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엔 투자 한도 없는데 P2P엔 왜?"

    입력 : 2018.04.17 03:08

    이효진 '8퍼센트' 대표 "위험한 투자 보호 명분, 모든 선택권 막아버려"

    작년 5월 말 서울 종로구 더케이트윈타워에 있는 P2P(peer to peer·개인 대 개인) 금융기업 '8퍼센트'사무실에는 전화가 빗발쳤다. 당시 금융당국이 일반인의 P2P 투자 한도를 1년에 한 회사당 1000만원으로 정하는 'P2P 대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게 화근이었다. 한도가 초과돼 투자를 할 수 없게 되자 투자자 항의가 쏟아졌다. 8퍼센트는 당시 대출 실적이 1월 27억원에서 5월 66억원으로 급증했는데, 규제 도입으로 6월 실적이 연초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규제 쇼크를 극복하는 데 6개월 이상 걸렸다. 지난 11일 본사에서 만난 이효진(35) 8퍼센트 대표는 "업계 성장세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었다"며 "위험한 투자를 하는 사람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모든 투자자의 선택권을 막아버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8퍼센트는 2014년 말 국내 최초로 중(中)금리 P2P 금융 시장에 진출한 기업이다. P2P 금융이란 돈이 필요한 사람이 전문 중개 업체를 통해 대출금액·사용처 등을 올리면 불특정 다수가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서비스다. 8퍼센트는 시중은행의 저금리(2~5% 안팎)와 2금융권의 고금리(20% 이상) 사이의 공백 지대였던 중간 금리를 공략하고 있다.

    P2P 금융 기업인 8퍼센트의 이효진 대표는 “가상 화폐도 투자 한도가 없는데 P2P 금융에는 투자 한도를 두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면서 “투자한도 규제가 자칫 ‘P2P 금융은 위험한 투자’라는 부정적 이미지마저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P2P 금융 기업인 8퍼센트의 이효진 대표는 “가상 화폐도 투자 한도가 없는데 P2P 금융에는 투자 한도를 두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면서 “투자한도 규제가 자칫 ‘P2P 금융은 위험한 투자’라는 부정적 이미지마저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8퍼센트

    하지만 선두 주자라서 규제 때문에 겪는 어려움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이효진 대표에게는 '핀테크 업계의 잔다르크'라는 의미로, '핀다르크'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 대표는 "규제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가상 화폐도 투자 한도가 없는데 P2P 금융은 투자 한도를 두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투자 한도가 있다는 것만으로 소비자들에게 'P2P 금융은 진짜 위험한 투자인 것 아니야?'라는 부정적 인식마저 줄 수 있다"고 말했다.

    P2P 금융에 적용되는 세제도 차별 요소가 있다고 했다. "주식형 펀드나 예금은 이자 소득세 15.4%를 떼지만 P2P 투자는 세율이 27.5%나 되는데 P2P 투자자들 입장에서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P2P 대출은 대부업으로 등록하지 않은 개인이 다른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형태라며, 대부업법상 미등록 대부업자에게 적용하는 '비영업대금 소득세율'을 매기고 있기 때문이다.

    8퍼센트는 규제 압박 속에서도 순항 중이다. 지난 3월까지 최근 6개월 월평균 성장률이 13%다. 올해는 월간 대출 실적이 100억원을 돌파하고 누적 대출 고객도 1만5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창업 이후 처음 월간 흑자를 기록했다. 이 대표는 "지금 같은 추세라면 젊은 층을 기반으로 향후 몇 년 새엔 시장 판도가 달라질 거라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