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지구에 태어난 우리는 모두 같다

    입력 : 2021.03.25 10:21

    오랜만에 책 읽기

    나이 들수록 세상살이가 약해지는가? 선뜻, ‘그렇다’라고 말하기가 머뭇거려지는 것은 본능인가? 아닐 거다, 그냥 세상이 너무 삭막해짐을 느껴서일 듯, 이래저래 CORVIC19로 병원 신세를 졌다. 아마, 운이 없게도 먼저였을 것. 이것 역시 내 부주의로 돌리기에는 또 억울했다. 물론 변명이긴 하지만.

    병원에서 쫓겨나듯 나와, 세상과 담을 쌓고 싶었을까, 오랜만에 책에 빠져들었다. 마침, 남원에 정착한 오동명 작가의 책 「불멸의 제국」을 움켜 들었다. 며칠 지나면서 단숨에 읽었다. 밖 보다 방이 점점 익숙해진 탓이었을 거다, 연필로 빡빡 밑줄 치며 읽었다. 이렇게 코로나로 인해 개벽 천지가 일어나는 ‘지금’과 100년 전 나라가 없어지던 소설의 ‘그때’ 시간 사이를 들락거렸다.

    늦깎이 친구 서로 갖기

    남원에서 오 작가가 올라왔다. 그와 처음 만난 것은 서울 혜화동 대학로였다. 한국예총 <예술세계>의 원고청탁을 위한 자리였었다. 그는 과거 중앙일보 사진기자였지만, 사진보다 글을 더 잘 쓰는 것 같았다. 그림이나 글씨도 수준급이었다.

    몇 년 지나 서울에서 몇 번 보다가, 소식이 뜸해졌다. 블록체인 열기가 뜨거웠던 작년 늦여름, 필연인 듯 점심을 함께했다. 사회 늦깎이로 만나 편안한 친구 관계로 이어진 것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는 묵계가 서로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요즘이 새로운 문명의 전환점임을 감지한 그는, 정보 숙지를 위해 우리 집에 며칠 머물기도 했다.

    감상문 쓰기는 행복이다

    홍대 입구에서 만나 저녁 겸 반주하러 식당을 찾았다. 몇 달 지나 식탁에 마주 앉았다. 쭈뼛 두리번거려 앉으며, 마스크 벗던 친구가 중얼거렸다. “허, 계속 쓰다 보니, 참 냄새 한번 독하네!” 덩달아 얼굴 찡그리던 그 말에 하하, 갑자기 세상이 멈췄다. 누구라 할 것 없이 터지는 웃음.

    그 웃음 따라 터지는 이심전심이 즐거웠다. 부모는 서로 다르지만, 그래서 살아온 나날은 다르지만, 「불멸의 제국」 주인공인 민영환과 동오가 마주 앉아 읽었던 책 이야기를 한 것처럼, 지금 마주 앉아 서로 웃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우린 살만하다는 것.

    그러니, 그 주인공들 이야기를 책 읽은 감상문으로 쓰면 좋겠다는 말.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냐는 말. 이땐 웃는 것이 정답.

    조선은 결국 새롭지 못했다

    조선은 운이 다해 망했을까? 그런데, 아니었다. 국가는 사람이 모여 구성되는데, 조선은 백성은 없고 주인과 하인이란 말밖에 남지 않았다. 이렇듯 너무 낡고 낡아빠진 수식어가 나라가 쓰러진 과정마다 즐비했다. 이것은 운이 아니라, 그냥 필요 없음이었다.

    이런 땅에 아직 살고 있구나 하는 것을 다시 확인하며 참으로 나도 운이 없는 것일까 우문우답을 해본다. 이렇듯,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어리석은 답은 그래도 운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저, 무능일 수밖에.

    줄거리 혹은 주제 짧게 쓰기

    백성과 함께 지키지 못하는 조선 관리를 대신해 백성들이 개혁을 원했다. 정부의 부정부패와 탄압이 심해졌다. 이에 백성은 반항했다. 동학운동이 일어난 것은 자연 현상일 거다.

