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라이터 민병준의 향토기행] 좋은물 맛난물, 겨울축제, 동계스포츠의메카, 맛자랑, 특산물

▣좋은 물 맛난 물

방아다리약수

삼림욕 후 마시는 톡 쏘는 물맛 일품

▲ 위장병, 신경통, 피부병에 효과가 있다는 방아다리 약수.

평창 땅 오대산 자락에서 샘솟는 방아다리약수의 매력은 진입로의 울창한 전나무숲이다. 약 250만 평의 숲이 선사하는 신선한 청량감에 가슴은 물맛을 보기도 전에 시원해진다. 시뻘겋게 물든 바위틈에서 보골보골 솟아오른 약수는 사이다처럼 톡 쏘는 맛이 난다. 비위가 약한 사람은 몇 모금 못 넘기지만 탄산과 철분이 주성분인 약수는 위장병·신경통·피부병 등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요즘 같은 한 겨울에도 탐방객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인기 있다.

전설에 의하면 옛날 이곳에서 화전을 일구고 살던 한 아낙네가 바위 한가운데 움푹 패인 곳에 곡식을 넣고 방아를 찧다가 바위가 갈라지면서 약수가 솟아나왔다고 한다. 또 다른 유래도 있다. 일제 때 경상도 땅에 살던 이명호라는 사람이 위장병을 고치려고 산천을 해매다 지쳐서 이곳에 들어와 머슴살이를 하고 있던 어느 날 산신령이 나타나 ‘잔내골에 가면 약수가 있으니 그걸 마시라’고 했다. 이씨는 산신령의 말대로 백일 동안의 비밀을 약속하고 약수를 마셨고, 결국은 그렇게도 못 고치던 그의 위장병이 나았고, 이후 세상에 알려졌다.

1930년대엔 부근엔 병을 고치러 오는 환자들을 받던 여관도 생겼고, 이 때부터 방아다리 약수는 북한의 삼방약수와 쌍벽을 이룰 정도로 나라 안에 이름이 높았다. 약수터 옆에 다소곳이 서있는 퇴색한 건물은 이 약수를 지켜주는 용신각(龍神閣)이다. 물은 우리 민속신앙에서 생명력과 풍요의 원리, 정화의 상징으로 섬겨지면서 독특한 종교적 기능을 발휘해왔는데, 이런 기능은 용신 또는 용왕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약수도 당연히 생명력과 풍요의 원리로서 섬겨졌는데, 물의 생명력에서 ‘약’이라는 말을 붙여 병을 치료하는 능력을 빌었던 것.

이 용신각은 방아다리약수를 지켜주면서 지병을 치료하러 오는 사람들의 소원도 들어주고 있다. 방아다리약수산장(033-335-7480)엔 지병을 치료하기 위해 장기 투숙하면서 물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 이곳에서는 산채된장찌개와 약수로 한 돌솥밥, 토종닭 등도 판다. 약수터 앞 척천리 민박마을(033-335-8299)에선 20가구쯤이 민박을 친다.

오대산 우통수

한강을 빛내는 한줄기 영롱한 샘물

▲ 조선시대 '한강의 근원지'로 알려졌던 염불암 우통수. 물맛도 좋고 그 샘을 지키는 염불암의 너와지붕도 정겹지만 접근이 쉽지 않다.

조선시대 한양사람들은 한강 물을 사먹었는데, 강물의 한가운데 흐르는 물을 ‘한중수’라 하여 다른 물보다 세 배나 비싸게 쳤다고 한다. 이 물은 바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실린 것처럼 오대산 우통수(于筒水) 물줄기를 말한 것이다. 또 오대산 우통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증동국여지승람의 내용대로 한강의 근원지로 알려졌지만, 1980년대 중반에 남한강의 발원지는 이 오대산 자락이 아닌 태백 금대봉 자락에서 발원한 검룡소라는 사실이 실측 결과 밝혀졌다. 결국 남한강의 근원지라는 지위는 검룡소에게 넘겨주었지만, 서해에 닿기까지 한강의 한가운데를 흘러간다는 그 물맛만큼은 오롯이 남아있다.

