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뽀글머리

    입력 : 2018.03.14 11:02

    파마를 했다. 이렇게 뽀글거리는 파마는 생전 처음이다. 원래 곱슬머리라 자르기만 하면 컬이 생겨 자연스러운 스타일이 되곤 했다. 자고 일어나면 우수수 내려앉는 머리카락. 이런 속도면 머지않아 머릿속이 허옇게 드러날 거라는 생각을 한다. 이럴 때마다 불안하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언제부터인가 모자를 즐겨 쓴다. 모자가 어울리기도 했다. 집안에서는 음식에 신경이 쓰여 얇은 비니를 즐겨 쓰고, 외출 시에는 머리 모양이 신경 쓰여 모자를 쓰고, 도보나 여행 갈 때는 캡이 있는 모자를 쓴다. 이러다 보니 윗머리 부분이 눌려 점점 납작해졌다. 거울을 보면 낯선 내가 있다. 며칠 전 휴대폰 셀카로 머리 정수리 사진을 찍었다. 아직 상태가 그리 나쁘진 않아 보인다. 지하철에 앉아 있는 할머니들의 머리 모양이 스쳐 간다.

    집에는 부분 가발부터 시작해서 머리 스타일을 살리는 기구들이 몇 가지 있다. 헤어드라이어기, 고대기, 윗머리 살리는 부분 가발, 머리 윗부분에 볼륨을 넣어준다는 뿅, 전체에 웨이브를 만들어주는 헤어롤 등.

    머리카락의 수명은 4~5년이라 한다. 매일 70~100여 개 정도 빠지며 이보다 많이 빠질 때는 탈모를 의심해야 한다. 빠지는 머리카락을 잡아보겠다며 매일 감던 샴푸도 하루걸러 하고 두피 마사지를 한다고 생각날 때마다 머리를 두드린다. 탈모의 원인이 샴푸와 린스 때문이라는 말을 듣고 한 달 동안 물 샴푸만 한 적도 있다. 머리 냄새가 나서 그만두었다. 머리 감은 후엔 드라이기로 말리지 않고 자연스레 말린다. 이 모든 방법이 탈모를 막기 위한 노력이다. 그래도 머리카락은 언제나 술술 빠진다.

    파마하기로 한다. 마음 변하기 전에 미용실로 향한다. 미용사에게 머리를 맡기고 눈을 감는다. “영양까지 넣어서 머리카락 상하지 않게 잘 해드릴게요” 불안해하는 모습이 보였나 보다. 드디어 미용사의 손이 내 머리를 둥그렇게 말아 약을 바른 다음 비닐 캡을 씌우고 수건을 덧씌운다. 전기 캡을 씌워 따듯한 열을 가한다. 가지고 간 책을 꺼내 읽으며 기다린다. 한 시간이 훨씬 지났다. 미용사의 지시에 따라 자리를 옮겼다. 따뜻한 물로 머리를 감는다. 시원하게 두피 마사지를 받고 거울 앞에 앉는다. 머리 모양이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부스스하고 윗머리가 납작했던 얼굴이 변했다. 보글보글해진 머리.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

    나이에 맞게 옷차림도 변하듯 머리 스타일도 바꿔야 함을 깨닫는 순간이다. 40여 년을 같은 머리 스타일로 살지 않았던가. 옷도 그랬다. 젊었을 때 입던 옷을 입으면 편하지 않았다. 60까지는 자유롭게 옷을 입어도 괜찮았다. 환갑이 넘고 몸매가 변하면서 옷 스타일도 변하지 않았던가. 이제 머리 스타일도 나이에 맞게 변한 거다. 손주가 말하는 ‘뽀글머리’로. 앞뒤로 거울을 보니 맘에 든다. 얼굴에 생기가 돈다. 이제부터 나도 대한민국의 당당한 ‘뽀글머리 할머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