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숙의 '내 마음 이해하고 보듬기'-22

  • 강현숙

    입력 : 2021.04.06 11:16 | 수정 : 2021.04.06 11:18

    (22회) 인생은 해석이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인생을 살아가는데, 그런 이유로 지금까지 수많은 학자들이 어떻게 하면 인간이 행복할 수 있는지 즉 ‘행복의 조건’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지요. 저는 행복의 조건으로 무엇보다도 ‘삶의 의미’를 강조하고 싶어요. 다시 말해 인간은 삶에서 의미를 발견할 때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인데, 여기서 삶의 의미란 큰 뜻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처럼 크고 거창한 것들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루에 한 번 나를 위해 산책을 하고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에서도 우리는 얼마든지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삶의 의미는 무조건 열심히 찾는다고 해서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오면서 경험한 것들을 잘 해석할 때 자연스럽게 발견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내 인생에 대한 해석을 제대로 잘 하는 순간을 우리는 특별히 ‘터닝 포인트’라고 부르지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우리의 인생은 매일매일 걷기 좋은 길만 있는 것은 아니지요. 평평한 길도 있지만 가파른 길도 있고, 때로는 온갖 풀들이 걸음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 불평만 늘어놓기보다는, 상황을 잘 해석하여 받아들이면 그때가 바로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는 겁니다. 요약하면 터닝 포인트는 어떤 계기로 인해 자신의 과거 경험이나 현재의 상황에 대한 해석을 다시 해서 자신의 삶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청년은 30대 중반입니다. 지방에서 살았던 이 청년은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직장에 다니고 있는 지금까지 줄곧 혼자 살고 있는데, 부모님이 계신 고향집에는 1년에 한두 번 다녀오는 정도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앨범을 뒤적이다가 어린 시절 놀이공원에서 엄마 품에 안겨 찍은 사진을 보게 되었는데, 주름지고 흰머리인 지금의 엄마 모습과는 다르게 사진 속의 엄마는 무척 젊었으며 자상하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지요. 순간 갑자기 가슴이 찡하면서 엄마에 대한 죄송함에 눈물이 났고 앞으로는 엄마에게 잘해드려야겠다고 다짐했답니다.

    이런 터닝 포인트도 있지만 좀 더 무거운 경험을 새롭게 해석하여 삶의 전환점을 이룬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자폐아 동생이 있어서 온 가족이 힘들어할 때 왜 자기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의 가족이 처한 상황에 낙심하고 절망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사람의 경우엔 그 상황을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자신이 정신과나 사회복지를 전공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준 사건으로 해석을 해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터닝 포인트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지요.

    이렇게 우리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자극들이 주어지고 우리는 그것들에 반응을 하면서 살아가게 되는데,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해석’이라는 우리의 의지가 작용을 합니다. 다시 말해 똑같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어떻게 해석을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고 그러면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살아갈 수 있는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인간이란 누구나 각자 해석한 만큼의 삶을 살아간다는 말처럼 우리의 인생 이야기는 해석을 통해 얼마든지 수정이 가능하고, 그런 이유로 절망적이라고 느꼈다고 해서 꼭 절망은 아닌 것입니다. 그러니까 인생의 고통도 해석을 잘하면 충만함과 행복으로 향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는 거지요.

    이렇게 각자의 인생 경험을 잘 해석해서 의미를 발견해갈 때,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뭐냐면 우리는 모두 외모가 다르고 성격이나 재능 그리고 자라온 환경이 다른 것처럼, 우리 모두는 서로 다른 인생 이야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삶의 의미 역시 각자의 인생 이야기 속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 말은 인생 여정 속에서 각자가 부여하는 삶의 의미 또한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똑같은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을 택하였어도 그저 생계를 위해 요양보호사를 직업으로 택한 사람과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치매 어르신을 돌보는 일은 그 의미가 다를 겁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잘 해석해서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말을 우리 시니어들은 더욱 새겨들어야 하는데요, 그 이유는 많은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노년기의 발달과제 즉 노년기에 해야 할 일들 중 한 가지가 바로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만의 삶의 의미는 나의 삶을 잘 해석할 때 나온다는 걸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신중년 신노년의 마음공부' 저자 강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