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프리라이딩 코스 해병대길

▲ 해병대길 전반부의 첫번째 어려운 구간.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방법도 여러 가지의 스타일이 있다. 그 중에 프리라이딩은 선수로써 자전거를 타는 것이 아니라면 정말 산악자전거에 흠뻑 빠지게 만드는 재미있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서울에서 멀리 있는 산이 아닌 가까운 도봉산에서 프리라이딩 스타일의 자전거 타는 방법과 코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도봉산에서도 자전거를 타나 하고 궁금해 하시는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우리가 말하는 도봉산의 산악자전거 코스는 ‘해병대길’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길 중간의 봉우리 정상에 해병대 깃발과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어서 처음 가보고 그 길을 해병대길이라 부르게 되었다. 깃발이 나부끼는 그곳에서 바라보는 인수봉과 백운대 조망은 정말 뛰어나다.

해병대길은 우이암에서 도봉역쪽으로 떨어지는 성황당 능선을 타는 자전거길이다. 우이동 그린파크에서 우이령쪽으로 200m 정도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사슴농장 입구가 보인다. 사슴농장으로 우회전해 들어가면 넓은 공터가 나오고 여기서 산으로 들어가게 된다.

입구에서 라이딩을 시작해 5~10분 정도를 오르면 몇 기의 묘지를 지나서 오르막의 중반부로 접어든다. 이곳의 업힐은 급한 경사와 곳곳에 나타나는 장애물 때문에 상당한 기술과 밸런스를 요구한다. 또 지구력도 필요하지만 순간적으로 치고나가는 근력도 필요하다.

업힐 상단부에서 약간 자전거를 짊어져야하는 구간도 있지만 역시 계속해 정상능선까지는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고 탈 수 있다. 능선에 올라설 때까지 30분 정도 소요된다. 업힐 구간과 능선이 만나는 지점은 지도 상에 산불감시초소로 표시되어 있다.

여기서 우측으로 능선을 따라가면 해병대길 능선이 시작된다. 우측으로 돌자마자 약 5~6개의 계단이 나타난다. 왼쪽으로 붙어서 하단 계단을 치고오른 뒤, 다시 오른쪽으로 붙어서 나머지 계단을 돌파해야 한다. 그러면 능선의 평탄한 길을 만나고 300m정도의 이 길을 구불구불 타고 나가면 약간의 오르막이 있는 삼거리가 나온다.

해병대 깃발 휘날리는 봉우리

여기서 우측 급경사를 타고 오르면 ‘해병대봉’ 정상이다. 이 봉우리의 해병대 깃발은 항상 태극기와 함께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해병전우회 분들이 아침마다 올라오셔서 운동하는 장소일 거라고 추측된다. 상기했다시피 이곳에서 바라보는 인수봉과 백운대, 그리고 도선사와 우이동 일대의 조망이 최고다. 망원경만 있다면 인수봉에 어느 길에 누가 붙어 있는지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조망이 좋다.

보통 해병대봉에서 가드를 착용한다. 프리라이딩에 있어서 가드 착용은 필수다. 안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도전 의욕과 과감성을 고조시키는 데 있어 가드는 심리적으로 많은 도움을 준다.

▲ 해병대길 변형 루트 상단부를 내려오는 송동하씨.

가드와 기본준비물을 점검하고 본격적인 라이딩을 시작한다. 다시 온 길을 되돌아 능선으로 나간다. 급한 내리막을 내려와 능선을 만나면 우회전한다. 능선길을 1분 정도 더 달리면 계단이 나오기 시작한다. 30m의 계단을 내려가면 첫번째 난관을 만난다.

바위를 내려가야 하는데 앞에 돌이 솟아있어서 그것을 돌파한 다음 연속동작으로 소위 ‘뚝 떨어지는 바위’를 내려가야 한다. 웨이트백의 정확성이 없으면 앞으로 전복할 수 있다. 처음에는 바윗덩어리만 있었으나 작년 연말에 나무계단을 설치해 난이도가 많이 떨어졌다. 주의를 요하는 구간이다.

