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향기 / 브랜드스토리] 루피노의 새로운 도약

  • 시니어조선

    입력 : 2018.07.09 15:37

    토스카나 지역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 세계적인 와인 브랜드 루피노(Ruffino)가 최근 한국 시장에서 새출발을 알렸다. 새로운 파트너인 나라셀라와 손잡고 12종의 와인을 런칭한 것. 많은 와인 애호가들로부터 사랑 받아온 브랜드가 한국에서 새 역사를 시작하는 중요한 시점에 와이너리의 수석 와인메이커인 가브리엘레 타코니(Gabriele Tacconi)가 방한했다. 20여 년 이상 루피노에서 근무한 그는 와이너리의 철학과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누구보다도 잘 들려줄 수 있는 인물이었다.

    루피노의 수석 와인메이커, 가브리엘레 타코니

    루피노가 설립된 것은 1877, 사촌 지간이던 일라리오 루피노(Ilario Ruffino)와 레오폴도 루피노(Leopoldo Ruffino)가 플로렌스 근교의 폰타씨에베(Pontassieve)에서 와인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그 출발이다. 폰타씨에베는 건조한 여름과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미네랄이 풍부한 토양 등 와인 재배에 이상적인 조건을 갖춘 곳. 품질 좋은 와인이 생산되던 토스카나였지만 당시만 해도 이 지역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와인은 없었다. 그렇게 출발한 루피노는 현재 150여 년의 역사가 이어지고 있고, 가브리엘레 타코니가 와이너리에 입사한 당시에 이미 130년의 전통이 있었다. “루피노는 세계적 브랜드가 되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이상적인 와인을 만든다’는 설립 초기의 목표는 그대로입니다. 토스카나에서 설립자들의 열정을 지속적으로 와인에 담아내려 노력하고 있죠. 2011년부터 컨스텔레이션(Constellation) 그룹 소속으로 세계 시장에서 더욱 활발한 행보를 펼치고 있지만 독자적인 자율권을 가지고 전통을 계승해나가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는 설명이다

     

    루피노는 와이너리 설립 후 4년 뒤인 1881년 밀란 와인 전시회에서 금메달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1884년 니스 와인 전시회, 1885년 앤트워프 와인 전시회에서 수상하며 초반부터 탄탄한 명성을 쌓았다. 가브리엘레 타코니는 그 중에서도 루피노의 역사적 순간으로 로열 패밀리였던 아오스타(Aosta) 공작과의 인연을 꼽았다. 1890년 루피노의 명성에 관심을 갖고 와인을 맛본 공작은 그 품질에 매료되었고, 그로 인해 루피노는 이탈리아 왕실의 공식 와인 공급업체로 지정됐다. 아오스타 공작 외에도 루피노를 후원한 유명인들은 많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오페라 작곡가인 베르디 또한 와이너리로 편지를 보내며 루피노 와인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했다고 한다. 또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루피노가 몇 가지 ‘최초’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는 점. 토스카나를 대표하는 와이너리로서 1984년 첫 DOCG 와인으로 인정받았고, 루피노 끼안티는 첫 번째 보증번호를 수여받았다. 이 와인은 미국에 처음 수출된 끼안티 와인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에서 와인을 생산한다는 것은 곧 문화의 한 부분을 만들어가는 일. “우리는 토스카나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베네토에서 생산하는 프로세코나, 움브리아에서 생산하는 오르비에토 등 다른 지역에서도 와인을 생산합니다. 이탈리아 와인을 통해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려 노력하죠.” 그는 시간이 흐르면서 옛 스타일에 혁신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과거의 후광에 기댈 수도 있지만, 시대에 발맞춘 변화가 중요합니다. 와인메이킹도 마찬가지죠. 예전과 지금, 향과 맛에 대한 평가가 다르고 현재는 과거보다 더 나은 기술을 갖췄으니 같은 재료로 만들었다고 해도 보다 뛰어난 와인을 생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말대로 현대적 기술을 이용해 설립자의 정신과 이탈리아의 문화를 담아낸 루피노의 와인 5가지를 함께 시음했다.

