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참담한 심정, 국민께 죄송"…퇴임 1844일 만에 '피의자'

    입력 : 2018.03.14 08:35 | 수정 : 2018.03.14 11:46

    MB, 오전 9시 23분 중앙지검 출석
    뇌물 등 20개 혐의 ‘피의자 신분’
    검사 3명 vs. 변호사 3명 공방 예상
    이튿날 새벽까지 조사 길어질 듯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14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2013년 2월 24일 퇴임 이후 1844일 만이다. 전직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다섯 번째다. 지난해 3월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1년여 만에 또 다시 전직 대통령이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게 된 것이다.

    ◇ 이 전 대통령 “참담한 심정…국민여러분께 죄송스럽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23분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뒤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무엇보다도 민생 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매우 엄중한데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또한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과, 이와 관련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전직 대통령으로서 물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지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며 “다만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 다시 한번 국민여러분께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런 입장을 밝힌 뒤 검찰청사로 들어갔다. 검찰은 이날 오전 9시40분쯤부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1844일 만에 검찰 조사를 받는다. 이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5번째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전직 대통령이 됐다. 검찰 소환 당일인 13일 오전 8시 30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 전 대통령 자택 앞이 취재진과 경비병력으로 북적이고 있다. /김명진 기자

    ◇ 사저에 측근들 집결 “문재인 정권, 정치 보복 위해 쉼없이 달려왔다” 입장 밝혀
    이날 이른 아침부터 이 전 대통령의 서울 강남 논현동 사저에는 수많은 취재진과 경찰이 몰렸다. 경찰 5개 중대 400여 명이 길목마다 배치됐다.

    오전 7시30분쯤 이 전 대통령 측근인 김영우(51) 자유한국당 의원이 나와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권은 (이 전 대통령의) 정치 보복을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며 “이 자리에서 정치 보복에 대한 이야기를 드린다는 것이 바위에 달걀치기”고 말했다.

    권성동(57) 자유한국당 의원과 김대식(56) 여의도연구원 원장, 맹형규(71) 전 안전행정부 장관, 류우익(68)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효재(65) 전 청와대 정무수석, 이동관(60)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줄이어 사저를 방문했다. 이들은 이 전 대통령이 검찰청사로 출발하기 직전인 오즌 9시 4분쯤 사저를 나왔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15분쯤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출발했다.


    검찰 소환 당일인 13일 오전 8시 30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 전 대통령 자택 앞이 취재진과 경비병력으로 북적이고 있다. /김명진 기자
    사저 왼편에는 168일째 1인시위를 이어오고 있는 민중민주당원(구 환수복지당)인 여성 1명이 '이명박 구속!' '4자방 비리재산 환수!'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섰다. 자택 북쪽에도 '감방 가기 딱 좋은 날' '가훈이 정직-이명박 감방 가즈아(가자)'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든 시위자 4명이 자리를 잡았다. 한 시위자는 '가훈이 정직~' 플래카드는 거꾸로 들며 "이명박 가훈이 정직이라는 것을 비꼬는 퍼포먼스"라고 말했다.

    ◇ 혐의만 20개… 검찰 조사 새벽까지 이어질 듯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강훈(64·사법연수원 14기) 변호사, 피영현(48·33기)·김병철(43·39기) 변호사 등이다. 검찰에서는 수사를 총괄한 한동훈(45·27기) 3차장검사가 서울중앙지검 청사 10층 특수1부장실에서 이 전 대통령과 티타임을 갖고 조사 취지와 방식 등에 대해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서울중앙지검 1001호실에서 진행된다. 이곳은 검찰이 지난해 박 전 대통령 조사를 앞두고 특수1부 검사 사무실을 개조해 만든 곳이다.

    조사는 송경호(48·29기) 특수2부장과 신봉수(48·29기) 첨단범죄수사1부장이 맡는다. 특수2부 이복현(46·32기) 부부장검사도 조사에 참여한다. 이 부부장검사는 조서 작성 등 실무를 담당한다.

    조사 과정에서는 '대통령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지만 조서에는 '피의자'로 적힌다. 조사 전 과정은 녹화된다. 검찰 관계자는 "투명한 조사를 위해 영상 녹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이 전 대통령 측도 이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는 20개에 달하고, 검찰이 준비한 질문지 분량만 120페이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은 혐의 금액만 110억원에 달하는 뇌물이다. 우선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인 것으로 잠정 결론내린 다스가 BBK 투자금 140억원을 회수하기 위해 미국에서 진행한 소송의 소송비 60억원을 삼성전자가 대납한 것을 검찰은 뇌물로 보고 있다. 또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과 장다사로 전 총무기획관 등 옛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흘러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17억5000만원도 뇌물인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이 외에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대보그룹, ABC상사, 김소남 전 의원으로부터 총 33억5000만원의 불법자금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도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조사하고 있다. 다스 경영진이 조직적으로 관여해 3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와 계열사를 통해 100억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가 지배하는 에스엠에 123억원을 무담보로 빌려준 배임 혐의도 있다.

    국가기록원에 넘길 문건을 다스 비밀창고로 빼돌린 혐의, 부동산과 예금 등 차명으로 재산을 보유하며 세금을 탈루한 혐의도 조사 대상이다.

    조사는 늦은 시각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 조사는 경호 등의 문제 때문에 1회 조사로 마무리해야해서 불가피하게 조사가 길어질 수 있다"고 했다. 1년 전 박 전 대통령은 14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고 7시간 넘게 진술조서를 검토한 뒤 이튿날 새벽 귀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