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토끼와 거북이

    입력 : 2019.07.25 11:31

    토끼와 거북이가 달리기 경주를 했다. 10km 떨어진 언덕 위 깃대에 먼저 도달하면 승리하는 것으로 규칙을 정했다. 출발 신호와 함께 동시에 출발했다. 역시나 모두의 예상대로 토끼가 거북이보다 빠르게 앞서갔다. 토끼가 한참을 달리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거북이는 아예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토끼는 이미 이 경주는 본인이 이기리라 확신을 했다. 그러자 토끼는 긴장의 끈이 늦추어 지면서 대충 뛰어도 이긴다는 생각에 중간 지점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쉬엄쉬엄 가더라도 얼마든지 거북이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거북이는 본인이 토끼와의 경주에서 애초부터 어렵다고 인정했다. 그렇게 인정은 했지만, 본인의 한계치를 극복하겠다는 자신의 목표를 세우고 그 경주에 최선을 다했다. 한발 한발 느리지만 쉬지 않고 꾸준히 발걸음을 옮겼다. 토끼가 앞서가는 것에 개의치 않고 오직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면서 열심히 가다 보니 어느새 목표 지점에 도달했다. 예상과 달리 먼저 도착했을 것이라는 토끼는 보이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뒤에서 토끼가 막 달려오는 것을 목격했다. 모두의 예상과 달리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는 거북이의 승리로 돌아갔다.

    위 얘기는 이솝 우화에 나오는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로 필자의 경험을 반영하여 약간 각색을 해서 기술했다. 이렇게 글의 서두에 이솝 우화를 언급한 것은 이 내용이 필자가 살아 왔던 인생길과 유사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반백 년을 살아오면서 오직 토끼와 같은 삶을 살아왔다. 특히 직장 생활 25년은 토끼와 같은 삶의 연속이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남보다 항상 앞서 생각하고 한발 앞서 행동에 옮겨야 했다. 그래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한 경쟁 구도에서 살아오다 보니 가정에서도 그런 모습이 은연중에 나타났다. 예를 들자면 아내가 저녁 식사 준비를 할 때도 배가 고프면 그 짧은 시간을 참지 못하고 아내에게 재촉하곤 했다. 비록 한 가지 예를 들었지만, 일상에서 이런 빨리빨리의 모습이 결국엔 가정의 평화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곤 한다.

    비단 이 같은 사례는 필자의 경우만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오늘날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50대 중년의 평균적인 삶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항상 시간에 쫓기듯 3‧40대를 거쳐 온 삶의 여정이 50대가 되어 과연 천천히 여유 있게 살아온 사람과 비교해 볼 때 과연 어떤 차이가 있을까? 남들보다 한 발짝 빠른 일 처리로 상사로부터 인정을 받고 그에 따른 성과를 다른 이에 비해 더 받았을 것이다. 그러면서 경제적인 풍요도 좀 더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그 경제적인 풍요 외에 내 개인과 나의 가정에 어떠한 혜택이 더 주어졌을까? 이 질문에 대해 긍정적인 답을 찾을 수 없는 것이 오늘날의 50대의 모습이 아닐까 다시금 생각해 본다.

    어느 정도 부는 일구었지만, 그 일구어진 부의 뒷면에서 소홀해진 부분은 다시 찾아올 수 없는 현실이다. 남들보다 좀 더 빠르게 남들보다 더 바쁘게 살아온 삶의 가장 아픈 부분은 나의 가정 즉 나의 아내와 아들, 딸들과의 정서적인 교감의 결핍이다. 이것이 오늘날 급하게, 바쁘게 살아온 대한민국 50대 가장의  가장 큰 손실이다.

    100세 시대다. 비록 50년은 이렇게 살아왔지만 남은 50년은 다르게 살아볼 필요도 있다. 항상 고기만 먹고 살 수는 없다. 때론 야채도 먹어봐야 고기의 참맛을 아는 것처럼, 토끼처럼 50년을 살아왔다면 이제 남은 50년은 거북이처럼 한번 살아 보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삶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살아 왔으면 저렇게라도 한번 살아 보는 것도 인생의 색다른 즐거움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