    가브리엘레 타코니와 함께 시음한 루피노의 와인들

    루피노 프로세코 엑스트라 드라이 NV(Ruffino Prosecco Extra Dry NV)

    글레라 품종으로 만든 이 프로세코는 일반적인 화이트 와인 생산 방식으로 베이스 와인을 만든 다음, 탱크에서 2차 발효를 하는 샤르망(Charmat) 방식을 거친다. 다른 프로세코와의 차이점은 당분 대신 포도주스를 첨가했다는 것. 덕분에 신선함이 극대화됐다. 사과와 복숭아 등 싱그러운 과실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와인. 가브리엘레 타코니는 이 프로세코를 두고, “모든 종류의 음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와인”이라 표현했다

     

    루피노 오르비에토 클라시코 2016(Ruffino Orvieto Classico 2016)

    오르비에토는 움브리아 화산 언덕 위에 자리한 아름다운 고대도시 중 한 곳. 와인은 항상 생산지역의 문화를 담고 있어야 한다는 루피노의 철학으로, 레이블에는 오르비에토 성당을 표현했고 오르비에토 클라시코 DOC를 존중하면서 현대적 감각을 더했다. 옅은 볏짚 컬러에 사과와 은은한 꽃향, 허브향과 미네랄이 인상적인 뉴트럴한 스타일로, 향과 맛이 음식을 압도하지 않으므로 겸손한 인상을 주는 와인이다

     

    루피노 끼안티 DOCG 2016(Ruffino Chianti DOCG 2016)

    끼안티 DOCG는 루피노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하다. 와이너리에서 가장 처음 생산한 와인이 바로 이 와인이며, 미국에 가장 처음 수출한 끼안티 와인으로서 루피노의 유명세에 큰 기여를 했기 때문. DOCG 제도가 시작됐을 당시 그 대표성을 인정받아 DOCG 등록번호 ‘AAA0000001’을 부여받기도 했다. 현재의 와인 병 또한 전통적인 병 모양과 흡사하다. 산지오베제 70%와 메를로 위주의 다른 포도 30%를 블렌딩했으며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와 콘크리트 탱크에서 숙성했고 오크 숙성은 하지 않았다. 어린 산지오베제 특유의 루비 컬러에 체리와 크랜베리, 제비꽃 향이 복합적으로 느껴진다. 타닌이 적고 편하게 마실 수 있으며 다양한 아시안 퀴진과도 잘 어울릴 와인이다

     

    루피노 리제르바 두칼레 2014(Ruffino Riserva Ducale 2014)

    1927년 런칭한 리제르바 두칼레는 루피노가 왕실의 공식 와인업체로 선정되도록 적극적으로 후원해준 아오스타 공작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출시했다. 특히 양조 기술의 발전을 증명하는 와인으로, 끼안티 클라시코 DOCG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산지오베제 80%와 메를로와 카베르네 소비뇽 20%를 사용했고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 콘크리트 탱크에서 발효를 거쳐 오크 숙성을 진행했다. 오크향이 과하지 않고 말린 과일 향과 바닐라, 후추의 뉘앙스가 적절히 느껴지며 우아한 과실 풍미를 잘 보여준다

     

    루피노 모두스 2015(Ruffino Modus 2015)

    1997년 첫 출시한 수퍼투스칸 와인으로 루피노의 전통을 살리면서도 국제 품종을 블렌딩해 파워풀한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었다. 산지오베제 34%, 카베르네 소비뇽 33%, 메를로 33%를 블렌딩 했는데, 산지오베제의 세련된 질감과 체리 향, 메를로의 블랙베리와 민트 향, 카베르네 소비뇽의 구조감 덕분에 과실미가 조화롭고 복합미가 뛰어난 스타일이다. 루피노가 소유한 6개의 에스테이트 중 포지오 카시아노(Poggio Casciano) 빈야드와 다른 빈야드의 포도를 선별해 각각 발효를 진행한 뒤 프렌치 오크통과 아메리칸 오크통에서 1년씩 숙성한다. 이후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블렌딩한 뒤 6개월의 안정화를 거쳐 출시하며, 현재 2015년 빈티지가 막 출시됐다. 가브리엘레 타코니가 “다른 수퍼투스칸 와인들이나 값비싼 프리미엄 와인들에 견주어 손색이 없을 것”이라며 와인메이커로서의 자부심을 표했을 만큼 루피노의 상징적 와인이다.

    * 자료제공: 와인21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