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흥미로운 스토리를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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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억에 남는 와인들은 주로 어떤 와인인가요? 인상적인 맛과 풍미, 당시의 분위기와 함께 마신 사람, 그 외에도 와인을 기억하게 만드는 한 가지 요소는 와인과 생산자의 얽힌 스토리가 아닐까요. 얼마 전 와인21 독자들로 구성된 시음 패널들이 모여 '흥미로운 스토리가 담긴 와인'을 주제로 테이스팅을 했습니다. 이번 테이스팅은 와인 자체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그 와인이 담고 있는 스토리가 와인에 얼마나 잘 표현되는지도 고려했어요. 와인21 시음 패널들이 선정한 세 가지 와인을 소개합니다.

내추럴 와인에 빠진 코미디언의 선택
라스 자라스, 스윗 베리 와인 Las Jaras, Sweet Berry Wine

레이블에서부터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기대되는 이 와인. 캘리포니아 멘도치노 카운티(Mendocino County)에서 스윗 베리 와인을 생산하는 라스 자라스 와인은 내추럴 와인으로 유명한 생산자예요. 와이너리는 약 10년 전, 조엘 버트(Joel Burt)와 에릭 웨어하임(Eric Wareheim) 두 사람의 만남에서 시작됐죠. 본래 코미디언이자 배우로 활동하던 에릭은 한 파티에서 조엘이 만든 와인을 마시고 “SO... Alive!”라고 외쳤어요.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해 만든 와인에서 건강하고 깨끗한 포도의 풍미를 느낀 그는 조엘과 컬래버레이션을 하기로 하고 와이너리를 설립했습니다.

라스 자라스의 와인 레이블은 예술가들이 작업해요. 와인 정보를 넘어서 특별한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에게 영감을 주죠. 까리냥, 진판델, 샤르보노, 카베르네 소비뇽, 발디기에를 블렌딩한 이 와인의 레이블은 에릭이 와인을 많이 마신 모습을 표현했다고 해요.

Tasting_ 와인21 패널 테이스팅에서는 '코미디언의 진지함과 열정이 담긴 와인'이라는 평이 나왔습니다. 코미디언이 와인을 만들게 된 스토리가 매력적이라는 코멘트가 있었죠. 집중도 있는 아로마와 순수한 과실 풍미를 느낄 수 있어요. 내추럴 와인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인입니다.

독학으로 양조를 배운 천재 와인메이커의 와인
플레이아데스 27 Pleiades XXVII

로버트 파커가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아이코닉한 와인메이커”라고 했던 션 태커리(Sean Thackrey)의 와인이에요. 지난해 5월 30일 세상을 떠나 이제 1주기가 다가오고 있죠. 션 태커리는 독학으로 와인 양조를 공부한 와인메이커로 1981년 첫 번째 빈티지를 선보였어요. 이후 20년 이상 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로 일관성 있게 뛰어난 와인을 생산해 극찬을 받았죠. 그는 오래전 편찬된 와인 관련 서적을 보며 양조를 배웠고, 개인 소유 도서관으로는 세계적인 규모의 와인 텍스트 컬렉션을 갖추고 있어요.

플레이아데스 27은 션 태커리가 27번째로 만든 와인으로 산지오베제, 피노 누아, 비오니에, 진판델, 시라를 블렌딩 했어요. 다양한 품종이 어우러지며 뛰어난 밸런스를 보여줍니다.

Tasting_ 독학한 천재의 매력적인 와인이라는 점에서 특히 좋은 평가를 얻었습니다. 와인애호가들도 언젠가 스스로 와인을 만들어볼 수 있을 거라는 꿈을 가지게 해주는 와인이랄까요. 확실히 신대륙 와인이라는 느낌을 주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이라는 코멘트가 많았습니다.

개척자 정신을 기리는 바로사 쉬라즈
캘러마이스터, 파이어스 파이어니어 쉬라즈 Kellermeister, Pious Pioneer Shiraz

스토리가 흥미로운 와인으로 소개할 마지막 와인은 호주 쉬라즈입니다. 남호주 바로사 밸리에 위치한 캘러마이스터는 1976년 랄프 존스(Ralph Jones)가 설립한 와이너리예요. 영국인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를 둔 그는 어머니의 이름에서 '캘러'를 따와 와이너리 이름을 지었죠. 100년 넘는 쉬라즈 빈야드를 소유해 바로사 밸리에서 가장 오래된 부티크 와인 생산자로 꼽히고, 호주에서 단 7%만 선정될 수 있는 제임스 할리데이의 '5스타 와이너리'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2012년 랄프 존스는 유명 양조가 마크 피어스(Mark Pearce)에게 와이너리를 넘기고 은퇴했어요. 새로운 소유주가 된 마크 피어스는 고품질 와인을 생산할 뿐만 아니라 어린이 환자들을 돕는 등 사회공헌 활동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이름에 '개척자'의 의미가 담긴 파이어스 파이어니어 쉬라즈는 블랙베리와 오크, 다크 초콜릿, 후추, 박하 향이 복합적인 와인이에요. 파워풀한 스타일로 견고한 구조감이 느껴집니다.

Tasting_ 바로사 지역이 뛰어난 와인 산지로 세계에 알려진 건 처음 포도 재배를 시작한 개척자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들에 대한 경의를 담아 만든 와인이라는 점이 잘 표현돼 있어요. 와인21 시음 패널들은 설립자의 다문화 배경과 어머니의 이름을 딴 와이너리라는 점, 그리고 현 소유주의 사회공헌 활동에 관한 스토리도 흥미롭다고 평가했습니다. 5월 가정의 달에 잘 어울리는 와인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