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도바의 스타, 카스텔 미미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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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0.02.25 11:04

    동유럽에 위치한 나라, 아직은 우리에게 생소한 나라다. 하지만 유구한 와인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러시아 황실에 와인을 공급할 정도로 고품질 와인을 생산하던 나라였다. 몰도바 와인산업은 이제 슬슬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있는 중이다. 그 선봉에 서있는 몰도바 최초의 샤토식 와이너리 카스텔 미미(Castel MiMi)를 방문했다.
    카스텔 미미의 와인샵/ 사진제공=카스텔 미미, 와인21
    카스텔 미미에 들어서면 세련된 현대식 와인샵이 먼저 눈길을 끈다. 카스텔 미미의 다양한 와인들이 진열되어 있고, 와인과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카페도 있다. 넓다란 유리창 너머로는 와이너리 본체 건물이 드넓은 광장 너머에 자리하고 있다. 기대보다 무척 큰 와이너리 규모는 사람을 압도하듯 웅장한 분위기를 내뿜는다.
    카스텔 미미 와이너리 전경/ 사진제공=카스텔 미미, 와인21
    와인샵을 나와 흰 자갈이 깔린 광장과 넓다란 잔디밭을 한참 걸어 지나면 와이너리에 도착한다. 고풍스러운 건물 1층은 와이너리 역사를 설명하는 전시장과 와인이 숙성되는 배럴룸으로 이루어져 있다. 배럴룸 벽의 오래되 보이는 돌들은 와이너리 역사를 말해주는 것 같다. 그런데 그 돌들 사이로 생뚱맞게 타일조각도 보인다. 몰도바가 러시아 연방이었을 당시 붙인 타일이다. 당시에는 이곳에서 와인 발효와 블렌딩을 했는데, 물청소를 쉽고 빠르게 하기 위해 벽면에 타일을 붙였다고 한다. 아름다움은 무시된 채 효율성만을 추구했던 시대의 잔재물이다.
    카스텔 미미의 배럴룸. 한쪽 구석에 아직 구소련시대 타일이 붙은 곳이 보인다/ 사진제공=카스텔 미미, 와인21

    카스텔 미미는 1893년 몰도바의 고위 공직자를 지낸 귀족 콘스탄틴 미미(Constantin Mimi)가 설립했다.  그는 23세 되던 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땅에 포도나무를 심었고, 프랑스 몽펠리에의 농업학교에서 와인을 공부했다. 25세에는 샤토 건설을 착수해 8년 뒤 완공했다. 그가 만든 와인은 곧바로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고 활발한 수출로도 이어졌다.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알렉산드르 2세와 루마니아의 황태자가 방문하는 등 카스텔 미미의 영광은 계속될 것 같았다. 하지만 러시아가 몰도바를 소비에트 연방으로 합병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1940년 카스텔미미는 연방국 최대 와인 공장으로 바뀌었고, 몰도바가 구소련으부터 독립할 때까지 품질보다 양 위주의 생산을 약 60년간 이어가야만 했다.

    카스텔 미미 와이너리 내에 위치한 레스토랑/ 사진제공=카스텔 미미, 와인21

    카스텔 미미가 다시 일어서기 시작한 것은 불부오카 출신의 트로핌(Trofim) 가문이 와이너리를 인수하면서부터였다. 이들은 와이너리의 옛모습을 되찾기 위해 무진 애를 썼는데, 구소련시대에 붙인 타일을 제거하는 것도 그중 하나였다. 뜯어낸 타일 분량만  트럭으로 100대분이었다고 하니 복구 작업이 얼마나 컸을지 상상이 된다. 이들은 와이너리 현대화와 와인의 고급화를 위해서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최신 양조 기술을 도입했으며 공연 시설과 호텔을 지어 와이너리를 복합 문화공간으로 변모시켰다. 특히 레스토랑의 경우 불부오카 지역에서 생산되는 신선한 식자재를 활용해 수준 높은 음식과 함께 카스텔 미미의 다양한 와인들을 즐길 수 있도록 꾸몄다. 이런 노력 끝에 카스텔 미미는 몰도바의 3대 관광지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으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15개 와이너리 중 하나로 뽑히기도 했다.

    카스텔 미미를 방문했을 때 카스텔 미미의 오너이자 와인메이커인 아드리안 트로핌(Adrian Trofim)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카스텔 미미 와이너리 내부와 와인들을 설명하며 배럴 테이스팅을 직접 진행했다. 그는 마침 배럴의 종류별로 와인이 어떻게 숙성되는지 실험하고 있었는데, 우리에게도 일일이 맛을 보여주며 지금까지 연구한 결과를 말해주기도 했다. 와이너리는 아버지가 구입했지만 아들로서 더 큰 발전을 이루기 위해 직접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는 것을 보니 앞으로 카스텔 미미가 얼마나 더 훌륭한 와인을 만지 무척 기대가 됐다.

    배럴에서 와인의 테이스팅 샘플을 뽑고 있는 오너 와인메이커 아드리안 트로핌/ 사진제공=카스텔 미미, 와인21

    카스텔 미미는 토착 품종과 국제 품종으로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들이 만드는 와인 가운데 두 가지 시리즈가 이미 수입되고 있는데, 몇몇 판매처에 문의해 보니 가격 대비 품질이 워낙 좋아 한 번 맛본 사람들은 꼭 다시 찾는다고 한다.

    카스텔 미미의 노이(Noi) 시리즈 중에는 피노 누아,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 샤르도네가 수입되고 있는데, 모두 품종의 특징이 잘 살아 있으며 향이 풍부하고 맛이 부드러워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스타일이다. 소비자가 3만 원대라는 점이 믿어지지 않는 품질이다.

    현지에서 맛본 카스텔 미미 클래식 시리즈 와인/ 사진제공=카스텔 미미, 와인21

    클래식 시리즈 중에서는 레드와인으로 메를로와 카베르네 소비뇽, 화이트 와인으로 페테아스카 알바(Feteasca Alba)가 수입되고 있다. 메를로는 야생 베리향이 풍부하고 계피 등 향신료 향이 느껴지며 타닌이 벨벳처럼 부드럽다.  카베르네 소비뇽은 말린 자두향과 함께 후추, 다크 초콜릿 같은 향미가 복합미를 이루며, 질감이 탄탄하다. 메를로와 카베르네 소비뇽 모두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6개월간 숙성된 뒤 출시된다. 동유럽 품종인 페테아스카 알바로 만든 화이트 와인에서는 레몬과 자몽 등 시트러스 계열 과일과 함께 복숭아 같은 핵과류의 향미가 느껴진다.

    카스텔 미미 레스토랑에서 맛봤던 몰도바 음식과 와인은 모두 우리에게 결코 낯설지 않는 맛이었다. 몰도바의 개성이 많이 살아 있었지만 우리 입맛에도 딱 맞아서인지 지금도 그때 먹고 마셨던 맛이 기억에 선명하다. 최근 동유럽 와인이 눈에 많이 띈다.  그중에서도 몰도바 와인, 특히 카스텔 미미 와인은 아마도 우리 시장에서 가장 빨리 자리잡는 와인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김상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