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연하리와 하동읍 진별리 경계를 이루는 응봉산(鷹峰山·1,013m)은 백두대간 상의 함백산(1,573m)을 모산으로 하는 산이다. 함백산에서 서쪽으로 가지를 치는 능선이 백운산(1,426m)과 두리봉(1,466m)을 지나 질운산(1,172m)과 예미산(989m)으로 이어진 다음, 잠시 수라리재(530m)로 가라앉았다가 다시 솟아오르며 망경대산(1,088m)을 들어올린다.
망경대산을 들어올린 이 산릉이 약 6km 더 나아가 펑퍼짐한 봉우리를 빚어놓은 산이 바로 응봉산이다. 응봉산에서 계속 서진하는 산릉은 약 5km 거리에서 계족산(890m)을 들어올린 다음, 마지막 여맥을 남한강에 가라앉힌다.
옛날부터 영월 주민들은 응봉산을 명당으로 보았다. 응봉산 정상을 연꽃 뿌리로 볼 때 석항천 방면 북릉을 연꽃 줄기로 보았다. 그래서 북릉 상의 재령치 서쪽 지명이 상타련과 하타련이다. 타련(朶蓮)은 연꽃 줄기라는 뜻이다. 그리고 줄기가 끝나는 석항천변인 연하역 주변을 연꽃이 피어난 곳으로 보아 지명이 ‘꽃밭머리’로 되어 있다.
그리고 연꽃이 잘 크려면 그 뿌리에 해당되는 응봉산 정상을 중심으로 충분한 물이 필요했을 터이다. 그래서 명당인 응봉산을 보호하기 위해 ‘개’자를 9개를 써야 한다고 해서 산 주변에 9곳의 지명에다 개자를 붙였다고 문헌에 전해진다. ‘개’는 강원도 방언으로 물이 흐르는 계류나 냇가, 즉 개울을 뜻한다.
현재 전해지는 개자가 들어간 지명으로는 응봉산 서쪽 끝머리 영월화력발전소 자리인 노장개(노인들이 놀던 개울)를 비롯해서 응봉산쪽으로 가까워지며 장덕개(장씨들이 살았다는 곳), 엄확개(엄씨가 살았다는 곳)가 있고, 응봉산 남쪽 하동리 진벌리 방면 골짜기에 있는 돌앞개(바위 아래 개울), 지푼개(깊은 개울), 산양개(산 너머 양지바른 개울), 도락개(도인이 살만한 곳), 풀뭇개(풀무가 있는 대장간이 있었던 개울), 곳절개(꽃이 많아 꽃을 꺾으며 가던 곳) 등이 일부 지형도에도 기록되어 있다.
응봉산 연화계곡 안 계사동에도 여느 산과 마찬가지로 70년대 이전에는 상기에 열거한 개자가 들어가는 지명으로 불리었던 장소를 비롯해서 산자락 곳곳에 100여 가구가 넘는 화전민들이 살았으나 71년 화전민 이주사업으로 지금은 십수 가구만 남아 고랭지채소농사로 살아가고 있다.
응봉산은 영월읍내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태화산(1,027m), 계족산(890m), 완택산(916m)을 비롯해 하동면의 마대산(1,052m), 곰봉(930m) 등의 유명도에 가려 있던 산이다. 그러나 이 산은 영월의 몇몇 산꾼들을 비롯해서 인근 제천이나 정선 산악인들이 이따금 오르내린 흔적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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