光·해저케이블 수요 폭발… 전선업계 휘파람

    입력 : 2018.04.16 03:07 | 수정 : 2018.04.16 17:43

    美·中서 노후 전력망 교체 추진
    유럽에선 초고속망 구축 잇달아

    LS전선·대한전선·일진전기 등 국내 전선 업체들이 세계시장을 적극 공략하며 부활의 진군을 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건설 경기 불황과 조선업 침체로 내리막길을 걸었던 국내 전선 업계는 국제 수요 증가와 원자재인 구리 가격 상승에 따른 제품가 인상으로 다시 상승 사이클을 타고 있는 것이다.

    통신용 광케이블과 해저케이블 투자가 유럽과 북미, 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급증하고 있는 데다 미국·중국에서는 노후 전력망을 교체하는 정부 차원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또 전선 수요가 많은 전기자동차 보급이 확산되는 것도 전선 업계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북미·중동 등 글로벌 시장 공략 나서

    LS전선은 올 1분기에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총 5300만유로(약 700억원) 규모의 통신망용 광케이블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유럽 국가들은 5세대(G) 이동통신 상용화를 앞두고 통신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2024년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정부 차원에서 통신 인프라를 재정비하고 있다. LS전선은 이에 따라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최근 폴란드 공장에 약 1100만유로(약 140억원)를 추가로 투자해 광케이블 생산 시설을 구축했다. LS전선 관계자는 "유럽 광케이블 시장은 연평균 5% 이상 성장하는 추세로 올해 유럽 판매 실적이 작년보다 2배 이상 늘 것"이라며 "중동과 아시아·북미 지역에서도 올해 수출 실적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계 광케이블과 해저케이블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LS전선의 해저케이블이 미국 최초 해상풍력단지인 로드아일랜드주 블록섬 앞바다에 깔리고 있는 모습.
    세계 광케이블과 해저케이블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LS전선의 해저케이블이 미국 최초 해상풍력단지인 로드아일랜드주 블록섬 앞바다에 깔리고 있는 모습. /LS전선
    초고압 케이블 시장에서도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LS전선은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3700억원 규모, 2022년 월드컵 개최국인 카타르에서 2190억원 규모의 초고압 케이블 사업 계약을 연달아 따냈다. 초고압 케이블은 가정에서 사용되는 220V(볼트)보다 2000배 이상 높은 500㎸급 전력을 송출하는 전력망으로 기술 장벽이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해외 수주 호조 덕분에 LS전선은 작년 매출(3조5000억원)이 2016년보다 16.4% 증가한 데 이어 올해도 4조원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대한전선은 올해 들어 북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대한전선은 올 초에 미국 남서부에서 진행 중인 '선지아(Sunzia)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미국 뉴멕시코 주의 풍력 에너지를 애리조나주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2020년까지 830㎞ 길이의 500㎸급 초고압 송전망을 구축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대한전선은 가장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53㎞ 길이의 지중 케이블 가설 구간을 따냈다. 대한전선은 글로벌 시장 공략으로 작년 400㎸ 이상급 초고압 케이블의 매출을 2016년보다 5배 이상 늘렸다. 일진전기도 중남미와 중동 등지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초고압 케이블 프로젝트를 잇따라 따내고 있다.

    ◇구리 가격 상승세에 실적도 선순환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 규모
    계속해서 오르는 구리 가격도 전선 업체들을 웃게 한다. 전선 업체들은 납품 계약을 맺을 때 구리 가격이 오르면 납품 단가를 인상하는 '에스컬레이션 조항'을 맺기 때문에 구리 가격이 오를수록 매출액이 늘어난다. 또 매출액이 늘면 수백억~수천억원 규모의 해외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구리 수요는 2300만t으로 2016년 2253만t보다 2%가량 늘었고, 2020년에는 2500만t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구리 가격도 작년 초 t당 5570달러 선에서 작년 말에는 4년 새 최고치인 7215달러까지 치솟으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인프라 투자 확대 추세에 힘입어 구리 가격이 계속 오르고 구리 가격 상승이 전선 업체들의 실적을 견인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통신 케이블과 초고압 전력망에 대한 투자 열기가 달아오르는 것도 전선 업체에는 호재다. 클라우드(가상 저장 장치) 서비스나 5G 이동통신 등 4차산업 서비스를 위해서는 이런 인프라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페이스북은 지난해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6600㎞ 길이 해저 케이블을 완공했고 아마존은 일본의 소프트뱅크 등과 손잡고 1만4000㎞ 길이의 태평양 횡단 해저케이블 사업을 작년 11월부터 시작했다. 전선 업계 관계자는 "고부가 전선은(LS전선을 비롯해) 이탈리아의 프리즈미안과 프랑스의 넥상스 등 5~6개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이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면 도약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