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향기 / 브랜드스토리] 별이 되어 돌아왔다, 레이몬드 빈야드

  • 시니어조선

    입력 : 2018.07.11 16:57

    레이몬드 리저브 실렉션 까베르네 소비뇽(Raymond Reserve Selection Cabernet Sauvignon)에는 선명하고 붉은 레이블이 둘러져 있다. 레이블의 부드러운 감촉이 마치 와인이 담고 있는 벨벳 같은 타닌을 상징하는 것 같다. 이 레이블은 2013년 레이몬드 빈야드(Raymond Vineyards)의40번째 빈티지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는데, 반응이 좋아 이후 계속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레이몬드 빈야드가 첫 번째 와인을 시장에 내놓은 것은 지금으로부터40년 전인1974년이었지만, 레이몬드의 시작은 그로부터 한참 전인193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붉은 벨벳으로 장식된 레이몬드의 테이스팅 룸
    1933년 로이 레이몬드는 나파 밸리로 이주해 벨린저 와이너리에서 와인메이커로 일했다. 베린저는1870년에 설립된 나파 밸리의 유서 깊은 와이너리다. 1936년 로이는 베린저의 설립자 제이콥 베린저의 손녀인 제인 베린저와 결혼했고, 두 아들을 낳았다. 1970년 베린저가 네슬레에 매각되자 레이몬드 가족은 나파 밸리에36헥타르의 포도밭을 구입하고 레이몬드 빈야드를 설립했다. 이후39년간 레이몬드 가족이 운영하던 이 와이너리는2009년 프랑스의 와인그룹 부아세(Boisset)에 매각됐다.

    부아세가 인수한 뒤 레이몬드 빈야드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나파 밸리의 러더포드(Rutherford)와 세인트 헬레나(St. Helena)에 위치한 포도밭이 캘리포니아 써티피케이티드 오가닉 파머스(CCOF) 인증을 획득했고, 미국 디미터(Demeter)로부터도 바이오다이나믹 인증을 받았다. 와이너리도100% 태양광 이용 설비를 갖추어 지속가능형 와인양조를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변화는 와인메이커 스테파니 퍼트넘(Stephanie Putnam)이 레이몬드 빈야드에 조인한 일이었다.
    레이몬드 와인메이커 스테파니 퍼트넘
    스테파니 퍼트넘은 U.C.Davis 를 졸업한 뒤 헤스 컬렉션(Hess Collection)과 파 니엔테(Far Niete)에서 십여 년의 경력을 쌓은 재원이었다. 특히 그녀가 만든 까베르네 소비뇽2005년 빈티지는 The Wine News가 선정한 올해의 까베르네 소비뇽으로 뽑힐 정도로 품질을 인정 받았다. 2009년 부아세가 레이몬드 빈야드를 인수했다는 소식을 듣자 스테파니는 부아세의 오너에게 편지를 썼다고 한다. 자신이 늘 레이몬드 와인을 벤치마크하고 있었고, 레이몬드 와인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당당히 밝힌 것이다. 부아세는 기꺼이 그녀를 받아들였고, 이후 그녀의 활약은 눈부셨다. 레이몬드의 제너레이션 까베르네 소비뇽2009 빈티지가 Wine Enthusiast와 Wine Spectator 선정2013년 Top 100 와인에 뽑혔고, 레이몬드 와인이 Wine Advocate, Wine Spetator, Wine Enthusiast, Wine&Spirits 등 여러 매체로부터90점 이상 높은 점수를 받은 것도30회가 넘었다. 2012년에는 Wine Enthusiast가 부여하는 ‘올해의 미국 와이너리’를 수상하기도 했다.

    2018년6월21일 스테파니 퍼트넘이 한국을 방문했다. 캘리포니아 토박이인 그녀는 까베르네 소비뇽이야말로 그녀에게 가장 익숙한 품종이라고 말하며 다분히 남성적인 품종이지만 잘 길들여 아름답게 균형잡힌 와인을 만드는 것이 자신의 목표라고 설명했다.향미의 강함보다 향미의 지속성을 더 염두에 두며 와인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녀와 함께 맛본 레이몬드 빈야드의 와인들은 나파 밸리 특유의 묵직함보다 순수한 과일향과 절묘한 밸런스를 자랑하고 있었다. 시음한 다섯 가지 와인 모두에서 여인의 섬세한 터치를 느낄 수 있었다.
    스테파니 퍼트넘과 함께 시음한 레이몬드의 와인들
    레이몬드 리저브 실렉션 샤르도네2016 (Raymond, Reserve Selection Chardonnay)

