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라이터 민병준의 향토기행] 경기도가평 - 가평, 어떤 곳인가

경기도 동북부 지역에 자리한 가평군(加平郡)은 북쪽으로 강원도 화천군, 동쪽으로 강원도 춘천시·홍천군, 남쪽으로 양평군, 서쪽으로 경기도 남양주시와 포천군에 접한다. 도마치봉(937m)~국망봉(1,168m)~강씨봉(830m)~청계산(849m)~운악산(936m)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은 서쪽의 산간지대를 이루고, 도마치봉에서 석룡산(1,153m)~화악산(1,468m)~촉대봉(1,436m)~북배산(866m)으로 이어지는 지맥은 춘천과 접하며 동북쪽 산간지대를 이룬다. 동쪽은 북한강이 춘천과 경계를 따르다가 청평호를 이루면서 남부를 가로질러 흐르고 있으나, 구조곡을 따라 흐르기 때문에 거의 충적평야를 형성하지 못했다. 북한강 남쪽에 외따로 떨어진 설악면은 경기도 양평, 강원도 홍천과 경계를 이룬다. 가평에서 가장 높은 산은 북면에 있는 화악산(華岳山·1,468m)으로 경기도 최고봉이기도 하다.

가평의 대표적인 하천은 가평천과 조종천과 미원천이다. 강씨봉과 청계산 사이에서 동남진하며 명지산(1,267m)~연인산(1,068m)~매봉(929m)~불기산(601m)~주발봉(489m)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경계로 동쪽은 가평천 수계에 속하고, 서쪽은 조종천 수계에 속한다. 대부분 화강암과 편마암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가평천과 조종천을 비롯한 냇가와 그 지류 연안에 작은 분지와 곡저 저지가 분포한다. 미원천은 유명산에서 발원해 설곡천과 창의천 등을 받아들여 북한강에 합류한다.

내륙 산간지대라 기온의 연교차가 많이 나며, 지형성 강우가 많은 한국의 3대 다우지에 속한다. 연평균기온 10.5℃, 1월 평균기온 －6.6℃, 8월 평균기온 25.3℃이고, 최고기온 37.7℃(1939년 7월), 최저기온 －31℃(1959년 1월)를 기록했으며, 연평균 강수량은 1,336mm이다.

고구려시대에는 근평군(斤平郡)과 병평군이라고 했다. 757년(신라 경덕왕 16년) 가평군(嘉平郡)으로 개칭됐고, 1018년(고려 현종 9년) 강원 춘성군에 속했다. 1396년(조선 태조 5년) 조종현을 합하고, 1413년(태종 13년) 경기로 편입했으며, 1525년(중종 20년) 군으로 승격됐다. 1888년(고종 25년) 춘성부(春城府)에 속했다가 1894년 경기도 포천군에 속했다. 1896년 전국을 13도로 분할하면서 포천군에서 분리, 가평군으로 독립했다. 2003년 현재 가평읍을 비롯, 설악면·외서면·상면·하면·북면 등 1읍 5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평군은 대부분이 자연보전지역에 속해 공업이 발달하지 못했고, 주민들은 농업과 관광 수입에 의존한다. 경기도에서 양평군 다음으로 면적이 넓지만, 대부분 산지인 탓에 농경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9.1%로 낮은 편이다. 총 경지면적 7,640㏊ 중에서 논이 3,000ha로 39%, 밭이 4,640ha로 61%를 차지한다. 농가부업으로 잣·밤·대추·도토리 등이 생산되는데, 잣은 전국 생산량의 40%, 경기도의 50%를 차지한다. 광산물로는 흑연·구리·형석·남정석·홍주석 등이 있으며, 소규모 한지(韓紙) 공방과 도자기 공방이 있다. 가평군 전체 가구의 20% 정도가 관광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북한강을 따라 46번 경춘가도와 경춘선 철도가 통과한다. 청평에서 조종천을 따라 포천군 일동까지 37번 국도가 이어져 있고, 또 청평에서 신청평대교를 건너 설악면에서 양평군 옥천면까지 역시 37번 국도가 이어진다. 가평에서 북으로는 가평천을 따라 화천군 사내면까지 75번 국도가 뚫려 있고, 남으로는 북한강과 만나는 고성리까지 75번 국도가 연결되어 있다.