    백성은 그저, 일하게 해달라고, 일한 만큼 먹고 살게만 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이를 탄압하는데 앞장선 민영환. 이 탄압에 희생된 동오의 가족. 눈앞에서 주검이 되는 부모님을 목격하고, 여동생 순임이를 데리고 탈출하는 동오.

    일제관리를 처단하려는 9명의 인력거꾼이 장충단에서 뭉쳤다. 동오가 처단해야 할 대상은 민영환이다. 소설은 그를 암살하려 접근한 동오와 그를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다룬다.

    동오와 민영환, 그들은 상하에서 대등한 관계가 이루어지며, 점점 친구처럼 되어 간다. 그러나, 코앞에서 일본 강압 지배가 시작되는 것을 감지한 그들이 이에 항거했다. 뜻을 세울 수 없자, 그들은 자결한다.

    자살로서 그들 뜻을 스스로 꺾는 것만이 더 부끄러워지는 자신을 보지 않으려 한 것. 민영환은 현실 세계로부터 죽음으로 피난 갔고, 동오는 죽음으로써 이상 세계로 도피한 것은 아니었을까.

    피난이든 도피든 자신과 싸움에서 진 것. 소설 마지막 몇 장을 덮다가 펴다가 보니 참으로 목이 말랐다.

    책 속의 경복궁 산책

    민영환도 동오도 경복궁을 자주 오갔을 거다. 「불멸의 제국」을 덮었다 펼쳤다 반복하며, 십 수 년 전, 경복궁 옆길을 뜻 없이 방황했던 때가 떠올랐다.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에서 미국 비디오예술가 ‘빌 비올라’ 작품의 감상 후유증이었던 듯했다. 2시간 넘게 작품들을 보면서, ‘지금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의 받아들임’에 대한 앞뒤 없는 반복이 이어졌다. 울화통이 나기도 하다가 한숨이 나기를 몇 차례였던가.

    그렇게 경복궁 담장을 몇 번이고 오며 가며 걸었었다. 조선 관리 민영환이 미국이나 유럽에 도착할 때마다 어디 앉을지 몰라 거리를 배회한 것처럼.

    물 마셔도 목이 마른 이유

    소설 줄거리를 요약하면서, 아니 감상문을 쓰면서, 내내 목이 말랐던 것은 아마도 내가 가지고 있던 지난 쓸데없는 것들에 대해 아쉬움이 컸기 때문이었으리라.

    누구는 자기 뜻을 관철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끝까지 매달리는데, 나는 과연 몇 번이나 넘어져 땅만 바라보았던가. 그때마다 남의 탓으로 돌리기에 얼마나 급급했던가.

    사람 몸은 참 신비롭다. 일정 시간 되면 배고프고 졸린 것, 물 한 컵 들이키고 잠자리로 들어갔다. 괜한 눈만 천천히 껌뻑거렸다.

    장충단 언덕 꿈을 꾸었다

    아마도 꿈속이었을 거다. 동오와 산책을 했다. 수표교 위쪽. 지금은 동국대학교 후문으로 가는 언덕길인 듯.

    길이 좁아 동오가 앞섰다. 허름한 무명 저고리 해진 틈 사이로 삐죽 드러난 그의 넓은 어깨 한쪽이 무척 뜨거워 보였다. 그가 멈추더니 손을 들어 시내를 가리켰다. 매일 뛰어다녔던 곳이라며.

    멀리 북악산 기슭, 경복궁인지 청와대가 보이고, 옹기종기 기와집이며 초가집들이 콘크리트빌딩 사이로 언뜻 보였다. 마차가 달리는 큰 도로를 피해 걷는 좁은 골목길, 그 종로의 피맛길도 보일 듯하다.

    사람은 웃어야 산다

    꿈에선 시간이 필요 없다. 장소도 물론 가리지 않는다. 언덕이 가파르다. 가쁜 숨이 잦아들 즈음 동오에게 물었다.

    눈으로만 사랑했던 경임이는 지금도 예쁘냐고. 동오는 싱글싱글 웃기만 했다. 언제나 귀여운 여동생 순임이도 잘 있느냐고 물었다. 계속 벙글벙글 웃기만 했다.

    민영환과는 지금도 함께 차를 마시며 세상 담론을 주고받느냐고 물었다. 입을 굳게 다물며 깊은 미소를 짓다가 허허 웃기도 했다.

