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검사가 "검찰총장을 수사하라" 기자회견

    입력 : 2018.05.16 03:01

    안미현 검사 "작년과 올해 강원랜드 수사에 文총장 외압 의혹"
    文 "질책한 것" 해명하자, 수사단 "총장이 개입" 보도자료 돌려
    검찰 내부 "의견 다르다고 외부에 비판하나… 기강이 무너졌다"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를 둘러싼 '외압 의혹'이 검찰 내부의 폭로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애초 이 의혹을 제기했던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는 15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강원랜드 수사 과정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이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며 문 총장에 대한 수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 직후 대검 측이 문 총장의 외압 행사 의혹을 부인하자 이 사건을 다시 수사하고 있는 수사단은 이날 오후 문 총장이 수사단 의견과 다른 지시를 한 사실을 공개하는 보도 자료까지 배포했다. 문 총장이 외압을 가했다는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사실상 문 총장 지시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보기에 따라선 항명으로 비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수사 과정 문제를 놓고 검찰총장을 향한 이런 식의 폭로가 검찰 내부에서 나온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검찰 내부에선 검찰 기강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를 둘러싼 검찰 내홍
    폭로전의 시발은 안 검사였다. 안 검사는 이날 오전 10시 변호사를 대동하고 나와 "지난해 12월 춘천지검 수사팀은 (강원랜드 채용 비리와 관련해)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한 소환 조사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대검에 제출했다"면서 "이후 문 총장이 이영주 춘천지검장과 대면하면서 이 부분을 심하게 질책했다"고 공개했다. 당시 문 총장이 "국회의원은 조사 없이도 충분히 기소될 수 있을 정도가 아니면 소환 조사를 못 한다"고 했고, 이후 수사팀이 권 의원을 소환하지 않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3월 수사단이 춘천지검 수사를 지휘한 대검 반부패부를 외압 혐의와 관련해 압수 수색할 때도 대검이 저지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는 주장도 했다.

    대검과 문 총장은 즉각 반론을 내놨다. 문 총장은 이날 정오쯤 기자들과 만나 "(춘천지검장을) 질책한 적이 있다"면서 "이견이 발생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한 과정"이라고 했다. 대검 관계자는 "권 의원 수사와 관련해 증거를 더 확보하고 보강 수사를 하라고 한 것이지 외압을 넣은 것이 아니다"고 했다. 반부패부에 대한 압수 수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무실 캐비닛 등을 모두 뒤지고 업무 일지도 복사해서 가져갔다"며 부인했다.

    대검은 압수 수색 부분에 대해선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단에서 해명하라고 했다. 수사단은 이날 오후 2시 30분 '안미현 검사 주장 관련 수사단 입장'이라는 제목의 A4용지 3장짜리 보도 자료를 냈다. 그런데 그 내용엔 수사 과정에서 문 총장과 협의한 내용이 상세히 담겼다. 수사단은 문 총장의 개입으로 권 의원에 대한 영장 청구가 일시 보류됐다고 주장했다. 문 총장이 수사의 전권(全權)을 수사단에 주겠다고 해놓고서 지난 1일부터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면서 수사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수사단은 "수사 외압에 연루된 고위 검사들을 기소하기로 결정하고 객관적 검증을 받기 위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해달라고 문 총장에게 요구했으나 거부당했고, 이에 따라 대검에 '전문 자문단'을 구성해 심의를 받기로 한 상황"이라는 내용도 공개했다. 에둘러 말했지만 사실상 문 총장 수사 개입에 대한 항명의 표시나 마찬가지다.

    검찰에서 이른바 항명 사태는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수사지휘권을 가진 검찰총장을 향해 수사 지휘 내용을 두고 항명하는 것은 초유의 일이다. 검찰 내부에선 "검사들이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에 불만을 가질 수 있지만 의견 조율 과정까지 상세히 외부에 공개하면서 문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의 재판부가 판결문 합의 내용을 공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공무상 기밀 누설에 해당할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수사단 관계자는 "수사가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대검과 협의 없이 자료를 낸 것"이라며 완전히 다른 얘기를 했다.

    검찰 내부는 큰 충격에 빠졌다. 지방의 한 차장검사는 "수사를 두고 의견이 다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검찰총장을 외부에 대놓고 비난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검찰 기강이 무너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한 전직 검사장은 "검찰 기둥이 뿌리째 뽑히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