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채굴지수와 행복지수

    입력 : 2019.07.19 18:09

    며칠 전, ‘4차 산업혁명과 블록체인’이란 주제의 강연을 듣고 나서, 삼삼오오 소감을 나누는 자리에 참석했다. 처음 만났지만, 중고생을 둔 40대 후반 아주머니에게서 들은 말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저는 최근 새로운 문명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우리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잖아요? 그래서 이와 관련된 서적을 죽 읽다가 오늘 강연을 들으니, 무척 동감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특히, AI, Big data, IOT, Drone, 유전자은행 등등 첨단 문명 대부분이 블록체인을 통해 현실화하는 시점이라 생각되니 무척 긴장되기도 하고요.”

    긴장되는 것은 오히려 듣는 사람들이었다. 나 또한 자세를 다시 고쳐 앉고, 새로운 세상을 대하는 듯한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에 집중했다.

    “강연 시간 내내 제 아이들이 몸으로 부딪쳐 살아갈 세상 이야기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으로 강연이 어떻게 끝나는지도 몰랐어요. 이제, 아이들을 위해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 뚜렷해지는 것 같았어요. 저부터 먼저 제4차 산업시대에 살아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들으며,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새로운 분위기에 젖어 사람 마음과 마음이 서로 비슷해지고, 그래서 함께 있는 사람들 모두 손잡고 새로운 세상으로 가고 있다는 즐거움 때문이었으리라.

    우리는 ‘자연은 살아있다’라는 말을 수없이 사용한다. 이 ‘자연생태계’ 보존에 관한 원칙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모든 지침을 준다. 인간의 손으로 탄생한 컴퓨터가, 어쩌면, ‘블록체인생태계’라는 말로 또 한 번의 정점을 찍으려는 현상이 세계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이 두 ‘생태계’에 유일한 공통점이 있다면, 결국 인간이 그 중심에 있기에 지칭된다는 것이리라. 문제는 ‘블록체인생태계’를 만들고 보존하려는 우리들의 자세다. 이 자세에 따라 행복지수가 새로 달라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블록체인생태계를 자연생태계처럼 상상해 의인화시켜 보자. 사람이 음식을 먹는다면, 컴퓨터 프로그램인 블록체인은 전기가 있어야 한다. 또 사람이 공기를 마셔야 살 듯, 키보드든 마우스든 건드려 주어야 컴퓨터는 살아 움직인다. 사람이 먹고 숨 쉬는 일 이외에 무엇인가 새로운 시간에 적응하는 행복감을 누리는 일이 살아있음이라고 한다면, 컴퓨터는 인간이 어떻게 해든 계속 건드려 주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암호를 맞추는 행위가 계속 이어져야 바로 블록체인생태계가 유지되는 것처럼….

    블록체인은 단위 컴퓨터에 있는 기억장치의 연속 자료들의 나열이다. 이러한 나열은 블록과 체인이라는 2개의 의미가 결합하여 계속 컴퓨터 내에 쌓이는 것이다. 블록은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자 하는 것들을 일정 시간 동안 담은 내용으로 구성된다. 체인은 이 블록들이 하나의 진실임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 과정이 블록마다 존재하는 암호 맞추기 행위이다. 이를 채굴(Mining)이라 한다. 물론 이 채굴을 하는 주체는 또한 컴퓨터인데, 바로 채굴기라 부른다.

    특정 목적을 위해 접근하는 다른 사람과 나와의 관계를 구성해 주는 ‘컴퓨터 자료 교류의 장’을 특정 플랫폼이라고 한다. 서로 가진 가치와 의미를 거래하는 이러한 교류의 장이 이제 블록체인 이론으로 인해 ‘블록체인생태계’로 발전한 것이다. 이것이 차세대 문명의 가장 중요한 핵심으로 떠오르는바, 세계는 이 플랫폼 선두 다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바로 차세대 먹거리를 움켜쥐고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플랫폼의 중요성이 얼마나 심각하게 대두되는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중앙 독점에서 분산 공유의 원장 처리 방식으로 전환되는 현재 세계의 화두는 2가지다. 결국 얼마나 채굴기를 생산하고 확보하고 있느냐, 그리고 얼마나 암호를 맞추는 공증참여자(Nodes)를 많이 확보하느냐로 압축된다.