    왜 웃기만 하느냐 물었다. 세상 멋지게 산다는 것은 생각날 때마다 웃는 것일지도 모른다며, 눈짓으로 말하며, 눈웃음까지 하며 또 웃었다.

    함께 새 춤을 추자

    동오에게 또 물었다. 내 꿈이지만, 또 언제라도 꿀 수 있지만, 지금 꿈에선 헤어지기 싫었던 모양. 무엇을 더 묻다가, 장충거꾼 춤은 어떻게 배웠느냐고도 물으며, 그 춤을 보여달라고 했다.

    그 춤은 여러 인력거꾼이 추어야 제 맛이 난다고 했다. 강강술래처럼, 그렇게 돌면 된다고 했다. 너나없이 함께 빙글 돌며 소리치고 웃으면 된다고 했다. 세상은 똑같이 살아가야 하고, 그래서 함께 즐기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돌면서 누군가 새로운 소리를 치거나 동작을 하면 따라 하면 된다고 했다. 나도 새로운 소리와 동작을 해도 된다고 했다. 산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일이니까 그렇다고 했다.

    동오가 시범을 잠깐 보여주겠다고 했다. 동작이 무척 쉬웠다. 동오를 따라 하다, 그와 함께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몸에 땀이 배고, 세상 온통 내 땅이 된 듯했다. 너무 크게 뛰다 보니, 하늘이 머리에 부딪혔다. 참 아까운 꿈이 깼다.

    장충거꾼 특별모임 결의서 다시 읽기

    「불멸의 제국」 책 중간중간엔 모서리가 접힌 곳이 많았다. 몇 번 접었다 편 곳엔 낙서와 밑줄이 유난히 많았다. 아마도 작가가 동오와 함께 의기투합했다면, 당연히 그럴 것이라 보이지만, 장충거꾼의 특별모임 발대식에서 다음과 같은 그들만의 결의서를 낭독했으리라 보인다.

    “왕과 대신들이 못하는 것, 우리가 한다. 아무 힘 없는 우리에게는 복수 외에 달리할 수 있는 게 없다. 복수는 자기 몸을 다 내놓는 일이다. 자신의 죽음을 걸고 해야 하는 일이다. 상대는 거대한 공룡이다. 공룡에 맞설 때는 제 죽음을 초개처럼 내려놔야 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배운 것은 없지만 생명은 누구나 소중하고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쯤은 안다. 동학에서 배웠다. 초근목피로 연명하더라도 우리가 사는 이유, 살아내야 하는 이유는, 그래도 살아있는 것이 죽은 것보다는 낫다는 당연한 진리를 알고 있음이다.

    그런데도 제 목숨을 내놔야 한다면? 분명 이유가 있다. 복수가 살생이 아닌 것은 그 이유 때문이다.”

    동오와 뫼르소 두둔하기

    오 작가와 저녁을 먹으며 「불멸의 제국」 주인공인 동오 이야기를 했다. 그가 민영환을 상대로 평소 간직했던 말을 순식간에 내뱉는 모습을 보고, 몸과 마음이 다 정화되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마치, 카뮈 소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가 살인의 참회를 바라는 신부를 향해 외치는 끝 장면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진다고 했다. 내가 어떤 행위를 했든, 내가 알아서 느끼고 행동할 일인데, 왜 나에게 이러저러하여지라고 말을 하느냐는 것. 카뮈는 뫼르소를 통해 ‘내 생각은 옳았고, 지금도 옳고, 언제나 또 옳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자신의 실존적 존재감은 「불멸의 제국」 동오에게까지 이어지는 듯하다.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고 싶다는, 나 또한 몇 번 느껴보려 했던, 그러한 나만의 자유로움은 쥐스킨트 소설 「좀머씨 이야기」에도 나온다. ‘제발 그냥 나를 내버려 두라고.’ 이렇듯, 아마도 누구라도 말로 내뱉지는 않지만, 그 ‘자유롭고 싶은 나 자신’을 가끔은 확인하고 싶어하나 보다.