    나파 밸리 최남단에 위치한 제임슨 캐년(Jameson Canyon)에서 수확한 샤르도네로 만들었다. 제임슨 캐년은 캘리포니아의 뜨거운 햇살과 바다에서 밀려드는 차가운 안개가 공존하는 곳이어서 기후가 서늘하다. 이런 곳에서 자란 샤르도네로 만들어 레이몬드 리저브 실렉션 샤르도네는 과일향과 산도의 밸런스가 탁월하다. 잘 익은 레몬, 자몽과 함께 파인애플 같은 열대과일향이 달콤하며 푸릇한 허브와 풀 내음이 와인의 산뜻함을 강조한다. 와인의 상쾌함을 살리기 위해 젖산 발효는 하지 않았으나 오크 숙성시(20% 새 오크) 이스트 앙금을 지속적으로 저어주어 질감이 실크처럼 매끈하다. 보디감이 묵직하므로 닭고기,돼지고지 요리와 잘 어울리며, 중국식 해산물 요리에 곁들이기에도 좋은 와인이다.


    레이몬드 리저브 실렉션 메를로2013 (Raymond, Reserve Selection Merlot)

    나파 밸리 메를로로 이렇게 상큼한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었다는 점이 놀랍기만 하다. 메를로90%에 까베르네 소비뇽9%, 프티트 시라1%를 블렌드해 만든 이 와인은 붉은 베리류의 향미가 신선하고 상쾌한 허브와 매콤한 후추향이 와인에 복합미를 더하고 있다.중간 정도의 보디감과 매끄러우면서도 탄탄한 타닌 또한 매력적이다. 다양한 음식과 두루 잘 어울릴 만한 우아한 메를로 와인이다.


    레이몬드 리저브 실렉션 까베르네 소비뇽2015 (Raymond, Reserve Selection Cabernet Sauvignon)

    붉은 벨벳 레이블이 아름다운 와인이다. 까베르네 소비뇽92%에 프니 베르도, 말벡, 까베르네 프랑,프티트 시라, 메를로가 조금씩 섞여 있다. 맛을 보면 검붉은 야생 베리들이 다양하게 섞인 과일향과 함께 다크 초콜릿, 후추,민트, 담배 등의 향이 어우러져 있다. 질감이 매우 부드럽지만 구조감은 탄탄하다. 육류 요리에 곁들이기 좋은 스타일이다.


    레이몬드 러더포드 까베르네 소비뇽2014 (Raymond, Rutherford Cabernet Sauvignon)

    나파 밸리 러더포드에 위치한 밭에서 수확한 까베르네 소비뇽100%로 만든 와인이다. 한낮의 작열하는 태양과 저녁의 서늘함이 특징인 러더포드의 기후가 온전히 와인에 녹아 있는 듯하다. 체리와 자두 등 검게 농익은 과일향이 감초, 후추, 계피 등 향신료 향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구조감이 단단하지만 입안에서 느껴지는 질감은 놀라울 정도로 매끈하다. 보디감 또한 지나치게 무겁지 않아 음식을 압도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야생 베리가 뒤섞인 듯 달콤한 향미가 여운에서 길게 이어진다.


    레이몬드 제너레이션 까베르네 소비뇽2013 (Raymond, Generations Cabernet Sauvignon)

    나파 밸리에서5새대에 걸쳐 와인을 생산한 레이몬드 가족을 기념하는 와인이다. 나파 밸리 내 스택스 립(Stag’s Leap), 세인트 헬레나(St. Helena), 오크빌(Oakville) 등 가장 좋은 밭 세 군데에서 수확한 까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들었으며, 나파 밸리의 힘과 우아함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와인이 담긴 잔에 코를 가까이 하면 다양한 베리의 농익은 향미가 묵직하게 올라올 정도로 농축미가 뛰어난 와인이다. 잘 익은 타닌은 벨벳처럼 부드러운 질감과 탄탄한 구조감을 이루고 있다.풍부하고 신선한 과일향, 보디감, 산도의 밸런스가 완벽해 스테이크처럼 육질이 잘 살아 있는 요리와 즐기기에 좋은 와인이다. 숙성 잠재력 또한20년 이상이다.

    레이몬드 와인은 지난10년간 수입이 중단된 상태였다.소유주가 바뀐 뒤 여러 변화를 겪으며 품질 개선에 힘쓰다 보니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릴 틈이 없었다고 한다.이제 다시 우리를 찾아온 레이몬드 빈야드. 풍부하고 우아한 맛과 향으로 별이 되어 돌아왔다.


    자료제공 : 와인21닷컴 / 김상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