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21 / 브랜드스토리] 이토록 남다른 칠레 와인, 데 마르티노(De Martino)

  • 시니어 조선

    입력 : 2019.07.01 09:57

    “한 병의 와인을 오픈한다는 건 놀라운 경험이죠.” 지난 6월 18일, 인터뷰를 위해 마주앉은 데 마르티노(De Martino)의 수출 총괄이사 가이 후퍼(Guy Hooper)가 꺼낸 말이다. 이 이야기가 새삼스럽게 느껴진다면, 어느덧 일상적으로 오픈하는 와인에 대해 무감해진 것이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생산자의 철학이 담긴 와인이란 그의 말처럼 놀라움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니까.

    가이 후퍼 이사는 데 마르티노 와인의 개별성과 차별성을 강조하며, 와인마다 고유한 캐릭터와 개성을 만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상업적으로 표준화되고 세계화되어 비슷해진 와인은 우리가 오픈하기도 전에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코카콜라와 다름없을 것”이라고. 그렇다면 자연히 이 질문이 따라온다. 무엇이 다른가. 무엇이 달라서 와인을 마시는 이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하는가. 실제로 데 마르티노는 여타 칠레 와인들과 매우 다른 스타일을 보여준다는 평을 얻고 있고, 지난 17일 열린 와인 시음회 ‘국순당 와인 갤러리’에서도 이런 반응이 나왔다. 그 차이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먼저 데 마르티노 와이너리의 사람들과 포도원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한국을 찾은 데 마르티노의 수출 총괄이사, 가이 후퍼(Guy Hooper)/사진 제공=와인21

    1934년, 이탈리아에서 온 이민자가 칠레 이슬라 데 마이포(Isla de Maipo)에 와이너리를 설립하며 출발한 데 마르티노는 올해로 85주년을 맞았다. 현재 4세대인 마르코 안토니오 데 마르티노(Marco Antonio De Martino)와 세바스찬 데 마르티노(Sebastian De Martino)가 이어가고 있는 가족 경영 와이너리. 칠레 전역의 347개 포도밭을 조사한 뒤 가장 잠재력이 뛰어난 포도밭을 선정했고 마이포(Maipo D.O.), 카사블랑카(Casablanca D.O.), 리마리(Limari D.O.), 카차포알(Cachapoal D.O.), 마울레(Maule D.O.), 엘키(Elqui D.O.), 초아파(Choapa D.O.) 등 다양한 지역에서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이번에 한국을 찾은 가이 후퍼는 영국인으로 1996년 칠레로 넘어가 데 마르티노에 입사했고 지금까지 24년째 와이너리와 함께하고 있다. 그는 패밀리의 일원이 아니지만 스스로 가족이나 마찬가지라 느낀다고 말한다. 오랜 세월 함께하며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헌신해온 시간이 길었기 때문.

    그리고 또 한 사람, 저명한 와인메이커 마르셀로 레타말(Marcelo Retamal) 역시 1996년부터 데 마르티노와 함께 해왔고 지금까지 23개 빈티지를 생산했다. 그는 <디캔터>에서 선정한 ‘전 세계 영향력 있는 와인메이커 30인’에 오르기도 했다. 가이 후퍼는 그를 두고 “실력을 갖춘, 존경 받는 와인메이커이자 새로운 시도에 대해 열려 있는 인물”이라 설명한다. 가족 경영 와이너리에서 오랜 시간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 이런 지속성이 데 마르티노의 성공 이유이기도 하다.

    데 마르티노는 떼루아에 중점을 두고, 가족의 유산을 지키며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와인을 생산한다. 동시에 여러 와인 평론가들로부터 ‘가장 역동적이고 실험정신이 강한 와이너리’로도 꼽힌다. 이들은 칠레에서 처음으로 까르메네르 품종을 레이블에 표기해 와인을 생산했고, 1997년 그것을 영국으로 수출하며 최초로 판매한 역사가 있다. 싱글 빈야드 까르메네르는 이후 여러 칠레 와이너리에서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추구하는 와인 스타일을 위해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고 새로운 지역에서의 도전도 계속하고 있는데, 4세대가 경영을 이어받은 뒤 더욱 다이내믹하고 혁신적인 프로젝트가 이어지고 있다.

    와인 스타일에 큰 변화가 있었던 건 2011년 빈티지부터다. 가이 후퍼는 그 해를 기점으로 데 마르티노의 와인이 더 자연스럽고 우아한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설명한다. “2011년 빈티지를 기점으로 이전에는 파워풀하고 알코올이 높은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었다면 그 이후로는 보다 알코올이 낮으면서 더 신선하고 아름다운 피네스를 추구하는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죠. 이를 위해 수확 시기를 앞당기고, 야생 효모를 사용하며, 뉴 오크 대신 10년 이상 사용한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만 숙성하는 등 전반적인 생산 과정에 큰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와인메이커의 결단을 오너 가족이 전적으로 지지했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로버트 파커의 <와인 애드버킷(Wine Advocate)>으로부터 ‘최고의 칠레 와이너리’로 선정됐고, <와인 앤 스피리츠(Wine & Spirits)>에서 선정한 세계 100대 와이너리에 2번이나 올랐다.

