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길 에세이] 심심풀이 오후 잡담

    입력 : 2022.07.29 15:07

    뙤약볕 길가 가로수마다 매미 소리가 쨍쨍거리는 점심을 먹은 느긋한 오훕니다. 천천히 눈 껌뻑이며, 가만히 앉아 있으려니 심심하군요. 후후, 누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대면 더 좋고요. 뭐 그저 이야기하고 싶어요.
     
    무슨 얘기냐고요? 그렇다고, 이렇다 할 건 없고요, 약 올리느냐고요? 풋, 그럴 리가 있나요. 혹시 졸린 것 같아, 이곳저곳 내 세상인 양, 한번 찔러보려는 건데요 뭐. 어디 아프냐고요? 아닙니다. 미안해요, 아픈 곳 없어, 더 미안합니다만, 뭐 그냥 말 좀 들어달라는 거죠.
     
    음, 그러니까, 나는 어떠한가? 이런 아름다움은 어떠한가? 그 뭐냐, 그러니 여기는 어딘가? 또, 또 너는 무엇이냐? 그리고 뭐 기타 등등. 하하, 행복에 겨워하는 말, 너무 시시하죠? 또 할까요? 풋, 제가 봐도 시시해요.

    사진제공=김봉길 시니어조선 명예기자
    동그란 땅을 손에 올려 봅니다. 건방지죠 물론. 이 땅에 서 있다가, 언제까지 사라질까 서 있다가, 조금씩 사라지는 슬픔을 보다가, 또 함께 사라지는 기쁨도 보다가, 스스스 시들어가는 손 위 동그란 땅 보다가, 그러다 더 할 일 없어 또 숨죽이죠. 사라지게, 숨 더 사라지게. 사라지는 몸과 마음 더 잘 보이게. 푸풋, 다시 배고프길 기다리죠. 아시죠? 배고파지려는 건 심심해서 그렇다는 거.
     
    심심하면 그럴수록 가물가물 세상이 가늘어 보여요. 점심 두 숟가락 더 먹은 탓이죠. 문득 졸음 같은 것이 와요. 언제라도 다가오고 있는 나 같은 것. 거기 있구나, 또 있었구나, 그대로 두고 한 뼘 떨어져 바라볼 수밖에요. 죽어가고 있는 것은 죽는 대로, 생겨나고 있는 것은 생기는 대로, 그냥 슬며시 한번 건드려 볼 수밖에요. 그저 나란, 내 숨이란, 그중 하나일 뿐. 가지고 있는 것은 내 몸뚱어리 하나일 뿐. 마지막 갈 때는 이 또한 훌훌 털고 갈 뿐이라며.
     
    언제 또 그랬듯, 어떤 배부른 오후가 되면, 바라보거나 건드리지 말고, 더러는 만져야 할까 봐요. 만지며 쿡쿡 입 벌려 뭐라도 중얼거려야 할까 봐요. 귀 막아도 흘러가는 바람결. 눈 감아도 흔들리는 물결. 멋으로 산다는 것은, 그 사이마다 번뜩이는 살랑 찰랑 나 같은 빛 만지는 일. 빛 따라 춤추는 내 시간 보는 일. 그러니까, 나는 무엇인가라도 만져야 살아있는 거라며.

    나 같은 나를 만지다가 또 쿡쿡 웃어야 할 때도 있겠지요. 뭐가 부끄럼인지 멍청함인지 모를 때요. 지금이라고요? 그래요. 배부른 거 하나 지키고 있는 지금, 더 심심해지고 싶은 지금, 맞아요. 그냥 나는 지금이지요. 언제 다시 나를 만지고 껴안을지 모르니, 이렇게, 계속 지금이라 우기는 거죠. 행복 같은 거 다음엔, 지금처럼 모두 심심해지는 거라고.
     
    그래요, 다시 점심 먹게 될 오후가 있을까요? 누굴 기다려야 할지요. 그땐 더 심심하지 않았으면 해요. 점심 잘 먹었냐는 거 묻지 않기를 바래요. 할 말이 더 없어지거든요. 그냥 보면 되니까요.
     
    허, 내일부터, 점심 먹지 말까요? 먹지 말고 계속 묻기만 할까요? 아니, 저녁이 와도, 아침이 오고, 곧 점심이 또 와도, 묻기만 할까요? 매미 소리가 더 들리지 않도록, 나는 심심한가, 묻기만 할까요? 후후, 그래도, 듣는 누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뭐, 이런 이야기 하고 싶다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