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산행코스] 철도산행 - 경기 양평 도일봉 863.7m

▲ 단월에서 북서쪽으로 본 도일봉. 단월비석 오른쪽 고목은 옛날 용문산 은행나무 남편 역할을 했다는 천년은행목이다.

공휴일 이른 아침 서울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중앙선이나 태백선 열차편은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북적거린다. 예전에는 철도회원이 아니더라도 한 달 전 열차표 예매가 쉬웠다. 그러나 철도를 이용해 등산이나 나들이 가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요즘은 철도회원권이 있더라도 한 달 전에 예매하려해도 열차권이 벌써 동이 나는 일이 흔하다.

청량리역에서 아침 첫 열차인 6시50분 발 부전행 통일호는 좌석권 자체가 없기 때문에 개찰과 동시에 먼저 자리를 잡으려는 사람들로 뜀박질 시합이 벌어지기 일쑤다. 이 오전 6시50분 발 부전행 통일호로 다녀올 수 있는 산으로는 1시간 거리 안팎인 양평이나, 2시간이 채 안 걸리는 원주 정도가 좋다.

제천역이나 단양역, 또는 풍기역을 기점으로 당일산행을 다녀오려면 토·일·공휴일에 증편 운행하는 주말임시열차인 아침 6시25분 발 무궁화호(안동행)를 이용하면 가능하다.

2,200만 인구가 사는 수도권에서 당일치기 철도산행지로 양평군만큼 좋은 곳도 없다.

▲ 다랑논 지대를 지난 살구나무골에서 본 도일봉 남동릉 상 555m봉.

수도권 상수원 관리지역인 양평은 친 환경농업을 실천하기 위해 ‘3가지 안하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어느 농가에서나 제초제, 농약, 화학비료를 쓰지 않겠다는 운동이다. 그리고 ‘3가지 하기 운동’도 있다. 메뚜기와 반딧불이 서식지, 허수아비 들판을 만들자는 것이다.

도일봉(道一峰·863.7m)은 양평군 용문면 중원리와 단월면 향소리 사이에 솟은 산이다. 산행은 일반적으로 중원리 중원계곡으로 오르내리는 단순 왕복 코스만 알려져 있고, 중원리 반대쪽인 단월면 향소리에서 오르는 코스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 향소리로 들어서려면 용문역에서 단월 경유 석산리행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유의할 점은 청량리역에서 06:25 발(주말 증편·용문역 도착 07:27) 무궁화호나 06:50 발(용문역 도착 08:11) 부전행 통일호 열차를 반드시 타야한다. 그래야만 용문에서 08:50 발 석산리행 버스를 탈 수 있다.

단월 향소리 살구나무골~남동릉 코스

향소리가 있는 단월면의 지명은 단구월사(丹丘月木射)의 준말이다. ‘산숲에 둘러싸인 밝은 달 비춰진 정자’의 마을이라는 뜻이다. 단월에서 버스로 3분 거리인 향소교를 건너 2분 거리에 이르면 도로 오른쪽으로 큰 느티나무가 있다. 느티나무를 지나면 곧이어 향소1교를 건너 향소1리 마을회관이 나온다. 마을회관을 지나 1분도 못 가 방촌말 직전 중간말이 나온다.

▲ 1.산행기점인 중간말 살구나무골 입구의 향소교. 2.401m봉 지능선 임도에서 서쪽으로 본 도일봉 정상.

중간말에서 남서쪽으로 패어 들어간 계곡이 살구나무골이다. 도로에서 남쪽 농로로 들어서면 곧이어 향소교가 나온다. 다리 건너 50m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살구나무교가 나온다. 이 다리를 건너면 삼거리. 왼쪽 길이 살구나무골로 들어서는 길이다. 살구나무골 안으로 들어서면 정면으로 도일봉 남동릉이 보인다. 맑고 깨끗한 계류를 거슬러 15분 들어서면 작은 공터가 나온다. 무공해 계류 물맛이 일품이다.

이어 잣나무숲 아래로 산길이 뚜렷하다. 간벌로 버려진 통나무들이 보행에 불편을 주는 산길을 따라 10분 들어서면 잣나무숲이 끝나고 왼쪽으로 계류를 건넌다. 계속 숲터널을 헤치며 10분 들어서면 계곡길은 왼쪽 지능선으로 이어진다. 지능선을 타고 20분 오르면 임도에 닿는다. 임도 절개지를 올라 계속 지능선을 탄다.

▲ 도일봉 정상에서 중원산 북릉 너머로 본 용문산과 폭산.

임도에서 25분 올라가면 도일봉에서 괘일산(470.8m)으로 이어지는 남동릉에 닿는다. 오른쪽(북서쪽)으로 틀어 5분 거리인 안부를 지나 50분 올라가면 급경사 바위지대에 아름드리 소나무가 쓰러져 있다. 이어 20분 더 오르면 높이 20m 절벽 아래에 닿는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절벽을 우회하면 너덜지대를 방불케 하는 돌밭길이 나온다. 오를수록 가팔라지는 급경사 돌밭길을 더듬거리며 7~8분 오르면 절벽이 V자로 갈라진 틈 사이 급경사 길을 올라간다. 4~5분 더 올라서면 왼쪽으로 2.5m 세미클라이밍 구간이 기다린다.

세미클라이밍 바위를 올라가면 이제까지 올랐던 길 보다 더욱 가파른 사면이 앞을 가로막는다. 이 급경사 사면길을 6~7분 오르면 중원계곡 치마폭포 아래 합수점으로부터 이어지는 산길과 만나는 삼거리다. 삼거리에서 암릉 구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위험한 곳에서는 왼쪽으로 우회하기도 하면서 15분 올라가면 정상 직하 바위 안부에 닿는다. 이 안부에서 밧줄을 잡고 오르는 직등코스는 다소 위험하다. 오른쪽 우회길로 들어가 급경사 바위를 횡단한 다음, 30m 가량 올라가면 도일봉 정상이다.

양평군산악연맹이 세운 허리 높이의 검은 정상비석 옆에서 사방으로 휘둘러보는 조망은 막힘이 없다. 북서로는 깊이 패어져 내린 산음리 계곡을 거느린 봉미산이, 북으로는 비슬고개 뒤로 숨은 듯 자리한 소리산이 멀리 종자산과 함께 눈에 와닿는다. 북동으로는 송이재봉과 연결되는 매봉산이 보인다. 동으로는 향소리분지 뒤로 매화산 갈기산 금물산이 아른거린다.

▲ 중원계곡 중원폭포.

남동으로는 괘일산 너머 양동 방면 금왕산~고래산 줄기가 출렁이는 파도인 듯 보이고, 더 멀리로는 원주 치악산도 시야에 와 닿는다. 남으로는 중원산 왼쪽으로 중원계곡과 그 위로 주읍산이 보인다. 서쪽으로는 용문산과 폭산 정상이 하늘금을 이룬다.

하산은 바로 남릉을 타고 중원계곡 합수점까지 내려선 다음 중원폭포를 경유해 버스종점으로 나오는 코스가 편하다. 또는 정상에서 북서릉을 타고 싸리봉~싸리재에 이르러 중원계곡으로 빠져나오는 코스도 괜찮다. 이 코스는 남릉을 타고 내리는 것보다 약 3km 더 걷는다.

향소리 중간말을 출발, 살구나무골~임도~남동릉을 경유해 정상에 오른 다음, 남릉~합수점~중원폭포를 경유해 중원2리 종점으로 내려서는 산행거리는 약 10km로, 6시간 안팎이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