    수상 기록이나 공식적인 평가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데 마르티노가 다가가는 소비자들의 평가라는 것이 그의 생각. 와인은 개별적이고 주관적인 것이므로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의 개인적인 생각과 선택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칠레 와인에 대한 기존 인식을 바꾸고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는 데 마르티노의 프리미엄 와인들을 시음하며 확인할 수 있었다.

    가이 후퍼 이사와 함께 시음한 데 마르티노의 와인들/사진 제공=와인21

    데 마르티노의 유산 같은 와인, 레가도

    ‘유산’의 의미를 담은 레가도(Legado) 시리즈는 데 마르티노 뿐만 아니라 칠레에서도 특별한 와인이다. 레가도 시라가 칠레 와인 역사상 처음으로 <와인 스펙테이터>의 표지를 장식한 바 있기 때문. 이날 시음한 레가도 레세르바 샤르도네(Legado Reserva Chardonnay) 2017은 선선한 해양성 기후인 리마리 밸리에서 엄선한 샤르도네 100%로 생산한다. 미디엄 바디에 신선한 과실 아로마와 미네랄이 조화를 이루며 긴 피니시를 남기는 와인이다.

    데 마르티노의 자부심을 보여주는 싱글 빈야드 와인

    데 마르티노는 싱글 빈야드에서 한 가지 품종만을 사용해 만든 와인을 통해 떼루아와 캐릭터의 특성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파르셀라 5 소비뇽 블랑(Parcela 5 Sauvignon Blanc) 2017은 카사블랑카 밸리에서 생산된 포도를 사용했고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7개월간 숙성했다. 부드러운 질감과 생생한 산도, 미네랄이 돋보이는 와인이다. 약 6천 병 정도만 생산하며 최근 출시된 빈티지들이 모두 평단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자체로 자연스러운 내추럴 와인, 비에하스 티나하스

    데 마르티노는 홈페이지나 레이블 등에서 ‘오가닉’이란 단어를 전면에 드러내지 않는다. 가이 후퍼는 “그것이 중요하지만 우리에겐 마치 삶의 방식처럼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굳이 내세우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내추럴 와인 ‘비에하스 티나하스(Viejas Tinajas)’는 2011년이 첫 빈티지다. 현재 내추럴 와인이 세계적 트렌드로 떠오른 현상을 생각하면 8년 전부터 일찌감치 생산을 시작한 것이다. 이따따 밸리(Itata Valley)에서 재배한 뮈스카로 화이트 와인을, 쌩소 품종으로 레드 와인을 생산한다. 기계와 기술,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했고 손수확을 하며 암포라에서 숙성을 진행한다. ‘비에하스 티나하스’가 ‘오래된 항아리’라는 뜻이니 와인과도 잘 어울리는 이름. 이날 시음한 와인은 비에하스 티나하스 쌩소(Vieja Tinajas Cinsault) 2018년 빈티지였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각 와인이 정체성을 갖는 것입니다. 이따따 밸리의 순수하고 자연스러움을 담아낸 비에하스 티나하스 쌩소는 생기 넘치고 예쁜 느낌을 주는 와인이죠.” 그의 말대로 이 와인은 첫인상에서부터 화사한 꽃 향기와 붉은 과실향으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보여줬다. 마스터 오브 와인 알리스테어 쿠퍼(Alistair Cooper)는 <디캔터>에서 이 와인을 세계 최고의 쌩소 와인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전형성에 더해진 개성, 라 칸차 까베르네 소비뇽

    이날 선보인 또 하나의 싱글 빈야드 와인은 라 칸차 까베르네 소비뇽(La Cancha Cabernet Sauvignon) 2016이었다. 이슬라 데 마이포에서 까베르네 소비뇽 100%로 생산해 오크통에서 24개월간 숙성했다. 전형적인 까베르네 소비뇽의 무게감을 보여주면서도 생동감 있는 산도와 우아한 타닌이 조화를 이루며 데 마르티노만의 개성을 보여주는 와인이다. 구조감이 뛰어나 15년에서 20년 정도의 충분한 숙성잠재력이 있는 와인으로 평가 받고 있다.

    올드 바인에 대한 열정, 비뇨

    데 마르티노에서는 올드 바인에 큰 열정을 가지고 비뇨를 생산하고 있다. 칠레에서 '비뇨(Vigno)'라는 명칭을 쓰기 위해서는 마울레 지역에서 35년 이상 수령의 올드 바인으로부터 생산한 포도를 사용해야 하고, 최소한 65% 이상은 까리냥을 사용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규정이 있다. 올드 바인 비뇨(Old Vines Vigno) 2016은 85%의 까리냥을 사용했고 나머지 15%는 말벡과 쌩소를 블렌딩했다. 포도나무의 수령은 약 60년. 우아하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와인으로, 버티컬 테이스팅으로 함께 시음한 2011년도 아직 어리다고 느껴질 만큼 강건한 스타일이다. 데 마르티노의 와인들 대부분이 평론가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데, 특히 이 와인은 2016년 빈티지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97점을 받았고 이는 칠레 와인 역대 최고점이다.


    자료제공 : 와인21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