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훈 에세이] 입사동기를 먼저 북망산천으로 보내면서

    입력 : 2022.05.23 11:44

    지난달 하순 어느 날. 입사 동기 장녀 결혼식이 있었다. 동기였지만 세 살이 많았다. 그동안 여러 차례 퇴직의 고비가 있었지만, 무사히(?) 극복하고 29년째 함께 다녔다. 달력에 메모해놓고도 집안 행사와 겹쳐 참석하지 못하고 축의금 보내는 것조차도 깜박했다.

    일주일 후 축의금도 전달하고 축하도 해줄 겸 입사 동기 자리로 갔다. 그런데 자리에 보이질 않았다. 자녀 결혼은 3일 공가를 주기에 일주일 지났으니 당연히 출근했겠다고 생각했는데 자리에 없었다. 옆자리 동료에게 물었다. 그러자 청천벽력 같은 얘길 들었다. 어젯밤 갑자기 병원에서 세상을 버렸다는 연락이 왔다는 것이다. 급성 림프종 암을 선고받고 검사받는 과정에서 그렇게 되었다고 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올 4월 초 대학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고 특별한 이상소견은 없다고 필자에게 얘기했다. 그런데 딸 결혼식 후 일주일 뒤 눈이 침침해서 방문한 동네병원에서 큰 병원으로 가 보라고 해서 집 근처 대학 병원으로 갔다고 한다. 병원에선 곧바로 입원해서 검사해보자고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검사받으면서 이런 불행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옆자리 동료가 얘기했다.

    인명은 재천이라는 말을 다시금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회사에서 29년째 매년 건강검진을 받아오면서 특별한 이상이 없었는데 어떻게 갑자기 이런 불행한 일이 벌어졌는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딸을 반갑게 맞이하고 그다음 날 갑작스레 입원하고 일주일 뒤 그만 세상을 버렸다.

    비록 회사에선 30여 년 가까이 근무했지만, 아직 60 고개를 넘지 않은 나이에 이렇게 허무하게 동기를 북망산천으로 떠나보내니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하면서 마음이 많이 혼란스러웠다. 앞으로 회사생활을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일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개인적으로 요즘 입사하는 2~30대 직원은 586세대 직원을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을 더 크게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586세대 직원은 대한민국 경제가 고도성장기라는 좋은 시대의 흐름에 쉽게 올라타서 빠른 승진과 많은 부를 운 좋게 거머쥐었다는 것이다. 지금의 2~30대처럼 뛰어난 스펙을 보유하지 않아도 쉽게 입사했고 동료 간 심하지 않은 경쟁 구도 하에서 세월만 지나면 진급했다는 생각을 많이 가진 것 같다.

    이런 말을 주위에서 들을 때면 호수에서 떠 있는 백조가 떠오른다. 호수에 떠 있는 백조는 우아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물밑에 있는 물갈퀴를 쉼 없이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회사에서 30여 년 가까이 일해 온 586의 모습이란 생각이 든다.

    몇 년 전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서 주 50시간을 법제화했다. 회사에 몸담은 사무직군은 주 50시간을 맞추기 위해 오후 5시에 무조건 퇴근해야 했다. 그동안 586세대가 30여 년 몸담은 회사와는 너무나 다른 풍경이었다. 필자의 경우만 하더라고 90년 초 입사해서 30여 년 세월을 오전 8시에 출근해서 퇴근은 빨라야 오후 8시였다. 12시간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야 했다. 

    건강검진에 이상이 없었던 동기의 뜻밖의 불행한 소식을 접하고 회사 일에 전력을 다해 살아온 동기의 삶이 왠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이에 앞으로 남은 회사 생활과 퇴직 후 삶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