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글로벌 역주행

    입력 : 2018.06.12 03:06

    해외건설 호황에 수주액 껑충… 장비기업도 수출 늘어 깜짝실적
    文정부 올해 SOC 예산 14% 줄여 국내선 중소기업들 수주 반토막

    굴착기 등 건설 기계를 만들어 파는 두산그룹 계열사 두산인프라코어는 올 1분기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63% 늘어난 2416억원에 달했다. 매출(1조9569억원)과 당기순이익(1414억원)도 각각 25%, 90%씩 뛰었다. 정부가 인프라 투자와 광산 개발에 나서고 있는 중국과 주택 건설이 활황인 북미 유럽 선진 시장에서 건설 장비 매출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전라북도 전주의 중소 건설사 청솔건설은 올해 전 직원의 절반가량인 20명을 내보냈다. 1996년 설립돼 200억원 안팎의 연 매출을 올려온 이 건설사는 매년 15개 안팎의 공공 공사 현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일감을 따낸 현장이 4개뿐이다. 배진석 청솔건설 대표는 "공사 물량은 계속 줄고 지금 맡은 현장마저 끝나면 앞으로 회사를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막막해서 잠이 안 온다"고 말했다.

    글로벌 건설 시장 호황으로 세계 각지에서 건설 장비 수요가 늘어나면서 올해 국산 건설기계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 사진은 그리스 상수도 공사 현장에 투입된 두산인프라코어의 굴착기 모습.
    글로벌 건설 시장 호황으로 세계 각지에서 건설 장비 수요가 늘어나면서 올해 국산 건설기계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 사진은 그리스 상수도 공사 현장에 투입된 두산인프라코어의 굴착기 모습. /두산인프라코어

    세계 경기 회복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글로벌 건설 경기와 달리 국내 건설 경기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감소와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하락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온도 차가 뚜렷한 국내외 건설 경기에 대처하는 우리 기업의 행보와 표정도 엇갈리고 있다. 해외에서는 인프라 수요가 늘면서 우리 건설사의 토목, 건축 분야 수주가 늘고 국산 건설기계 장비 수출도 증가했다. 이와 달리 대형 공사 일감이 줄어든 국내에서는 공공 공사 매출과 일자리가 줄고 건설 장비도 중고나 소형 기계 위주의 불황형 소비만 이어지는 상황이다.

    ◇호황인 글로벌 건설 경기에 해외 건축·토목 수주 늘어

    시장조사업체 IHS 글로벌 인사이트에 따르면, 2016년부터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세계 건설 시장은 올해 10조752억달러 규모를 기록했고 2020년에는 12조달러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 인도의 모디노믹스 등의 영향으로 아시아에서 인프라 확충을 위한 토목과 산업 설비 부문의 성장세가 뚜렷하다.

    우리 건설사가 해외에서 따낸 토목·건축 공사도 크게 늘었다. 토목 분야 수주액 31억달러로 작년 동기(23억달러)보다 35% 늘었고, 건축 부문은 14억달러에서 35억달러로 2.5배 증가했다. 올해 인도네시아에서는 국내 대형 건설사가 현지 부동산 개발 회사와 손을 잡고 주택 단지를 개발하는 사업에 잇따라 진출했다. GS건설이 지난 2월 현지 바산타 그룹과 함께 자카르타에 1400여 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와 상업시설을 개발하기로 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롯데건설이 현지 VIP그룹과 자카르타 서부 신도시에서 500가구 규모 공동 주택을 지어 분양하는 사업의 공동 투자 협약을 맺었다.

    건설 장비 기업들은 해외 수출 증가로 인한 실적 향상을 바탕으로 해외 설비 투자도 늘리고 있다. 현대건설기계는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작년 1분기보다 모두 45% 안팎 늘었다. 이 회사는 인도에서 굴착기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내년까지 현지 공장을 순차적으로 증설할 계획이다. 두산밥캣도 지난달 인도에서 백호로더(앞쪽에 짐을 들어 올릴 수 있고 뒤에는 굴착기를 장착한 건설 장비) 생산을 위한 현지 공장과 부지를 사들이며 인도 시장 공략에 나섰다.

    ◇국내에선 공공 건설 매출, 일자리 감소

    반면 국내 건설 경기에는 암운이 드리워졌다. 올해 SOC 예산은 19조원으로 작년 대비 14% 줄었고, 지방을 중심으로 주택 경기도 얼어붙고 있다. 지난 4월 국내 건설 수주액은 작년 4월보다 42% 급감했다.

    A 대형 건설사는 SOC 예산이 26조원이던 2015년 공공 공사 현장이 56개에서 7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현장이 34개로 줄면서 매출도 4400억원으로 축소됐다. 협력업체 수도 575개에서 227개로 감소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토목 공사 현장이 줄면서 유휴 인력을 해외 현장으로 재배치하고, 수백억원대 소규모 사업이더라도 일감 확보를 위해 입찰 참여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선 공공 공사 감소로 전국에서 일자리 4만개 이상이 사라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건설 장비 내수 판매의 경우 중대형 건설 장비는 안 팔리고, 소규모 도로 정비와 상하수도 공사에 쓰이는 5.5t 이하의 소형 굴착기나 중고 건설 장비만 팔리는 '불황형 구매'가 주를 이룬다. 손태홍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유럽, 선진국의 경우 최근 국가 경쟁력 제고와 경기 부흥 차원에서 인프라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추세"라며 "우리 정부는 고용 효과와 경제 성장 기여도가 큰 건설 산업의 장점을 활용하지 못하고 글로벌 건설 경기 흐름에 역행해 일자리가 감소하고 지역 경제가 침체되는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