    신제국주의 자본가 위협 직시하기

    감상문을 마음에 들게 쓰려면 한 달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야 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제 감상문을 접어야 할 것 같다. 소설이 뱉고 있는 의미를 모두 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남은 다른 시간엔 다른 이야기를 담아야 하니까. 그가 이 소설을 쓴 의중을 제치고, 독자의 몫을 마음껏 누려야 하니까.

    「불멸의 제국」 소설의 주인공들이 살았던 60여 년 전 시절을 지나, 타인에 의해 속박에서 벗어난 2000만 명. 그나마 반으로 나누어지길 다시 60년이 지난 지금, 참으로 120년 시절이 지난 지금은 사람마다, 또 오동명 작가나 나나 자유인이라며 큰소리치고 살려 하고 있다.

    또한, 세계 어느 국가보다 인터넷이니 블록체인이니 인공지능이니 하는 첨단문명 이기의 실속을 마음껏 누리며 사는 듯하다. 그러나, 이 첨단문명은 먼저 차지한 자의 새로운 제국주의 칼날이 되어 세계 국가들의 존폐를 위협하고 있다.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커져만 가는 자본의 블랙홀 조정자들의 손놀림. 미국이니 중국이니 하는 국가들을 뒤에서 조정하며, 이젠 그들이 지구를 들었다 놨다 하는 시대인 것 같다. 어쩌면, 이러한 다국적기업의 세계 지배를 묵과하기엔 뭔가 못마땅함이 점점 커지는 것을 어쩌겠는가. 우리 가족이 사는 한반도는 「불멸의 제국」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뉘 탓할 수 있으랴.

    또 다른 꿈을 바라며

    감상문을 마무리하며 또 다른 꿈이 생겼다.

    소설 「불멸의 제국」이 영화로 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설 주인공은, 민영환이 아닌, 동오였으면 좋겠다. 동오가 만수와 함께 일반 백성이 주인이 되는 영화를 보고 싶었다. 꿈이란 많이 꿀수록 좋으니까 말이다. 그것이 새로운 힘을 만드니까.

    영화 제목이 「불멸의 제국」이든 「아홉 바퀴」이든, 다른 제목이어도 상관없다. 내용이 새롭게 달라져도 마찬가지다. 다음 새로움은 또 다른 사람의 몫이니까. 그동안 지구에 태어난, 또 태어날,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이니까.

    영화 「아홉 바퀴」 시놉시스

    시놉시스 작성 배경 : 관리들이 백성을 무시하고 탄압하면, 그들은 반드시 못난이가 된다. 사람을 무시하면, 반드시 사람 구실을 못 하는 것이다. ‘아홉 바퀴’는 인력거를 끄는 장충거꾼 9명이 이루어 추는 춤을 말한다. 인력거는 일본에서 들여왔지만, 새 문물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세상 어느 문물이든 빨리 받아들여야 한다. 이를 이용해 나와 가족과 이웃을 지키고, 어떠한 힘으로부터든 스스로 자유로워져야 한다.

    때 : 을사늑약 보름 전
    장소 : 장충단, 피맛골, 경복궁, 운현궁 등
    인물 : 동오, 만수, 순임, 경운, 민영환, 친일관리, 민종식 등

    1.
    동학란 후, 동학의 꿈을 안고 떠도는 동오와 만수. 경운이 동오와 만수를 인력거꾼으로 안내. 인력거를 끌면서 동오와 경운 관계와 만수와 순임 관계 등이 형성됨.

    2.
    빈 인력거를 끌고 장충단으로 달리는 동오. 인력거꾼 몇몇이 각 지역에서 달려온다. 장충단에 몰려든 9개의 인력거. 그들은 정오에 인력거 춤을 춘다. 장충단은 멋진 놀 거리를 제공해 주는 장안의 명소가 됨.

    <장충거꾼춤 따라 하기>

    장충거꾼 아홉이 특별히 모일 때는 평소 매일 두 번 치르는 새벽 여섯 시도, 저녁 열한 시도 아니었다. 대낮 열두 시였다. 그들은 말수를 줄였다. 눈으로 얘기했다. 눈을 받아낸 발이 동시에 움직였다.

    인력거가 일렬로 선다. 원이 되어 첫 바퀴를 천천히 돌기 시작한다. 터·벅·터·벅. 발바닥에 온몸을 싣고 돈다. 발을 동시에 땅을 내디딜 때마다 쿵·쾅·쿵·쾅 흔들린다. 그 흔들림이 가슴에서 전율한다.