이곳을 돌파하면 다시 어려운 구간을 만나는데, 이 곳 출발점에는 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이 나무를 피해 왼쪽으로 떨어진 다음 작년에 설치한 계단을 타고 내려가야 한다. 이곳 역시 나무계단이 설치되지 않았을 때는 바위를 타고 내려가야 하는 상당한 담력을 필요로 하는 곳이었다. 처음 진입지점을 조심해야함은 물론, 계단이 길기 때문에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여기를 지나면 좌측으로 구부러진 어렵고 불규칙한 계단이 나오는데, 내려가는 도중 좌측으로 꺾어야하므로 집중력과 조종성, 그리고 밸런스를 필요로 한다. 이 구간을 지나면 십자로라고 명명한 사거리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까지가 전반부의 어려운 구간이다. 참고로 십자로에서 우측길은 방학동 약수터로 내려가는 길이고, 좌측 길은 무수골로 이어진다.

계속 직진해 능선을 타고 간다. 십자로로 내려서면 오르막을 올라가야 하는데, 계단이 설치되어 20m 정도 자전거를 짊어져야 한다. 계단으로 올라서서 능선길을 200m 정도 라이딩하면 쉼터가 나오고, 이곳에서 좌측의 급경사를 내려가야 한다. 쉬고 있던 아주머니 등산객들이 자전거를 타고 왔냐고 물어보며 놀라는 장소다.

좌측의 급경사를 내려가면 바퀴 하나 지나갈 정도의 좁은 바윗덩어리가 나타난다. 발을 수평으로 놓은 상태로 균형을 잡고 지체 없이 통과하면 뚝 떨어지는 계단을 통과해 계속된 싱글트랙(자전거 한 대 지나갈 정도의 좁은 소로)이 이어진다.

계속 이어지는 불규칙한 계단과 좁은 산길을 정신없이 달리다보면 연이은 3개 봉우리를 만나게 된다. 첫번째 봉우리는 나무 사이의 커다란 드롭이 특징. 두번째 봉우리는 일명 Z길이라고 부르는데, 처음에는 급경사 절벽(?)이라고 생각되어 우회했던 곳이다.

계단과 드롭으로 구성된 고난도 코스

약간의 불규칙한 계단을 통과한 다음 내리막의 도랑이 Z자로 꺾여있어서 핸들링을 재빠르게 한 다음 치고나가야 한다. 앞바퀴의 진입이 조금만 잘못 되어도 미끄러져 넘어지는 곳이다.

▲ 해병대길 전반부의 두번째 어려운 구간,계단 내려오기 기술이 필여하다

이곳을 통과하면 마지막 봉우리로 일반적인 싱글트랙이다. 이 봉우리에서 우측으로 크게 돌아서 내려가면 연속된 긴 계단을 만난다. ‘우다다다’ 내려가면 계단 끝은 사거리다. 이곳 역시 우측길은 안방학동으로 가는 산길이고, 좌측길은 무수골로 연결된다. 즉 안방학동에서 무수골로 넘어가는 산길과 만나는 사거리다. 이곳에서도 직진해 계속 능선을 타면 해병대길의 중반부를 마치게 된다.

중반부의 끝에는 약간의 휴식터와 커다란 무덤이 있는데, 자전거길은 어디로도 통한다. 그러나 해병대길 후반부는 무덤 앞의 왼쪽 샛길을 통해서 싱글트랙의 속도감 있는 라이딩을 이어가게 된다. 후반부의 특징은 어려운 드롭이나 불규칙한 계단보다 다양한 굴절과 점프가 많다는 점이다. 이 구간 중간에 배드민턴장이 나오는데, 이 곳에서 오늘 라이딩의 실수 포인트를 연습하기도 한다. 멋진 윌리 드롭도 할 수 있는 곳이다.

배드맨턴장을 지나서 속도감 있게 질주하면 철조망과 만난다. 철조망을 따라 오르내리다보면 오른쪽으로 묘소가 나오고 묘소를 지나면 해병대길은 끝난다. 이 동네는 도봉역 건너편이다. 자가용을 그린파크쪽에 주차했다면 방학동쪽으로 주행해 정의공주묘를 지나서 우이동으로 갈 수 있다.

