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인가, 저주인가’ 7월 도쿄올림픽행 무산된 ‘골프여제’ 박인비

  • 마니아리포트

    입력 : 2020.03.25 10:38

    매일 훈련을 하면서도 뭔가 개운치 않았다. ‘연기냐, 강행이냐’로 설왕설래하는 도쿄올림픽 개최문제가 안개 속을 헤매고 있을 때도 훈련 스케쥴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는 있었다. 지난 달 16일 LPGA 호주오픈에서 개인 통산 20승을 달성하며 ‘골프 여제’로서의 건재를 과시한 뒤 도쿄올림픽 출전 가능성 높인 박인비(32)는 코로나 19 확산이 한창이던 이달 초 일찌감치 미국으로 건너갔으나 3월과 4월 예정이던 미국 LPGA대회가 모두 무산되면서 지난 17일 귀국했다. 귀국 이후 혹시나 하면서도 도쿄올림픽을 향한 훈련은 계속했다. 하지만 24일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된다는 소식을 듣고 바짝 쥐었던 골프채에 힘이 풀리고 말았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건강과 안전을 우려해 올림픽 연기를 희망한다는 얘기를 전해들었지만 막상 연기가 결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나니 안도감과 함께 실망감도 밀려왔다. 그동안 모든 스케쥴을 오는 7월 24일 개막될 도쿄올림픽 일정에 맞췄기 때문이다.

    박인비 선수/ 사진제공=마니아리포트

    박인비는 “ 올림픽을 바라본 대부분의 선수들을 위해선 잘된 결정이다. 하지만 그동안 올림픽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해왔던만큼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사실 2월부터 LPGA대회가 연속적으로 취소되면서 과연 올림픽이 제대로 열릴 수 있을까하는 의아심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걱정이 막상 현실화되면서 새롭게 계획을 세우는 것이 걱정이라는게 그의 얘기인 것이다.

    박인비는 112년만에 골프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2016 리우올림픽에서 처녀 우승을 차지했다. 올림픽 우승이후 LPGA에만 전념하면서 보냈던 그녀는 지난 2년간 부상 등으로 기대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자연 올림픽에 대한 생각은 그렇게 크게 갖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월 호주오픈 우승은 그녀에게 새로운 기대감을 품게 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해보겠다는 것이다. 메이저 대회 7승을 올리며 지난 2015년 아시아 최초의 ‘LPGA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데 이어 2016년 리우올림픽까지 제패한 그녀는 도쿄올림픽에서 다시 정상을 차지해 올림픽 2연패의 대역사를 한번 세워보고 싶었다.

    박인비는 세계랭킹 15위 이내와 한국 여자선수 4위 안에 들어야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규정에 맞추기 위해 랭킹도 점차 끌어올렸다. 연초 17위에서 11위까지 세계랭킹을 상승시켰으며 한국선수끼리의 순위도 6위에서 5위까지 도약시켰다. 1명만 제끼면 태극마크를 손에 쥘 수 있었다.

    하지만 2월말부터 벌어지는 태국 오픈 등 ‘아시아 스윙’ 3개 대회가 연속 취소된데 이어 미국 본토에서 벌어질 3월 파운더스컵 등이 연속 무산되면서 올림픽에 대한 계획이 뒤틀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일단 올해 도쿄올림픽이 무산된 것은 박인비에게는 축복이면서 악재가 될 수 있다. 그동안 올림픽에 맞춰 컨디션을 유지해왔던만큼 앞으로 새로운 상황을 어떻게 관리해나가느냐가 당면한 과제이다. 자칫 시간을 잘 못 보내면 1년으로 미뤄진 올림픽 출전이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치열한 세계랭킹 순위 경쟁에서 벗어나 당분간 개인적으로 남편과 편안한 생활을 가질 수 있게 된 박인비는 올림픽 2연패에 대한 플랜을 다시 구상하겠다는 것은 분명할 것 같다. 한 살을 더 먹는 내년 올림픽에서 그녀를 볼 수 있을 지는 앞으로 어떻게 자신을 관리할 지 여부에 달려있다. 올림픽 1년 연기가 ‘축복일까, 저주’일까의 해답은 그녀 자신이 스스로 갖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