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시 수산면과 단양군 적성면 경계를 이루는 금수산(錦繡山·1,015.8m)은 산 이름 그대로 비단결에 수놓은 듯 산자락 곳곳에 비경지대가 널려있다. 금수산의 옛 이름은 백운산이었다 전해진다. 그래서 지금도 산들목인 상천리 토속 명칭은 백운동이다. 그러나 단양군 안내책자에는 옛 이름이 ‘백악산’이었다는 기록도 있다. 지금의 이름은 조선조 때 단양군수로 부임해 온 퇴계 이황 선생이 이 산의 아름다움에 반해 금수산으로 부른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금수산은 제2 단양8경으로 정해져 있을 정도로 단양과 인연이 깊다. 특히 구 단양에서 북서쪽으로 바라보이는 금수산은 아기를 잉태한 여인이 반듯하게 누워있는 모습이어서 예전에는 아기를 가지려는 여인들이 구 단양 뒷산인 두악산에 올라가 금수산을 향해 치성을 드리거나 금수산으로 들어가 치성을 드렸다고 한다.
금수산에서 사방으로 가지를 친 지능선 자락에는 비경들을 품은 코스가 많아 등산인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여인이 누워있는 형상에서 머리 부분에 해당되는 곳이 금수산 정상이다. 정상에서 말목산(馬項山·710m)으로 이어지는 남릉에서 중계탑이 있는 801.5m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사이에는 도토리 키 재기 식으로 고만고만한 높이로 4개 봉우리가 솟아 있다.
이 네 봉우리 중 금수산 정상에서 제일 가까운 봉우리가 부처댕이봉(840m)이고, 두번째 봉이 알봉(795m)이다. 알봉은 상천리 백운동에서 북동쪽으로 올려다 보이는 금수산 정상에서 시계바늘 방향으로 두번째 지능선 위로 형성된 봉우리다.
부처댕이봉과 알봉 사이에 형성된 협곡인 오래골 산세는 사람이 두 다리를 벌린 형상인데, 이 협곡 상단부에 독립된 작은 암봉이 있다. 두 다리 사이 성기가 있는 위치에 돋은 이 독립 암봉이 인체의 은밀한 곳을 닮았기 때문에 알봉이라 부른다고 주민들은 설명한다.
초경동~오래골~쇳고개 코스
알봉 코스인 오래골은 백운동 상천휴게소 주차장에서 금수산으로 가는 북쪽 길로 들어서는 것이 정석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버스종점이 상천휴게소에서 동쪽 고갯골등 방면으로 약 1km 더 들어간 초경동으로 옮겨졌기 때문에 여기서 오래골로 향하는 것도 괜찮다.
초경동에서 수천 평 넓이의 펑퍼짐한 둔덕 두 곳을 지나면 오래골 입구가 나온다. 이 길은 주민들이 밭일을 가거나 가을철 송이 채취를 위해 산으로 들어서는 길이다.
초경동 농기계 보관창고 앞 널찍한 마당인 종점에서 왼쪽으로 굽돌아드는 길을 따라 약 40m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계곡 초입이 있다. 먹석골로 불리는 이 계곡 상단부로 올려다보이는 봉이 알봉이다. 따라서 먹석골로 직등하면 바로 알봉으로 오를 수도 있다. 그러나 먹석골은 아직 제대로 된 등산로가 없기 때문에 하산길로 이용하는 편이 좋다.
먹석골 입구에서 왼쪽 농로를 따라 펑퍼짐한 둔덕길로 들어서면 왼쪽 아래로 백운동이 내려다보이고, 정면으로 망덕산이 마주 보인다. 둔덕에서 농가 두 채를 지나 5~6분 거리에 이르면 무덤이 있는 작은 능선 안부를 넘는다. 이어 계곡을 건너 오른쪽 사면길로 7~8분 거리에 이르면 수 천 평 넓이의 묵밭으로 올라간다. 묵밭 사이로 50m 올라가면 상수원보호지구 안내판이 있는 알봉 서릉 등산로와 만난다.
서릉 코스는 월간山 97년 8월호에 소개됐다. 당시에는 서릉 입구가 감자밭이었으나 지금은 잡초넝쿨로 뒤덮인 묵밭으로 변해 있다. 묵밭 상단부 상수원보호지구 안내판 앞에서 왼쪽 오래골로 들어서는 길이 뚜렷하다. 이 계곡길이 비교적 뚜렷한 이유는 상천리 주민들이 쇳고개를 넘어 적성면 상리 품달촌으로 넘나들던 길이기 때문이다.
오래골 안으로 발길을 옮겨 5~6분 들어서서 식수탱크를 지나 8~9분 거리인 수백 평의 잣나무숲을 빠져나가면 협곡 상단 오른쪽으로 알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알봉을 바라보며 10분 올라가면 울퉁불퉁한 너덜지대에 닿는다. 너덜지대 위로 흐릿한 산길 흔적을 따라 5분 가량 오르면 양쪽이 깎아지른 좁은 협곡 가운데에 있는 알봉과 마주치게 된다.
약 20m 높이에 폭 30m인 알봉은 아주 먼 옛날 부처댕이봉 서릉 청서덜(너덜) 절벽에서 떨어진 바위다. 지나온 잣나무숲 이후부터 계속되던 너덜은 양쪽 바위지대에서 떨어진 낙석들이 깔린 것이다. ‘청서덜’이라 부르는 너덜지대는 옛날 마고할미가 돌멩이를 치마폭에 가득 싸가지고 쇳고개를 넘다가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겨 이곳에다 쏟아놓고 갔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길은 알봉 왼쪽 절벽 아래로 이어진다. 40m쯤 올라 오른쪽으로 굽돌아 오르면 알봉 꼭대기로 오를 수 있다. 알봉 위에는 나무 10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알봉을 내려서서 계속 오르막 너덜지대를 7~8분 오르면 수천 평의 물푸레나무 군락 오른쪽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샘터가 반긴다. 물푸레나무 군락지는 예전 화전민들이 살던 곳이다. 한겨울에도 얼지 않아 멧돼지 발자국들이 역력히 남아있는 샘터를 뒤로하고 15분 더 오르면 부처댕이봉 남쪽 암릉 안부인 쇳고개(일명 쇠꼿재)에 닿는다.