유토피아클럽 박종호씨가 처음으로 이 성황당 능선을 연결해 라이딩했는데, 이 코스를 해병대길이라고 명명하기 이전에도 소구간을 연결해 연습장소로 사용해왔다. 요즘은 프리라이딩 매니아들이 해병대길의 많은 변형루트들을 개발하여 즐기고 있다. 그러나 이 코스는 강원도 오지의 산과는 달리 등산객들과 접촉이 많아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예절도 필요하고, 또한 산이 훼손되지 않게 주의를 기울여야하는 곳이기도 하다.

인물

정형래 선수

아시아 정상의 다운힐러

국내 다운힐의 역사가 그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독보적인 선수가 바로 정형래(29)씨다. 정 선수가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지는 9년 가량 되었고, 선수생활 이후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필적할 선수가 없을 정도로 기량이 뛰어나다. 현재 아시안게임 다운힐 부문 금메달을 노리고 부산 아시안게임 경기코스에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이번 도봉산 해병대길 답사에 동참해 필자와 동호인들에게 멋진 기술을 보여 주었다.

MTB 테크닉 강좌

계단 내려오는 요령

▲ 해병대봉 정상에서 휴식을 취하는 바이커들.

길게 늘어선 계단 앞에 서서 자전거를 들고 내려갈 것이냐, 타고 내려갈 것이냐 고민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몇 가지 요령을 익히고 연습을 한 다음 도전해 보자. 계단도 도전하는 사람의 것이 된다.

1 안장을 낮추자

계단을 내려가는 데 있어서 초보 라이더에게는 높은 안장이 그렇게 부담스러울 수가 없다. 일단 안장을 낮출 수 있을 때까지 낮추고, 자전거의 조종성을 용이하게 해야한다. 두 발을 내리면 항상 발이 땅에 닿을 정도로 만들고, 엉덩이를 들고 타는 연습을 해본다.

2 앞바퀴가 계단에 진입함과 동시에 웨이트백 자세

계단 돌파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 웨이트백(weight-back)이라는 기술로, 엉덩이가 안장 뒤로 가고 어깨를 낮추는 형태의 자세를 말한다. 계단에 진입하기 전에 미리 웨이트백을 해 버리면 균형을 잃기 쉽다. 웨이트백은 계단 진입과 동시에, 그리고 계단을 다 내려오자마자 바로 평상시 자세로 바꾼다.

3 브레이크는 앞과 뒤 3 : 7 정도

앞브레이크를 3, 뒷브레이크를 7로 해서 사용해야 편하게 내려올 수 있다. 처음에는 뒷브레이크만 잡고 앞브레이크는 단지 패드가 림에 닫는 정도로만 잡고 짧은 계단에서 연습해 보자. 그러다가 조금씩 앞브레이크를 사용하다 보면 계단에서 속도 조절도 가능하다.

4 절대 핸들바를 놓지 않는다.

초보자의 경우 균형을 잃었을 때 제일 먼저 핸들바에서 손을 놓는다. 계단을 잘 내려가기 위해서는 핸들바를 꼭 잡은 상태에서 가야할 가상의 선을 긋고 그 선을 따라 부드럽게 내려간다.

5 넘어질 때는 옆으로

스키와 같이 균형을 잃고 넘어질 때는 그냥 옆으로 한 발을 빼고 핸들바를 잡은 채 넘어지면 큰 문제가 없다. 물론 브레이크를 잡아서 정지해야 한다. 속도가 났을 때 균형을 잃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자신을 잃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신을 차리고 계속 내려가면 전혀 문제없다. 균형을 잃는 경우는 속도가 너무 느릴 때다.

6 겁먹지 말자

겁먹고 계단을 내려가면 대부분 넘어진다. 핸들바에서 손을 놓게 되거나 브레이크를 잡지 못해 너무 빠른 속도로 내려오게 되거나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쉽다. 보호장구를 착용한 상태에서 과감하게 도전해보면 계단도 능히 극복할 수 있다.

글·사진 김종수 (www.alpongs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