◈한북정맥

한반도 13정맥의 하나인 한북정맥(漢北正脈)은 강원도와 함경남도의 도계를 이루는 추가령에서 서남쪽으로 뻗어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하구에 이르는 산줄기를 지칭한다.

백두대간의 추가령에서 서남으로 갈라져 나온 산줄기는 백암산·양쌍령 등 북녘 땅을 거쳐 대성산~수피령~광덕산~백운산~국망봉~강씨봉~청계산~운악산~죽엽산~도봉산~북한산~노고산~현달산~고봉산~장명산으로 해서 한강과 임진강의 두물머리로 잦아든다.

마루금 동쪽의 회양 화천 가평 남양주 등은 북한강과 한강 수계에 속하고, 서쪽의 평강 철원 포천 양주 등은 임진강 수계에 속한다. 이중 가평군을 지나는 산줄기엔 도마치봉(937m) 국망봉(1,168m) 강씨봉(830m) 청계산(849m) 운악산(936m) 등이 포천군과 경계를 이루면 솟아있다. 종주지도에는 1:25,000 지형도 와수·다목·도평·기산·저목·의정부·고양·덕정·광적·송우·연하 11장이 필요하다.

◈가평천

가평군 북부를 적시고 흐르는 물줄기. 한북정맥의 도마치봉 부근에서 발원해 남으로 흐르며 가평 읍내에서 북한강에 합류하기까지 약 30km에 이른다. 도중에 명지산의 백둔천, 화악산의 화악천, 연인산의 승안천 같은 지류를 받아들인다.

곳곳에 수많은 절경지를 빚어 놓아 행락철마다 탐승객이 찾아드는데, 특히 여름철엔 물가 주변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거린다. 사람이 들어가 쉴 수 있는 곳이면 모두 ‘00유원지’라는 팻말을 붙여놓았는데, 방갈로 시설 등을 갖춘 민박집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그중 경관이 아름답고 인기 있는 곳은 백둔교 근처의 항아리바위. 마치 달 표면의 분화구처럼 움푹움푹 패인 화강암 반석이 200평 정도의 넓이로 펼쳐져 있다. 도대리 관청 마을 부근의 용소와 가마소 등 계곡의 풍광도 좋다. 이곳엔 1급수에서만 사는 어름치를 비롯해 꺽지 등 많은 어종이 서식한다.

최상류의 적목리는 가평팔경 중 하나인 적목용소를 비롯해 무주채폭포 등이 아름다운 경관을 이룬다. 이곳엔 1급수 냉수성 어종인 열목어도 산다. 적목리 삼팔교 상류부터는 생태계 보호를 위해 철망을 설치해놓아 계곡에 들어갈 수 없다.

또 연인산에서 발원해 가평 읍내에서 가평천에 합류하는 승안천은 중류에 용추폭포를 비롯한 용추구곡의 절경을 빚어놓았다. 경관이 좋은 곳엔 숙박할 수 있는 민박집이 많다. 물가 언덕에 야영터와 주차공간이 마련돼 있다. 일정액의 사용료나 청소비를 지불해야 한다. 용추구곡에도 숙박시설이 많다.

◈조종천

가평 서남부를 적시고 흐르는 물줄기. 청계산과 명지산 사이에서 발원해 청평리에서 북한강에 합류하기까지 39km를 흐른다. 도중에 청계산 서쪽의 계정천, 연인산의 마일천, 주금산의 상동천, 축령산의 임초천 등의 지류를 받아들인다.

조종천 주변은 경기도는 물론 남한 땅에서도 자연 생태계가 가장 건강한 지역으로 꼽힌다. 그 중 상류의 청계산 강씨봉 명지산 일원의 산과 계곡은 생태계 보전지구로 지정됐다. 이곳에는 수도권에선 드물게 애반딧불이, 파발리반딧불이 등 각종 반딧불이의 자생지역이기도 하다. 계류에는 피라미 갈겨니 버들치 돌마자 등 30여 종이 서식하며 반딧불이 애벌레의 먹이인 다슬기도 많다.