    블록체인이 일반화하면서 채굴기를 제일 많이 생산하고 설치해 운영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이어 미국, 홍콩 순으로 이들이 전 세계의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이 가시적으로 볼 때, 세계 채굴시장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편, 블록체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공증참여자의 참여도는 미국이 세계의 25%를 넘게 차지하고 있고, 중국은 홍콩을 포함한다 해도 5% 미만이다. 이는 중국이 H/W 중심의 블록체인 산업에 우선하는 정책을 펼쳤음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독일, 일본, 카자흐스탄, 러시아 등지에서 채굴공장을 증설하는 추세가 눈에 띄고 있는데, 이는 채굴기 자체에 대한 가치가 상승하는 현상을 방증하고 있다. 채굴기가 많아질수록 채굴 난이도가 높아진다. 불과 며칠 전에 전고점을 능가한 난이도를 볼 때, 난이도가 높아지는 만큼 채굴 사업자는 채굴기를 더 증설하려 할 것이고, 채굴기 자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다. 이는 사업자 간의 무한 출혈로 인한 블록체인생태계에 위험 요소로 작용할 것이 분명해진다. 전기료는 그만큼 치솟을 것이고, 결국 이러한 현상은 자연생태계까지 위협하게 된다.

    이러한 작금의 현상에 자정 노력이 스스로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2019년 3월 일본에서 열린 <TEAMZ  BLOCKCHAIN SUMMIT>에서 월드디지털채굴협회(World Digital Mining Organization)가 조직되었다. 이러한 국제 조직체가 탄생한 것은 ‘블록체인생태계가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이익 당사자들 간의 필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 결국 국제적 규제와 국가 간 타협이 이어지겠지만, 그 이전에 일어나는 블록체인생태계 중심의 플랫폼을 선점하려는 - 블록체인 플랫폼 기업 간의 무한 급에 해당하는 경쟁이다. 그 한 예를 들어보자. 자율자동차가 운행되는 A 플랫폼은 자율 주행에 따른 정보가 많은 기타 플랫폼과 실시간 정보 동기화가 이루어져 종속될 것이다. 이러한 A 플랫폼의 선점에 따른 특허출원은 결국 그 기업이 속한 국가의 이득으로 귀속된다. 이처럼 A 플랫폼의 블록체인생태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것이 채굴기라 할 수 있다.

    제4차 산업시대가 꽃을 피우게 될 즈음, 아마도 <채굴지수>가 한 나라의 국력을 가늠하는 기준 중의 하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채굴지수>를 나타내는 요소로 채굴기 대수, 채굴권 개수, 공증 참여자 수, 초고속망지수, 국민의 정보사용 능력 등이 포함될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아무리 <채굴지수>나 그 이상의 또 다른 지표들이 나타난다 해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음을 다시 직시하고 싶다. 바로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가족과 이웃 사랑일 것이다.

    “제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곧 블록체인 중심의 제4차 산업시대입니다. 오늘 들었던 강연이 제 삶을 조금 더 바꾼 것 같아요. 내일부터라도 당장 블록체인생태계 세상에 동참하고 싶어졌어요. 이렇게 마음먹고 나니, 무척 즐겁습니다.”

    어쩌면, 행복이란 새로운 것과 만나는 일인지도 모른다. 며칠 전에 강연장에서 만난 아주머니의 맑은 미소가 다시 떠올랐다. 그랬다. 지금 세계는 블록체인 관심으로 새로운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이러한 아주머니와 같은 분이 더 많이 생길 터이니, 우리나라 역시 세계 어디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일었다. 이렇듯, 자식을 둔 많은 분이 차세대 문명에 살아가기 위해 무엇인가 디딤돌이 되겠다는 다짐의 말이었기 때문이리라. 분명 역사의 굴레를 굴리는 몫은 어른들이 분명하다. 맞다, 희생을 전제로 한 어른, 곧 내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