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안녕하셔야 해요” (35)

  • 방송작가 권은정

    입력 : 2022.09.14 10:03 | 수정 : 2022.09.14 10:05

    <중년을 넘어선 그대에게 띄우는 안부편지>

    35. 진짜 부자

    프랑스에 전해 내려오는 옛이야기 중에 이런 게 있습니다. 우리도 어렸을 때 그림책으로 많이 읽은 얘기예요.

    소박하게 살던 나무꾼 부부에게 천사가 나타나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합니다. 그러자 고민하던 부부는 배가 고프니까 우선 밥을 먹고 소원을 결정하기로 하지요. 그러다 아내가 무심코 소시지를 구워 먹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아뿔싸, 그게 첫 번째 소원으로 이뤄집니다.

    참 허망하게 소원 한 가지를 써버리게 되니까 남편이 화가 나서, 홧김에 그 소시지가 아내 코에 딱 붙어 버렸으면 좋겠다고 말을 해버렸는데, 아이쿠 저런, 정말 또 그렇게 두 번째 소원이 이뤄집니다.

    그래서 결국 하나 남은 마지막 소원은 아내 코에서 소시지를 떼어내는 데 쓰게 되는데요. 만약 이처럼 어느 날 내 앞에 천사가 나타나서 “딱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라고 한다면 무슨 소원을 말씀하시겠어요?

    아마도 로또 1등이나 아파트 청약 당첨 등, ‘부자가 되게 해달라고 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신 분들이 많지 않을까 싶은데요. 내가 열심히 일궈낸 부(富)가 아니라 하루아침에 소위 ‘뚝 떨어지는’ 부(富)를 두고 횡재(橫材)라고 하지요. 사전에 횡재(橫材)는 ‘뜻밖에 재물을 얻음. 또는 그 재물’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뜻밖에 재물을 얻거나 얻는 재물이기 때문에, 나의 관리 능력밖에 있으면 얼마든지 나에게 해가 되는 횡재(橫災)가 될 수 있어서,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횡재(橫材)를 경계했습니다. 말하자면 부(富)를 원하더라도, 부(富)에 대한 인식을 바로 갖추도록 했던 거지요.

    그래서 부(富)는 내가 관리할 수 있을 때 축복이고, 내가 관리하지 못할 때는 재앙이 되는 건데요. 부(富)를 잘 관리한다는 건, 돈을 무한정 계속 불리는 게 아닙니다.

    돈은 돌고 돌아야 하기 때문에 ‘돈’이고, ‘부자는 돈이 많이 머물다 가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부(富)를 잘 관리하는 것은 돈이 막힘없이 부족한 사람에게까지 잘 돌게 하는 능력입니다. 말하자면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고나 할까요. 높은 사회적 신분이나 부의 능력을 가진 사람은 그만큼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나가야 하는 데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거지요. 예전에 우리나라 경주 최씨 부자처럼요.

    실제 주변에 남에게 작은 거라도 혼자 먹지 않고 나눠먹고, 또 작은 거라도 혼자 쓰지 않고 나눠 쓰고, 어딜 갔다 오면 꼭 선물을 챙겨주는 분들이 있지요.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게 참 감사하고 복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간혹 그렇게 베풀며 사는 사람들에 대한 오해를 하는 분들이 계세요. ‘돈이 많으니까 그럴 수 있겠지’, ‘여유가 있으니까 베풀 수 있는 거겠지’ 하고 잘못 생각하는 겁니다.

    그런데 돈이 많다고 해서, 또 물질적인 여유가 생겼다고 해서 모두 다 베푸는 건 아니거든요. 세상을 좀 살아보면 깨닫게 되는 건데요. 내 형편이 잘 돼서 여유가 생겨서 베푸는 게 아니라, 베푸니까 잘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마음이 부자인 사람이 ‘진짜 부자’인 거예요.

    난 어떤 부자인지 한번 살펴보세요. 

    마음이 가난하면 ‘통장 부자’, ‘부동산 부자’, ‘주식 부자’여도 행복하지 못한 가짜 부자고요, 내가 가진 것을 주변과 나누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진짜 부자입니다.

    그래서 ‘부자가 된 다음에 나눔을 실천해야지’라는 생각은 ‘나눔을 실천하고 싶지 않다’는 말과도 동일합니다.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거야’라는 말은 스스로를 위안하고 희망을 품게 하는 말인데요.

    전 이 말보다 ‘지금 이 순간이 좋다’라는 말이 더 좋습니다. 만족감 행복감은 나중으로 유예하는 게 아니라, 당장 지금 느껴야 하는 거니까요. 그러니 진짜 부자인 ‘마음 부자’가 돼서 주변과 서로 나누며 살면 좋겠습니다.

    KBS 3라디오 출발 멋진 인생 방송작가 권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