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이야기] 벨베데르 궁전에서 마주한 클림트의 키스

    입력 : 2018.04.23 14:27

    오스트리아의 벨베데르 궁전으로 가는 날이다. 동유럽과 발칸여행을 계획하면서 그 중심에 구스타프 클림트가 있었다. 인터넷의 발달로 지금은 클림트의 키스 복제품이나 그림을 담은 작은 액세서리 하나쯤은 어느 집에나 자리하고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졌다.

    이십여 년 전 처음 인터넷에서 키스를 접하던 날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화려한 금빛으로 펼쳐지는 남녀의 포옹하는 장면 뒤에 나타난 섬세한 손가락의 선명한 흐름을 바라보면서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그 느낌은 꽤 오래 지속하였다. 감동적인 클래식의 선율을 듣는 것 같은 마음이었다. 그날 저녁 미술을 전공한 아들에게 누구의 작품이냐고 물었다. 아들은 다음날 작은 액자에 넣은 키스의 복제품과 클림트의 도서를 사주었다. 그렇게 알게 된 클림트(1862~1918)였다.

    오스트리아는 클림트의 키스를 외국 전시회에 절대 대여하지 않는다. 원작을 보고 싶으면 직접 이곳으로 와서 보라고 주장할 만큼 그들에게 클림트는 소중한 존재이며 아끼고 싶은 자존심이다.

    그만큼 이번 여행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던 클림트의 작품이다. 당시에도 인터넷으로나마 처음 키스를 보았을 때의 느낌이 강렬하게 남아있어 벨베데르 궁전으로 향하는 시간은 설렘이 가득하였다.

    키스는 가로세로 1.8m의 정사각형 화폭에 담겨있었다. 클림트는 정사각형의 화폭에서만 “그리고 싶은 느낌이 살아난다.”고 말했다고 한다. 궁전박물관의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바라보는 원작의 모습은 인터넷에서 보던 황금빛의 화려함보다는 그가 초기에 그렸던 어두운 느낌의 그림에 가깝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키 작은 남자와 키를 맞추려는 여인의 발동작과 남자의 등을 감싸고 있는 여인의 손가락 모습에서 감각적인 선의 섬세한 흐름이 보인다. 손가락과 맥락을 함께 하는 여인의 무표정한 모습이 그 흐름에 배경이 된다. 남자는 몸의 곡선을 가리는 긴 드레스를 입고 있다. 실제 클림트는 작업 때 그림과 같은 드레스를 입었는데 무늬가 없는 드레스이다.

    포옹하고 있는 남녀의 발아래 풍경은 꽃밭이 배경이다. 아름답고 화려한 색을 바탕으로 펼쳐진 꽃밭은 화폭을 가득 메우는 것이 아니고 두 사람이 버티고 있는, 이 화폭에서는 버티고 있다는 설명이 적당하다고 할 만큼이다. 여인이 서있는 발의 모습은 꽃밭 아래 벼랑을 지탱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클림트가 애타게 사랑했던 여인 에밀리 플뢰게가 키스의 실제 모델이다. 그녀는 클림트가 평생 사랑했던 여인으로, 그가 임종 시에 불렀던 이름은 어머니도 여동생도 아닌 에밀리 플뢰게였다고 한다. 그녀 역시 클림트 사망 이후 누구와도 만나지 않고 혼자 살았다고 한다. 그녀는 클림트의 남동생 에른스트가 1891년 결혼한 헬레네 플뢰게의 막냇동생으로 사돈 관계였다.

    그림 속 남자처럼 클림트는 그녀보다 키가 작았고, 그림 속 남자의 드레스는 클림트가 그림을 그릴 때 실제로 입었던 드레스와 같다. 클림트가 그림 속 의상으로 표현하고자 한 남성성은 남자가 입고 있는 드레스 무늬의 사각형으로 여성성은 여인의 드레스 문양인 동그라미로 표현하였다 한다.

    평범한 아저씨 같은 모습의 클림트는 빈 분리파를 이끈 리더였다. 그의 에로틱한 그림에 대한 화단의 신랄한 비난에도 그는 어떠한 설명도 변명도 하지 않은 특별한 예술가로서 그는 자신의 언어를 그림으로 표현한 화가였다.

    인터넷 화폭에서 느낀 클림트의 키스는 전율을 느낄 만큼 강렬했던 사랑의 환희였다. 하지만 직접 마주한 원작에서 느낀 키스는 황금빛의 찬란한 사랑이 아닌 간절함 가득한 사랑의 갈구였다. 그 느낌은 옆 벽면에 전시된 그의 작품 "사랑"에 대한 안내자의 설명으로 확인이 되었다. 세기적 화가가 지녔던 삶의 어느 단면을 만나는 안타까움 가득한 화폭이었다. 궁전 박물관의 낮은 조명도에서 어스름 비쳐오던 화가가 지녔던 사랑의 어느 한 부분이었다.

    비가 내리던 날이라 입고 있었던 검은색 레인코트가 위대한 작품 앞에서 실례가 될 것 같아 코트를 벗고 화폭 앞에 서자 전시장 관리인이 엄지 척을 하며 웃는다. 보고 있는 것 같지 않았는데, 아마도 내 감정이 전달되었던 것 같았다. 그것은 매우 기분 좋은 경험으로 나도 그를 바라보며 웃어주었다.

    소중한 것을 소중히 지켜가는 그들의 모습은 화폭에서 전달되는 경이로움만큼의 경건함이었다. 그 느낌은 전시장을 내려와 잘 조성된 궁전 정원의 아름다움으로 더 확대되었다. 4월초 동유럽의 변덕스러운 날씨에서 드물게 맑은 하늘이 화폭의 감각적 표현을 더 빛나게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