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훈 에세이] 처가에서의 1박2일

    입력 : 2022.07.15 13:33

    지난달 모처럼 3일 황금연휴가 찾아왔다. 금요일부터 화요일까지 휴가를 내면 유럽 여행도 한번 다녀올 수 있는 긴 휴가 일정이었다. 공식적인 휴무는 지난달 4일(토), 5일(일) 그리고 6일(월) 현충일 이렇게 3일이다. 그 앞뒤로 휴가를 낸다면 5일간의 휴가를 만들 수 있었다.

    그동안 바쁜 회사일로 장인, 장모님 뵐 기회가 없었는데 3일 연휴를 맞아 1박2일은 최소 처가에서 보내기로 했다. 이제 80대 후반에 접어든 장인, 장모님 뵐 날도 사실 몇 년이나 될까 생각하니 이번 연휴에 찾아뵙는 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사실 3일 연휴를 가족들과 함께 가깝고 편안한 휴양지로 가는 일정도 좋지만, 어느새 처가에서의 1박2일이 더 뜻깊은 휴가라는 생각이 드는 나이로 도달했다.

    3일 연휴라 조금이라도 늦게 출발하면 고속도로 정체가 심각하리라는 생각이 들어 아침 7시에 집을 나섰다. 그렇게 해도 250km 떨어진 처가 집에 도착하니 낮 12시. 거의 5시간이 걸렸다. 평소 3시간 하면 충분히 가는 거리였지만 연휴 탓에 비록 아침 일찍 출발했지만 이렇게 많은 시간이 걸려 도착했다.

    사진제공=박진훈 시니어조선 명예기자


    결혼 후 20여 년 세월 동안 장인어른을 지켜보았는데 장인어른은 감히 범접할 수 없을 만큼 존경의 대상이었다. 물론 장인어른이 타고난 신체 조건이 워낙 좋으신 것도 있지만 농사일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고 또한 배움에 대한 열정도 정말 대단하셨다. 지난 5월 초에 고추를 심어야 한다고 해서 처가 집을 당일 방문했다. 장인어른과 함께 고추모종 작업을 했는데 한 시간이 지나자 필자는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팠지만, 장인어른은 끄떡없이 여전히 열심히 고추를 심고 계셨다. 전혀 피곤한 기색도 없이…. 장인어른보다 40년이나 젊은 필자는 그 모습을 보고 도저히 요령을 피울 수 없이 계속했지만 결국 2시간 만에 손을 들었다. 도저히 몸이 따라 주질 못했다.

    이렇게 육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도 장인어른은 또래의 어르신과 달랐다. 올 초 큰 처남이 장인께 스마트폰을 선물해드렸다. 웬만한 80대 후반의 어르신들은 스마트폰의 복잡한 기능에 그냥 전화 걸고 받는 것만 하셨을 텐데 장인어른은 카카오톡 앱을 설치하고 문자도 6남매 자식들에게 수시로 보내시곤 하셨다. 이 두 가지 사례만 보더라도 나에겐 장인어른이 존경의 대상 그 자체였다. 30년 뒤 필자 나이 80대 후반이 되어서도 장인어른과 같은 체력과 배움에 대한 열정을 가질 수 있을까 스스로 반문해보면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대답이 자연스럽게 나올 것 같다.

    그렇지만 역시 세월 앞엔 장사 없다는 만고의 진리는 장인어른께서도 비껴갈 수 없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처가 집에 가면 막걸리 두병 정도는 앉은 자리에서 가볍게 드시던 장인어른이셨다. 이번 방문 때 저녁식사 자리에서 막걸리 한잔을 권하고 두 번째 잔을 권하니 장인어른께선 손을 절레절레 흔들면서 사양하시는 것이었다. 이젠 그토록 좋아하시던 술도 몸이 받아드리지 않는 연세가 되셨다. 또한 기력도 많이 쇠하여지심을 피부로 느꼈다. 목소리가 예전 같지 않게 힘이 많이 없으셨다.

    이젠 삼시세끼 식사 챙겨 드시기도 힘든 장인, 장모님을 뵙고서 가슴이 애잔하게 쓰려 왔다. 나무는 가만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이 효를 다하고자 하는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말이 뼛속 깊이 파고드는 처가에서의 1박2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