소하며 인간관계도 약화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은퇴 후 인간관계에 대한 준비를 미리 하지 않으면 이 같은 상실감은 견디기 어려울 수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2013년 국민노후보장 패널자료를 활용해 은퇴 가구주 1260명의 노후 생활 만족도와 관계 만족도에 대한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는 흥미롭다. 노후 생활 만족도와 가장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 것은 친구 관계 만족도였다. 이웃 관계, 형제 관계, 자녀 관계 만족도가 그 뒤를 이었다. 은퇴 이후에는 자녀들은 분가해 가정을 이루고 졸혼(부부가 이혼하지 않고 따로 사는 것)·이혼 등 부부 관계도 과거와 달라지면서 친구 관계 만족도와 노후 생활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간관계는 양보다 질이다

    그렇다면 행복한 노후 생활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친구가 필요할까? 우리는 인간관계의 폭이 넓은 사람들, 흔히 말하는 마당발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은퇴 후에는 사회생활에서 쌓았던 폭넓은 인간관계가 오히려 경제적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좋은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개인의 인간관계를 과학적으로 설명한 영국의 인류학자 로빈 던바의 '던바의 법칙'은 재미있는 시사점을 준다. 영장류를 대상으로 조사를 해봤더니, 정교한 사고를 담당하는 대뇌 영역인 신피질이 클수록 알고 지내는 친구가 많았다는 것이다.

    던바는 인간의 신피질의 크기를 근거로 인간의 친분 관계는 150명이라고 추정했다. 실제 원시 부족 마을을 구성하는 주민의 수도 평균 150명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 사람이 제대로 사귈 수 있는 친구는 최대 150명이라는 것이다. 던바 교수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친구의 수가 수천 명이 되고, 그들과 자주 소통하더라도 안정적으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최대 150명이라고 주장한다. 150명은 '던바의 수'로도 불린다. 이 밖에도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완전 절친(절친한 친구)은 5명, 그다음 절친은 15명, 좋은 친구는 35명, 그냥 친구는 150명, 아는 사람은 500명, 알 것도 같은 사람 1500명이라고 한다. 예컨대 조선일보가 작년 20~60대 성인 남녀 1038명을 조사한 결과, '진짜 친구는 몇 명인가'란 질문에 대해 5명 이하라고 대답한 비중이 69.4%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수많은 사람 속에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완전 절친 5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며 좀 더 나은 노후 생활을 할 수 있다. 은퇴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그저 많은 친구를 사귀기보다는 어려움이 닥쳤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완전 절친'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직장·사업 인간관계에 올인하지 마라

    대부분 인간관계의 시작은 가족 관계에서 출발한다. 학교를 다니면서 인간관계는 친구로 확장된다. 이후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직장이나 사업상의 인간관계로 중심이 급격히 이동하게 된다. 한국고용정보원의 2016년 통계로 본 노동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주된 일자리에서의 퇴직 연령은 평균 49.1세였다. 20대 중후반에 직장 생활을 시작한다면 20여 년 이상 주된 일자리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인간관계가 이루어진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이런 직장·사업상의 인간관계는 가족 관계와는 다르다. 직장 동료, 사업상 인맥은 상하 관계로 엮여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관계라도 직장이나 사업을 통해 맺어진 인간관계는 은퇴 후에는 지속되기 힘들 수 있다.

    좋은 인간관계를 맺으려면 취미·가치를 공유하라

    그래서 직장과 같은 조직에서도 상하 관계에 의한 피상적인 관계보다는 동일한 취미,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는 진정한 친구 관계 형성이 필요하다. 평소에도 일과 관련된 만남과 대화뿐만 아니라 사적인 만남과 진정한 소통이 중요하다. 서로의 생각과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 관계가 형성돼야 은퇴 이후에도 만남이 지속될 수 있다.

    법정스님은 '홀로 사는 즐거움'이라는 책에서 "고독과 고립은 다르다. 홀로 사는 사람은 고독할 수는 있어도 고립돼서는 안 된다. 모든 살아있는 존재는 관계 속에서 거듭거듭 형성되어 간다. 홀로 있을수록 함께 있으려면 '자기 관리'가 철저해야 한다"고 했다.

    노후에 고립되지 않는 삶을 위한 친구 관계는 한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은퇴 후에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더더욱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은퇴 전부터 차근차근 친구의 양보다는 질에 집중하여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