우통수는 너와로 지붕을 얹은 염불암 사립문 앞에 있다. 물은 무겁고 푸르스름한 신비로운 빛깔이 넘쳐났으며 맛도 매우 깊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엔 다음과 같은 귀절이 나온다. ‘오대산 서대 밑에 솟아나는 샘물이 있는데, 곧 한수의 근원이다. 권근의 기행문에 서대의 밑에 솟아나는 샘물이 물빛깔과 맛이 다른 물보다 훌륭하고 물을 삼가는 것도 또한 그러하니 우통수라 한다. 서쪽으로 수백 리를 흘러 한강이 되어 바다로 들어간다. 한강은 비록 여러 곳에서 흐르는 물이 모인 것이나 우통수가 복판 줄기가 되어 빛깔과 맛이 변하지 않는 것이 중국에 양자강이 있는 것과 같으니 한강이라는 명칭도 이 때문이라고 하였다.’

우통수가 있는 염불암 가는 길은 멧돼지들이 놀이터를 삼을 정도로 호젓해 접근이 쉽지 않다.

▣ 겨울축제

대관령 눈꽃축제

설국의 향연…설피 소발구 등 이색체험도

▲ 용조각상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위). 알래스카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이글루 체험(아래).

평창은 효석문화제, 노성제, 평창강민속축제, 강원감자큰잔치, 오대산축제, 달맞이한마당축제 등 축제가 많은 고을이다. 그중 매년 1월 중순쯤에 열리는 대관령눈꽃축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대한 겨울 축제 중 하나로 꼽힌다.

물론 축제 기간이 아니라 해도 눈을 실컷 보고 즐길 수 있지만, 특히 많은 행사가 집약된 축제 중엔 더욱 쉽게 눈의 다양한 정취를 접할 수 있다. 능경봉을 오르는 8km 눈길 트레킹과 폭설을 기대하는 만설제로 축제의 서막이 열린다.

대형 눈조각 빛 얼음조각이 전시되어 있는 상설 행사장에선 유럽풍 눈성(城)과 얼음집 이글루 카페 등을 체험할 수 있고, 눈꽃마차와 얼음 볼링대회, 어린이 썰매대회, 스노래프팅, 개썰매대회, 국제알몸마라톤 대회 같이 이색적인 행사도 볼 수 있다. 또 소발구, 인발구와 설피 체험 등도 인기 있는 이벤트. 황병산에서 멧돼지 사냥 후 즐겼다는 ‘황병산 사냥놀이’ 농악도 볼 만하다.

문의 대관령눈꽃축제위원회 033-336-6112 www.snowfestival.net

▣ 동계스포츠 메카

2010 동계올림픽 공식후보지…올 7월 투표로 결정

평창은 산악도시로서의 자연환경과 한국 최고의 스키 밸리가 있다는 명성에 걸맞게 최근 2010년 동계올림픽대회 공식 후보도시로 선정되었다. 한국의 평창과 자웅을 겨룰 도시로는 눈으로 명성이 높은 캐나다의 벤쿠버, 오스트리아의 잘스부르크, 스위스의 베른. 하지만, 지난 9월 베른이 유치포기를 선언함으로써 2010 동계올림픽 개최는 평창, 벤쿠버, 잘스부르크가 삼파전을 벌일 전망이다.

IOC 규정을 살펴보면 동계올림픽은 16일 이내에 10종목 52개 야외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정상적 경기진행과 연습장 제공, 안전성 확보, 대회참가자 수용 등을 감안할 때 4개 이상의 리조트와 40면 이상의 슬로프가 필요하다. 현재 평창 인근 스키장엔 5개 리조트에 65개 슬로프와 25개의 국제공인코스를 보유하고 있고, 추가로 3개 리조트에 25개 슬로프를 건설 중에 있다. 여기엔 동계올림픽 경기의 꽃으로서 표고차 800m의 슬로프가 필요한 활강경기장 건설도 포함되어 있다.

