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굼벵이도 돈 버는 재주가 있다" 속리산의 희망 미소

    입력 : 2018.06.11 23:34

    [청춘, 농촌을 깨우다] [2] 굼벵이로 애견용 간식서른셋 김우성씨의 인생역전

    지난달 31일 찾은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하판리 마을의 한 컨테이너 창고. 문을 열자마자 달착지근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동시에 날파리들이 달려들었다. 50평 규모인 컨테이너 창고 안은 반투명 플라스틱 상자 600여개가 가지런히 정돈돼 있었다. 상자 안에는 발효 톱밥이 채워져 있었고, 그 안에 굼벵이(흰점박이꽃무지의 유충)들이 수십 마리씩 자라고 있었다. 이곳 주인인 '벅스펫(Bugs Pet)' 대표 김우성(33)씨는 "굼벵이의 먹이인 발효 톱밥에 설탕 성분이 들어가 있어 날파리가 늘 꼬인다"고 말했다. 김씨는 상자 안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나에게 새 삶을 찾아준 고마운 존재"라고 말했다.

    3년 전 하판리로 귀농한 김씨는 굼벵이로 애견용 간식을 만들어 파는 청년 사업가다. 지난해 김씨는 말린 굼벵이를 빻은 가루에 쌀·코코넛 등 다른 식재료 분말을 섞어 애견용 간식을 개발했다. 굼벵이는 단백질 함량(58%)이 돼지고기(33%)보다 높고, 각종 불포화지방산이 함유돼 있어 심혈관 질환에 효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려동물 시장이 성장하면서 김씨가 만든 애견용 간식은 현재 전국 100여개 애견용품점에 납품되고 있다. 김씨는 월평균 600만~7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김씨는 일찌감치 사업에 눈을 떴다. 스무 살부터 서울 도봉구에서 10년 가까이 휴대폰 대리점 사업을 했었다. 20대 중반에는 매장을 3개까지 운영하며, 직원을15명까지 뒀다. 하지만 2014년 하반기 '단통법'이 시행되면서 휴대폰 구입 시 제조사로부터 지급되던 지원금이 중단됐고, 매장을 찾는 손님이 뚝 끊겼다. 수천만원에 달했던 매출은 순식간에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쳤다. 김씨는 빚을 갚기 위해 가게를 모두 정리해야 했다. 거리에서 노점을 하며 휴대폰 케이스를 떼다 팔았지만, 남는 게 거의 없었다. 우울증 증상이 생긴 김씨는 폭식을 반복해 몇 달 새 몸무게가 20㎏ 가까이 늘기도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저를 알아보는 것 같고, 불쌍하다는 눈빛을 보내는 것 같았어요. 밤마다 많이 울었습니다."

    내사랑 굼벵이, 영양도 만점이죠 청년 사업가 김우성(33)씨가 자신이 키우는 굼벵이를 사육용 플라스틱 상자에서 꺼내 들어 보이고 있다. 김씨는 굼벵이를 이용한 애견 간식 제조회사 ‘벅스펫’ 대표다. 그는 휴대폰 대리점 사업이 망해 생활고에 시달리던 중 식용 곤충 시장에 눈을 뜨고 충북 보은군으로 귀농해 굼벵이 사육을 시작했다. 김씨는 “식용 곤충이 생소하긴 해도 블루오션 시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내사랑 굼벵이, 영양도 만점이죠 - 청년 사업가 김우성(33)씨가 자신이 키우는 굼벵이를 사육용 플라스틱 상자에서 꺼내 들어 보이고 있다. 김씨는 굼벵이를 이용한 애견 간식 제조회사 ‘벅스펫’ 대표다. 그는 휴대폰 대리점 사업이 망해 생활고에 시달리던 중 식용 곤충 시장에 눈을 뜨고 충북 보은군으로 귀농해 굼벵이 사육을 시작했다. 김씨는 “식용 곤충이 생소하긴 해도 블루오션 시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현종 기자

    2015년 여름, 김씨는 지인으로부터 우연히 '외국에선 식용 곤충이 뜬다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인터넷을 뒤졌다. 김씨가 찾은 기사는 '곤충이 영양소 함량이 높아 미래 식량 부족 상황의 해결책이 될 가능성이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곤충으로 만든 초콜릿바가 이미 판매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반면 검색 포털에 나오는 우리나라의 식용 곤충 관련 농가는 5곳뿐이었다. "블루 오션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사람들이 건강에 관심이 높은 만큼 성공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김씨는 그날로 강원도에 있는 굼벵이 농가를 찾아가 사육 방법을 배운 후, 하판리에 내려왔다. 할머니가 수십 년 전부터 갖고 있던 빈 땅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갖고 있던 1000만원으로 10 평 규모의 컨테이너 창고를 산 뒤, 굼벵이 60상자를 키우기 시작했다. 한동안 모든 숙식은 컨테이너 안에서 해결했다. 굼벵이 상자 옆에 담요를 깔고 잠을 잤고, 음식도 컨테이너 안에서 만들어 먹었다. “주변에선 ‘왜 농촌에서 사서 고생하냐’고 말렸지만 ‘이 길이 아니면 나는 죽는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2016년 김씨는 서울에 있는 한약방을 돌며 말린 굼벵이를 약재로 팔기 시작했고, 조금씩 수익을 올리기 시작했다. 굼벵이는 2016년 12월 식약청으로부터 식품 원료로 승인을 받아 사람이 먹는 모든 음식 재료로 쓰일 수 있게 됐다.

    김씨는 음식점에 들러 가게 사장들에게 ‘건강에 좋으니 굼벵이 가루를 재료로 써보라’고 권했지만, 반응은 차가웠다. “사람들이 곤충을 음식으로 먹는 것에는 거부 반응이 강한 것 같았어요. 우연히 애견숍 앞을 지나가다가 ‘차라리 강아지한테 먹이는 게 어떨까’란 생각이 떠올랐어요.”

    김씨는 지난해 6월 굼벵이를 이용한 애견 간식을 만들어 인터넷으로 팔기 시작했다. 애견숍을 중심으로 주문이 쏟아졌고, 국내 유명 애완견용품 사이트에도 상품 등록이 됐다.

    김씨의 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데는 농협 등 관련 기관의 도움이 컸다. 김씨는 농협 미래농업지원센터에서 주최한 박람회에 참여해 사업 상담을 했고, 농협은 지난 4월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귀농·귀촌 박람회’에서 김씨에게 무료로 부스를 제공해 홍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김씨는 “좋은 아이디어와 열정만 있다면 농촌에서도 얼마든지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