    두 바퀴째, 느린 동작이 점점 빨라진다. 속도를 내며 지르는 장충거꾼들의 함성, 사자후다. 허·허·허·허, 폐를 채운 뜨거운 공기를 한 분출하는 탄식 같기도 하다.

    세 바퀴째, 휙휙휙, 가속도가 붙은 인력거 소리도 커진다. 인력거바퀴가 만들어 낸 큰 원이 선연하게 땅에 박힌다. 사람도 인력거도 땅도 원으로 하나로 한데 어우러진 강강술래다.

    넷, 다섯, 여섯 바퀴째, 후·후·후·후, 거꾼들 입에서 흰 입김이 뿜어진다. 입이 굴뚝같다. 뜨겁게 달아오른 아홉 거꾼들의 얼굴이, 표정이 빨갛게 상기된다. 구경꾼들이 모여든다. 구경꾼들도 거꾼의 얼굴과 표정을 닮아간다. 눈은 부릅떠지고 얼굴은 상기돼 붉어지며 표정에 힘이 넘친다. 열이 피어오른다. 후·후·후. 따라 하는 구경꾼이 하나둘씩 늘어난다.

    일곱·여덟 바퀴째, 하·하·하·하, 거꾼들의 표정이 한순간에 바뀐다. 긴장감은 여전하지만 웃음이 섞인다. 지칠 때다. 힘들 때다. 이때 웃음으로 받아친다. 그래도 웃자, 조선의 백성이 살아내는 힘이다. 인력거의 속도는 더 빨라진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구경꾼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고 박수로도 함께 한다. 언제 웃어봤던가. 언제 놀아봤던가. 하·하·하에 맞춰 짝·짝·짝, 거꾼, 구경꾼들이 또 하나가 된다. 장충단비 앞에선 조선인 모두가 하나가 된다.

    인력거의 강강술래다. 아홉 거꾼들이 그들의 발에 박차를 가한다. 한숨에 여덟 바퀴를 다 돌쯤, 거꾼들이 가차 없이 달리던 인력거를 동시에 멈춘다. 급정거에 이은 급전. 반전에 구경꾼들의 몸이 저절로 앞으로 쏠린다.

    아홉 바퀴째다. 처음으로 돌아간다. 허·허·하·하·후·후, 다시 거꾼들은 내딛는 한발 한발에 온몸을 싣는다. 땅을 밟는다. 땅이 흔들린다. 땅도 요동친다. 땅의 울림이 구경꾼들 가슴까지 전이된다. 떨림으로 전율한다. 따라 발을 구른다. 이들도 허·허·하·하·후·후, 속엣 것을 다 모아 밖으로 뿜어낸다. 시원하다. 속이 다 시원하다. 탄식의 후렴구다. 탄성의 항거다.

    아홉 바퀴를 끝내고 멈춰선 거꾼들. 자세를 돌려 인력거의 손잡이를 하늘로 향해 세운다. 인력거는 살아있는 물체처럼 위아래로 수차례 요동을 친다. ‘끈다.’ ‘간다.’ ‘한다.’ 우리가 내 손으로 끈다. 우리가 내 발로 간다. 우리가 우리 힘으로 한다. 구경꾼들이 한 번 더 웃는다. 구경꾼들도 따라 외친다.

    ‘끈다.’ ‘간다.’ ‘한다.’ 조금 후엔 ‘한다.’만을 외친다.
    ‘한다.’ ‘한다.’ ‘한다.’
    하겠다가 아니다. 하자도 아니다.
    한다, 다. 하는 것이고 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3.
    동오와 만수 그리고 경운 등 동학청년 비밀조직 ‘아홉바퀴’는 5적 및 민영환 등 9인을 암살할 계획을 모의함. 친일관리가 기방에서 술을 먹고 인력거를 타고 집으로 길. 아홉바퀴 회원 하나가 만취한 그 관리를 으슥한 골목에서 암살. 이 소식이 장안을 발칵 뒤집힘. 또 다른 특별한 계획 일환으로 친일관리를 위한 장충인력거패거리 공연, 이른바 아홉바퀴공연 계획을 세움. 참석 예정 친일관리 주요 인사 몇몇을 사고를 위장한 암살 계획 모의.