쇳고개에서 남릉을 타고 15분 거리에 이르면 알봉 정상이다. 정상은 사방이 잡목으로 뒤덮여 조망이 터지지 않는다. 그러나 녹음기가 아닌 요즘에는 나뭇가지 사이로 북쪽 부처댕이봉과 금수산 정상이 시야에 들어온다. 동으로는 적성면을 관통하는 중앙고속국도가 멀리 소백산과 함께 보인다. 남으로는 백두대간 상의 황장산, 대미산, 하설산이 보이고, 남동으로는 상천리 가은산 뒤로 충주호반이 멀리 월악산과 함께 눈에 와 닿는다.
하산은 서릉을 타고 오래골 입구로 내려서는 코스가 가장 운치 있다. 서릉 상의 770m봉을 지나 8~9분 내려선 전망바위(너럭바위)에 이르면 북쪽 아래로 알봉과 청서덜이 내려다보이고, 부처댕이봉과 하늘금을 이루는 금수산 정상도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조망되는 청풍 방면 충주호와 월악산, 남쪽 멀리의 백두대간 풍광이 일품이다.
전망바위를 내려서면 노송들과 어우러진 바위지대 몇 구간을 세미클라이밍으로 내려서게 된다. 50분 정도 내려서면 오래골 입구 묵밭이다. 묵밭에서 상천휴게소 주차장까지는 15분 거리다.
또는 정상에서 남동릉을 타고 5분 거리인 안부에 이른 다음, 먹석골을 경유해 초경동으로 내려와도 된다. 정상 남동쪽 안부에서 계속 남동릉을 타는 코스도 재미있다. 약 1시간 거리에 이르면 중계탑(801.5m봉) 직전 삼거리가 나타난다. 삼거리에서 남서쪽 가은산으로 이어지는 급경사 능선을 타고 30분 거리인 고갯골등에 이른 다음, 서쪽 계곡길로 20분 내려서면 초경동이다.
상천휴게소를 기점으로 초경동~오래골~알봉~쇳고개를 경유해 정상에 오른 다음, 남동릉~801.5m봉 삼거리~고갯골등~초경동을 경유해 상천휴게소 주차장에 이르는 산행거리는 약 9km로, 5시간 안팎이 소요된다.
▣교통
서울 동서울터미널(전철 2호선 강변역)에서 30분 간격(06:30~21:00)으로 운행하는 제천행 버스 이용. 요금 8,700원. 2시간 소요.
충주 버스공용정류장에서 1일 46회(07:00~20:35) 운행하는 산척~평동 경유 제천행 버스 이용. 요금 3,300원. 1시간10분 소요.
열차편은 서울 청량리역에서 1일 14회(06:50~22:30), 주말 및 공휴일 2회(06:25, 23:00) 증편 운행하는 중앙선·태백선·영동선 열차 이용, 제천역에서 하차.
제천에서 1일 2회(05:40, 17:00) 운행하는 상천리행 버스 이용. 요금 1,000원. 40분 소요. 이 버스편은 청풍을 경유해 상천리로 들어갔다가 옥순대교를 경유해 수산까지 운행한다. 청풍에서는 13:40 발 상천리행 버스가 있다.
제천에서 1일 20회(05:40~21:20), 평일 1일 2회(06:00, 06:20), 공휴일 1일 2회(06:30, 07:30) 추가 운행하는 청풍행 버스(요금 750원)를 이용해 일단 청풍까지 간 후 상천리까지 택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청풍~상천리 택시요금 10,000~12,000원. 20분 소요. 청풍에는 개인택시가 1대뿐이다. 전화 043-648-0503, 휴대폰 011-485-2513(기사 민경인).
영남이나 충주 방면에서는 일단 수산에 이른 다음, 옥순대교 경유 상천리행 버스나 택시를 이용한다. 택시요금은 10,000원. 15분 소요. 수산 개인택시 전화 043-647-5163, 휴대폰 011-463-5162(기사 권원락), 648-3111, 휴대폰 011-463-5163(기사 권경락).
상천리에서 제천행 버스 1일 3회(07:20, 13:40, 17:40) 운행.
청풍에서 제천행 버스 1일 22회(07:15~22:20) 운행.
▣숙식
상천리 초경동 산골주막 이용. 민박료 3~4인용 작은 방 1실 20,000원, 10인용 방 1실 30,000원. 15인용 방 1실 50,000원.
산골주막에서 토종콩으로 만든 손두부전골(1인분 5,000원), 토종닭백숙(30,000원), 양념족발(15,000원), 더덕무침구이(15,000원)을 비롯해 여름철에는 도토리 김치국 묵밥(4,000원), 옥수수 주정에다 소나무, 참나무, 뽕나무, 구정목, 오가피나무로 직접 담근 옥수수오목주(1되 8,000원), 옥수수황기주(8,000원) 등을 판다(전화예약 필수 043-651-5884, 휴대폰 011-9842-5884). 상천리 일원 금수산 입산 가능 및 등산코스 문의는 산골주막 주인 김문기씨(58)에게 하면 된다.
글·사진 박영래 차장 yrpar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