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도 제철이 있나요? (1편)

  • 시니어 조선

    입력 : 2019.08.01 14:54

    제철 과일, 제철 해산물, 제철 음식이라는 말이 있다. 제철은 ‘알맞을 때’를 의미하는데 해당 시기에만 소비할 수 있거나, 그 시기에 최상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치즈도 제철이 따로 있을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치즈 장인들이 전통적인 생산방식을 이용해 수공예로 만드는 아티장 치즈(artisan cheese)의 세계에는 분명히 계절성이 있다. 그러나 치즈의 계절성은 특정 계절에만 볼 수 있는 채소나 과일과는 다른 개념이다.

    사진 출처 및 자료제공 : 프랑스 국립낙농협의회(CNIEL), 소펙사코리아, 와인21닷컴

    제철이 있다

    프랑스에서 생산하는 다수의 아티장 치즈들은 여전히 살균을 거치지 않은 우유인 생유로 만들어진다. 생유의 풍미는 젖소가 무엇을 먹는지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봄에는 젖소들이 따스한 볕을 받으며 신선한 풀과 야생 꽃들을 뜯어먹는다. 여름의 끝자락에는, 한차례 비를 맞고 다시 피어올라온 목초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 반면, 추운 겨울에 젖소들이 먹을 수 있는 것은 대부분 건초, 보충 사료, 엔실리지(ensilage, 작물을 저장탑이나 깊은 구덩이에 넣고 젖산을 발효시켜 만든 사료.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으며 영양가가 높아 주로 겨울철에 사료로 사용됨) 등이다.

    이처럼 생유는 젖소가 먹고 자라는 환경에 따라 일 년 내내 서로 다른 맛과 풍미를 지니며 계절에 따른 특색을 갖는다. 다시 말해 치즈는 계절의 영향을 받는다. 그 증거로 봄철의 젖으로 만든 치즈를 예로 들어볼 수 있다. 다양한 야생화로 뒤덮인 기름진 풀을 먹고 자란 젖소의 우유는 보다 복합적인 아로마를 띤다. 또한 신선한 목초에는 베타카로틴(beta carotene)이 풍부한데, 우유는 이런 영향을 받으며 이 시기의 우유로 생산한 치즈는 다른 계절의 치즈보다 황금빛의 노란기가 더 많이 감돈다.

    유럽 연합의 원산지 보호를 받는 AOP(Appellation d’Origine Protégée) 치즈 중에는 생산 시기를 제한하는 경우도 있다. 치즈의 계절적 요인과 관련된 특성을 엄격히 관리하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쌀레(Salers) 치즈는 목초지에서 풀을 뜯어먹고 자란 젖소의 우유로만 만들어야 하며, 4월 15일부터 11월 15일 사이에만 생산할 수 있다.

    제철이 없다

    계절적 차이가 존재한다고 해도, 여름에 만든 치즈가 겨울에 만든 치즈보다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다. 프랑스의 유명한 꽁떼(Comté) 치즈를 예로 들어보자. 여름에 생산된 꽁떼는 과일 향과 다양한 풍미가 느껴지는 진한 노란색 페이스트를 가지게 된다. 반면 겨울에 생산된 꽁떼는 그보다 밝은 빛깔을 가지며 건초 향이 두드러지는데, 몇몇 치즈 애호가들은 이 점을 그 어떤 것보다 높이 사기도 한다.

    또한 치즈가 생산된 계절과 치즈를 소비하는 계절이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치즈 제조 과정 중 숙성 단계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치즈의 맛과 질감이 숙성 과정과 그 기간에 따라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치즈 종류에 따라 숙성 기간은 모두 다른데, 흰색 피막의 연성 치즈와 염소젖 치즈는 보통 2주에서 3주간 숙성을 하고, 껍질을 닦은 연성 치즈는 약 한 달간 숙성을 거친다. 경성 치즈는 수개월에서 수년에 이른다. AOP 치즈인 쌀레 치즈를 다시 예로 들면, 이 치즈의 숙성 기간은 적어도 3개월이 되어야 하므로 8월에 생산된 쌀레 치즈는 11월이 되어서야 먹을 수 있다. 또한 같은 치즈라 할지라도 어떤 것은 6개월간 숙성하고 소비되는가 하면 또 어떤 것은 1년 넘게 숙성한 뒤 식탁에 오르기도 한다. 이 경우, 생산과 소비 시기에 따른 ‘제철’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수십 년간 이루어진 가축 사육의 추적 시스템이나 미생물 관리, 숙성 과정 통제와 같은 기술적 발전은 치즈의 품질과 풍미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오늘날 대다수의 치즈는 생유가 아닌 살균을 통해 균일화된 우유로 생산된다. 따라서, 우리가 좋아하는 대부분의 치즈는 일 년 내내 계절과 무관하게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사진 출처 및 자료제공 : 프랑스 국립낙농협의회(CNIEL), 소펙사코리아, 와인21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