무엇보다 평창의 스키밸리는 한국의 동서를 연결하는 영동고속도로와 근접해 있어 교통이 아주 편리하다는 게 장점이다. 영동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의 4차선 개통으로 서울과 대구에서 2~3시간이면 접근이 가능하다.

물론 평창과 경쟁하고 있는 고장들은 전통적으로 눈과 친근한 산악도시로서 동계올림픽 개최 여부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하지만, 캐나다의 밴쿠버는 지역주민의 유치 지지도가 높지 않아 선정 기준의 주민성원 부분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 오스트리아의 잘스부르크도 테러방어 능력에 미흡하다는 시각이 있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11월 한 여론조사에서 96.8%가 2010 동계올림픽 유치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니, 한국의 평창이 동계올림픽 대회를 유치할 전망은 한층 밝다고 볼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도 대선 공약으로 동계올림픽 유치와 동계스포츠 활성화를 약속했다. 지난달 13일에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지원위원회를 열어 3조8771억 원을 투입하기로 의결했다. 설상경기는 용평 보광 성우 중봉 등지에서, 빙상경기는 배후도시인 강릉 원주 등지의 올림픽벨트에서 치를 예정.

IOC 평가단은 후보 도시 가운데 2월14일부터 17일까지 평창을 가장 먼저 방문해 실사한다. 최종 개최지 결정은 7월2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리는 IOC 총회에서 126명 IOC 위원의 비밀투표로 정해진다. 만약 88년 하계올림픽을 개최한 한국이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면 세계에서 7번째로 여름과 겨울 올림픽을 연 스포츠 선진국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월드컵 축구까지 치면 캐나다가 빠지게 돼 랭킹이 6번째로 한 계단 올라간다.

참조 2010 평창 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www.pyeongchang2010.com

▣맛자랑

□현대막국수 -봉평서 제일 맛 좋은 메밀막국수집

▲ 현대막국수집의 메밀국수.

메밀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봉평엔 메밀로 만든 막국수로 유명한 집이 많다. 그중 봉평장터 한쪽에 자리잡은 현대막국수는 외지인들보다 현지인들이 더 많이 찾는 막국수 전문 식당으로 아주 유명하다. 40년째 맛의 전통을 이어오는 이 집의 주인 최애숙(43)씨는 봉평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국수는 면에 밀가루를 섞은 메밀과 100% 순메밀이 있다. 메밀국수(3,500원), 메밀비빔국수(4,500원) 순메밀국수(5,000원).

양파즙에 식초를 비롯한 갖은 양념을 한 막국수 양념은 들기름을 적당히 섞어 고소하면서도 아주 향긋하다. 또 육수는 무즙, 양파즙, 배즙을 써서 만드는데, 시원하고 개운하며 구수한 맛이 난다. 막국수에 따라나오는 열무와 무 등의 밑반찬은 최씨가 손수 길러서 내놓는 무공해 야채로 담근 것이다. 막국수를 먹으면서 메밀부침(5,000원)과 수육(10,000원)을 곁들여도 좋다.

문의 033-335-0314

□미가연 -메밀싹 섞은 비빔밥이 별미

▲ 미가연의 메밀싹비빔밥. 노란 메밀싹과 시금치, 호박, 들깨가루 등을 뒤섞어 비비면 메밀싹 비빔밥 특유의 맛이 느껴진다.

봉평 장터 부근에 자리한 미가연(味家宴)은 메밀싹으로 만든 독특한 음식으로 이름난 식당이다. 여주인 오봉순(39)씨는 직접 주방에서 상을 점검하고 손님의 상에 나가 메밀 싹으로 요리한 갖가지 음식을 맛나게 먹는 방법에 대해 구수한 설명을 곁들인다.

