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목디스크 그리고 상반된 소견

    입력 : 2020.02.26 15:01

    오른쪽 팔이 갑자기 많이 저렸다. 작년 11월 초 어느 날이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20년 이상 회사 생활하면서 가끔 팔 저림 현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엔 좀 달랐다. 팔 저림 현상이 하루, 이틀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면서도 수시로 오른쪽 팔이 저려 왔다. ‘그래도 괜찮아지겠지.’하고 참다가 한 달이 지났다. 1개월이 지나면서 혹시나 모르는 큰 병이 아닐까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주위 동네 병원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MRI 검사를 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신체의 세세한 부분을 강력한 자석과 컴퓨터를 이용하여 확인하는 검사이다.

    검사 결과 의사 얘기인즉 목의 5, 6번 디스크가 탈출하여 목의 신경을 눌러 팔 저림과 통증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 증상이 오래가면 최악의 경우 사지마비까지 올 수 있다고 했다. 아직도 살아갈 날이 창창한데 사지마비라는 얘길 듣고 눈앞이 깜깜해졌다.

    곧바로 치료를 시작했다. 우선 동네병원 통증의학과에서 신경 주사를 맞았다. 한번 맞고 효과가 없자 이어서 정형외과에 가서 또 주사를 맞았다. 이 또한 별 효과가 없자 지인의 소개로 한의원을 찾았다. 그리고 침과 추나 치료를 여덟 차례 받았다.

    목 디스크라는 질병에 대해 너무 무지하여 1개월에 걸쳐 성급하게 병원을 옮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목 디스크는 디스크가 찢어지고 탈출하는 데는 단 몇 초가 걸리지만, 그것이 거의 정상으로 회복되기 위해선 짧게는 1년, 길게는 1년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유튜브 채널의 명의를 통해 뒤늦게 알게 되었다.

    세 군데 동네 의원 방문하고도 병세가 호전되지 않아 종합병원을 방문 했다. 강남에 있는 큰 병원이었다. 이곳에서 추가로 CT를 찍었다. X-Ray를 이용하여 MRI에서 알 수 없는 병변 즉, 디스크의 경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환자 입장에서 의사가 하는 말이 곧 진리라 생각하고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CT 결과를 보고 의사의 단 한마디.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오랜 경험으로 곧바로 판단했을 것이라 생각은 되지만 그에 대한 부연 설명이 없어서 궁금했다. 수술 없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느냐고. 의사 얘기인즉 뭐 수술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이 한마디만 또다시 남기고 나머지는 간호사와 얘길 하라는 것이다. 

    얕은 지식이었지만 그동안 주위에서 들은 얘길 종합하면 목 디스크는 허리 디스크와 달리 신체의 모든 신경 조직을 관장하는 척수가 지나가는 곳이기에 정말 너무나 아파서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가 될 때 수술을 해야 한다고 알고 있었다. 필자의 이 얕은 지식이 오류일 수도 있기에 인터넷으로 목 디스크 관련해 많은 정보를 찾아보았다. 유튜브를 통해 10여 명의 목 디스크 명의라는 분들의 강의도 들으면서 내린 결론은, 역시나 그동안 알고 있던 지식과 별 차이가 없었다.

    즉,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 있을 때만 수술해야 한다는 것이다. 목 디스크 수술은 최소 종합병원급 이상의 병원 세 군데 정도를 가보고 그 세 군데 중 두 곳 이상이 수술해야 한다고 하면 그때 비로소 본인이 수술할지 말지 결론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강동에 있는 척추 전문 병원엘 방문했다. 그런데 그곳 의사는 전혀 뜻밖의 진단을 내렸다. 필자가 강남 병원에 갖고 갔던 똑같은 검사 결과지를 보고도 다른 결론을 내린 것이다. 즉, 기존에 필자가 알고 있던 지식처럼 평소처럼 일상생활을 충분히 하고 이 정도의 팔 저림은 보존적 치료를 먼저 해보고 정말 그 이후에도 고통을 참을 수 없으면 수술하자고 했다.

    갑자기 한 줄기 광명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목 디스크 수술하는 순간 그동안 필자가 좋아했던 운동을 제대로 못 할 것이라는 생각에 몇 주 동안 우울감과 몸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나에 대해 자괴감마저 심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희망과 기쁨이 찾아오는 순간 갑자기 분노도 찾아왔다. 왜 강남에 있는 병원 의사는 바로 수술을 권했고, 강동에 있는 병원 의사는 보존적 치료에 이어 호전이 없을 때 수술을 권했을까?

    필자의 사견을 전제로 내린 결론은 의사의 윤리 의식 문제라고 생각한다. 의사라는 직업도 여느 직업과 마찬가지로 수익을 창출하여 그가 속한 조직 즉 병원에 기여를 해야 한다. 단, 의사라는 직업은 여느 직업과 다르다. 의사는 의사가 될 때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선서에 있는 것처럼 돈벌이에 앞서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해야 한다고 선서한다.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한 개인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여느 회사처럼 의사마저 환자를 하나의 돈벌이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순간 그것은 의사를 도리를 저버리는 것이다. 정치판을 보면 어떤 똑같은 현상을 두고도 진영 논리에 의해 다르게 해석한다. 그러나 병원만은 그렇게 되지 않기를 빌어 본다. 이 글을 읽는 독자는 과연 어떤 의사에게 내 몸을 맡길 것인가? 독자의 판단에 맡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