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소신과 고집의 차이

    입력 : 2019.11.07 14:13

    지난달 저녁, 모 방송국 TV 채널에서 색다른 광경을 목격했다. 한 인물을 대상으로 청문회를 하는 내용이었다. 기존 상식으로 청문회란 소위 말하는 끼리끼리 문화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뻔한 것이기 때문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으나, 이날 청문회는 기존 내용과는 확연히 달랐다.

    일상적인 청문회는 질의하는 국회의원들이 양쪽 진영으로 나누어 본인이 속한 당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 청문회 자리에 앉으면 우호적인 질문과 함께 감싸주려 하고, 반대로 본인이 속한 당과 반대되는 진영의 사람이면 온갖 신랄한 비판과 심지어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는다. 소위 말하는 끼리끼리 문화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래서 좌, 우 진영 논리에 속하지 않는 일반 시청자가 보기에 청문회는 항상 뻔하다고 생각하고 대부분 큰 실망을 한다.

    그러나 이날 청문회 질의에 나선 한 국회의원은 진영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본인의 소신에 따른 발언을 했다. 이분의 모습은 그야말로 신선함과 충격 그 자체였다. 일상생활에서도 그렇듯이 본인이 속한 직장이나. 조직에서 그 직장과 조직의 이해와 상충하는 의견을 내기란 쉽지 않다. 그렇게 소신껏 의견을 개진한 후 상사와 동료로부터 불어오는 그 후폭풍을 감내하기에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분도 그렇게 소신 발언을 하자마자 곧바로 그 자리에 있던 동료들로부터 비난과 질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배신자, 자기만의 아집에 사로잡힌 사람 등등. 그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그칠 줄 몰랐다.

    당연히 이런 결과를 예상하면서도 이렇게 소신 발언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만약 필자가 저 위치에 있었다면 저렇게 조직의 논리에 반하는 소신 발언을 할 수 있을지 스스로 물었을 때 선뜻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필자 또한 그 후폭풍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 어떤 한 사람으로 인해 온 나라가 좌, 우로 극명하게 갈리는 모습을 보고, 정치 관련 방송이 나오면 바로 다른 채널로 돌리곤 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소위 ‘내로남불’의 전형적인 양상을 보인다.

    그럼 조직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렇게 발언을 한 그분의 말은 고집인가 혹은 소신인가? 그것을 알기 위해 먼저 두 단어의 사전적 의미가 중요하다. ‘고집’이란 “자기의 의견을 바꾸거나 고치지 않고 굳게 버팀”을 의미하고 이에 반해, ‘소신’은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옳다고 믿고 그에 따라 하려고 하는 생각”이라고 한다. 사람에 따라 달리 해석이 될 수 있겠지만 일반적인 관점에선, 고집은 부정적인 의미의 단어로 다가오고, 소신은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당시 상황만을 고려해서 고집이냐 소신이냐를 판단하기에는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기에 섣부른 감이 있다. 물론 다르게 생각하는 이도 많을 것이지만,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은 고집보다 소신이라는 결론이다.

    이렇게 결론을 내리게 된 배경은 두 가지 이유에서이다. 첫째는 그 사람의 진정성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그러한 관계에서 사람 개개인의 특성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다. 진솔한 사람, 진솔한 척하는 사람, 믿음이 가는 사람, 믿음이 가지 않는 사람 등등. 반백 년 이상 살아본 경험에서 봤을 때 고집보다는 소신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둘째는 그 사람의 성향이다. 일상생활에서 어떤 이와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 때 먼저 흥분하는 쪽이 항상 지게 되어 있다. 흥분하면 이성적인 판단보다 감정이 앞서면서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제대로 전달을 못 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생각지도 않은 말을 꺼내면서 상대방에게 역습을 당할 수 있다. 흥분하지 않고 차분히 얘길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고 고집보다 소신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그 사람의 발언이 고집이냐 소신이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본인의 생각을 강하게 주장하여 본인의 뜻이 관철되어 그것이 좋은 결과로 나타나면 오히려 고집을 내세워도 전혀 문제 되진 않는다. 보다 중요한 것은 공인으로 대중들 앞에서 본인의 생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역지사지를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힘없는 민초들이 공인에게 가장 간절히 바라는 모습이다. TV 채널 중 정치 이슈 프로그램이 가장 재미있는 그런 세상이 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