노란 메밀싹과 시금치, 호박, 들깨가루 등을 뒤섞어 밥을 정성스레 비빈 뒤 데친 호박잎에 싸먹으면 메밀 싹 비빔밥 특유의 맛과 까슬까슬한 호박잎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메밀싹비빔밥(5,000원). 메밀 싹과 메밀묵을 잘 버무린 메밀싹묵무침(9,000원)도 별미로 꼽힌다.

메밀 씨앗을 섭씨 27도를 유지한 시루에서 1주일간 콩나물처럼 길러 얻는 메밀 싹은 상큼하고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또 비린내가 없고 특유의 향이 나는 메밀 싹은 씨앗보다 루틴(rutin)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비만과 고혈압, 당뇨병 등 성인병을 예방하는 데 좋고, 알칼리성이라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문의 033-335-8805

□부림식당 -향긋한 풀내음 전하는 산채백반

▲ 향긋한 산나물 내음이 진동하는 진부 부림식당의 산채백반.

오대산 길목인 진부에는 산채 전문식당이 제법 눈에 많이 띈다. 어느 집이나 나름대로 잘 갈무리해둔 산채를 밥상 위에 풍성하게 올려놓는다. 모두 오대산 기슭에서 채취한 무공해 산나물들이다.

진부 버스터미널 근처의 부림식당의 산채백반은 산채가 좋기로 유명한 진부 지역에서도 그 맛을 알아준다. 산채백반에는 산골냄새 물씬 풍기는 된장찌개와 김치, 두부를 비롯해 열댓 가지 나물들이 올라온다. 취나물, 곰취나물, 참나물 등 산나물을 비롯해 표고버섯 느타리버섯 등의 은은한 버섯향, 짙은 더덕향과 두릅의 강한 향을 맡다보면 향긋한 봄내음이 전해져오는 듯하고 몸도 마음도 푸르러지는 것만 같다. 산채백반 1인분 7,000원. 산채정식 1인분 10,000원.

문의 033-335-7576

▣특산물

대관령 황태

대관령 겨울바람이 빚은 ‘더덕북어’

▲ 숙취에 좋다는 황태해장국.

내장을 제거한 명태를 영하 10℃ 이하로 춥고 일교차가 큰 대관령의 덕장에 두 마리씩 엮어 걸어놓으면 12월 말부터 4월 초까지 4개월간 밤낮으로 꽁꽁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한다. 그런 자연건조 과정을 거치면 속살이 노랗고 육질이 연하게 부풀어 고소한 맛이 나는 ‘대관령황태’가 탄생한다.

황태는 보통의 북어와는 달리 육질이 산에서 나는 더덕과 비슷하다 하여 ‘더덕북어’로도 불린다. 특히 대관령황태는 기후 조건이 좋은 곳에서 생산되어 전체적으로 통통하고 껍질이 붉은 황색의 윤기가 나며 속살도 황색을 띠고 육질이 부드러워 인기가 있다.

영양도 만점이다. 순수 자연식품으로 콜레스테롤이 거의 없고 지방함량도 2% 이내로 다른 생선에 비해 적다. 동의보감에는 신체 각 기관 신진대사의 활성화와 머리를 맑게 해주는 식품으로 기재되어 있다. 간을 보호해주는 아미노산이 풍부하여 해독 효과가 뛰어나며, 스트레스가 심한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식품이다. 또한 황태에서 우러난 국물은 일산화탄소까지 해독해 줄만큼 효과가 뛰어나 애주가들의 해장용으로 최고로 꼽힌다. 또 여성들의 다이어트와 미용건강에도 효과가 있다고.

황태를 재료로 한 요리로는 황태해장국, 황태찜, 황태전골, 황태구이, 황태탕, 황태보푸래기, 황태볶음 등이 있다. 횡계의 황태회관(033-335-5795), 송천회관(033-335-5943), 한양회관(033-335-8228), 동원식당(033-335-5794) 등이 유명하다. 해장국 1인분에 7,000~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