    4.
    동오가 민영환의 눈에 띄어 민영환을 위해 인력거 운행. 동오가 민영환을 용인 수지로 인력거로 다녀옴. 갈 때 동오가 민영환에 대해 느끼는 감정. 무척 경이롭다. 암살해야 하는데, 다른 관리와 다른 모습을 느낀다.

    5.
    용인 수지에서 사촌인 동학도 민종식과 술자리. 사촌 간의 의견 충돌, 백성이 중심이다! 개혁이란 원위치로 되돌아가는 거다. 사람답게만 살게 해 달라. 일본도 바다 건너 돌아가면 된다. 민영환을 암살해야 하는데, 죽이지 못하게 되는 갈등이 동오를 괴롭힌다.

    6.
    용인에서 돌아오는 길. 민영환이 동오가 인력거를 수리하는 장면 목도.
    새로운 문명을 도입해야 함을 느낌. 동오를 통해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하지만, 고정관념에 매여 그렇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워짐. 동오가 리어커를 직접 제작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어 함. 리어커 만들 돈을 동오에게 줌.
    동오에게 칼을 사달라고 부탁함. 동오는 베어링을 제작해달라고 하고, 대장간에서 작은 칼을 구함. 용인에서 오자 민영환이 동오와 함께 궁궐로 상소하러 감.

    7.
    광화문 거리를 지나치면서, 민영환이 저잣거리에서 거리 사람들로부터
    낭패를 당하는 위험에 처함. 동오가 나서서 막음. 작은 칼을 들고 군중 속에 있는 친일 패거리를 향해 조선인끼리 싸우면 안 된다는 명분으로 민영환을 위기에서 구함.

    8.
    경운은 친일관리로부터 아홉바퀴공연 급습 정보를 들음. 그러나, 숙청들기 전, 경운은 친일관리에게 거짓말을 하고, 조방꾼이에게 버선 편지를 만수에게 주어 피하도록 전달함. 암살 계획이 9인 인력거꾼 중 1명이 배반으로 위험했으나, 경운의 버선편지를 받은 만수는 계획을 취소해 죽임을 모면함.
    잠시 후, 거짓이 들통나고, 친일관리가 경운을 죽이려 함. 만수에게 편지를 전달하고 온 조방꾼이가 친일관리에 달려듬. 조방꾼이가 죽임을 당하자, 경운이 친일관리를 과도로 죽이고, 자살함. 만수가 경운을 묻어줌.

    9.
    며칠 후, 동오가 용인에서 돌아와 민영환을 궁궐에 데려다주고 돌아온 그 날 저녁, 낮에 아홉바퀴공연장 급습이 무산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친일파가 9인 인력거꾼들의 가족을 일본 경찰과 함께 급습. 이를 모르고 집으로 온 동오. 집에 도착하자마자, 동오 동생 순임이 친일파에게 겁탈당한 모습을 봄.
    갑자기 나타난 동오를 아홉바퀴공연 계획의 비밀누설 배신자로 생각한 만수. 만수와 동오가 말다툼하는 사이 순임이 강에 빠져 자살함. 만수와 동오는 순임을 묻어준다. 배신자 오해를 풀며, 동오에게 경임이 묻힌 곳이 순임의 옆자리임을 알려준다.

    10.
    며칠 후, 민영환의 서재에 마주 앉아 민영환에게 세상이 바뀌어야 함에 대해 일갈! 나라와 자신이 무력해졌음을 알고, 더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느낀 민영환 자살.
    동오는 인간으로서 대접받았던 민영환의 자살로 인해 새로운 세상의 비전 제시를 위한 다른 친일관리 암살 구상. 동오는 손수 만든 인력거에 친일관리를 태우고 가다 암살 시도. 암살에 실패하고 상처를 입어 쫓기다, 장충단 경운과 놀던 낭떠러지에서 쫓기던 끝에 떨어져 죽음. 마지막, 동오와 경운이 ‘너를 안고 싶어’라는 땅 글씨 쓰는 장면 삽입.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