명지산과 청계산 일대는 신갈나무 당단풍 까치박달 초록사리 동자꽃 말나리 산수국 등 600여 종의 자생식물군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자연유원지 대하유원지 돌섬유원지 녹수계곡유원지 등 많은 유원지들이 들어서 있다. 야영과 민박 모두 가능하다. 여름엔 일정액의 입장료를 받는다.

◈청평호반

1943년에 청평댐이 세워지면서 생긴 인공호수. 조종천이 북한강에 합류하는 청평리에 위치한 청평댐은 콘크리트 중력댐으로 높이 31m. 길이 470m, 면적 12.5km2, 만수면적 19km2, 저수량 1억8천만t에 이른다. 청평호는 1977년 북한강 본류권 일부 지역의 보호수면으로 지정됐다가 1984년 11월 해제된 후 일약 수상레포츠의 천국으로 떠올랐다. 모터보트와 수상스키 등 웬만한 수상 레포츠를 모두 즐길 수 있다.

또 호명산과 화야산이 양쪽에 솟아 있어 주변 경관이 좋고, 호반을 도는 자동차 드라이브 코스도 빼어나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청평호반’은 가평팔경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매년 여름 가평군이 주최하는 ‘북한강 수상축제’가 설악면 사룡리 성지리조트 앞 청평호반에서 열린다. 이 때는 풍물놀이와 수상스키 시범, 경기 도당굿, 인기가수 공연 등이 펼쳐진다. 또 수상스키 기술을 선보이는 오픈 웨이크보드 대회와 스피드기술을 겨루는 모터보트 경주, 남녀 1개조가 보트의 노를 저어 스피드를 다투는 경주 등이 이어진다. 하지만 올해는 축제 계획이 취소됐다.

북한강 수상축제 운영위원회 전화 031-584-5700

◈유명산 자연휴양림

‘한중기맥’의 유명산(864m) 북쪽에 자리한 자연휴양림으로 1989년에 개장한 이후 수도권 주민들의 휴식처로 애용되어 왔다. 구역 면적은 892만㎡, 1일 최대 수용인원은 3,000명, 최적 인원은 2,000명. 참나무류가 많은 천연림과 잣나무 낙엽송 등을 심어놓은 인공림이 함께 어우러져 풍광이 좋다. 주말이면 수도권에서 찾아온 수많은 등산객들로 붐빈다. 산길 주변엔 갈참나무 단풍나무 등이 자라며, 봄가을로 인근 산기슭에서 채취한 취나물 고사리 곰취 더덕 표고버섯 등을 맛볼 수 있고, 여름철 계곡도 매우 인기가 있다.

휴양림에는 통나무집 야영장 오토캠핑장 같은 시설을 비롯해 체력단련장 삼림욕장 다목적 광장 등의 편의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특히 휴양림 안의 유명산 자생식물원은 3만3천 평의 규모로 어린 자녀들과 자연학습을 겸할 수 있는 곳으로 인기가 높다. 난대식물원 향료식물원 암석원 우리꽃길 잔디광장 등 테마별로 가꾸어진 식물자원은 총 364종.

숲속의 집 이용료는 7평형 26,400원, 8평형 44,000원, 9~10평형은 55,000원, 12~14평형은 60,000원, 16평형은 70,000원. 이외에 야영장과 오토캠프장을 갖추고 있다.

전화 031-589-5487. 홈페이지 www.huyang.go.kr

◈잠곡서원지

외서면 청평리 안전유원지 안에 자리하고 있는 조선시대의 서원터. 잠곡(潛谷) 김육(金堉·1580-1658)은 광해군 때 성균관에 있을 당시 정인홍 등이 이황을 극렬하게 비난하며 문묘배향(文廟配享)에 반대하는 상소를 올리자, 정인홍을 유생들의 명단인 청금록에서 삭제해 하옥됐다. 방면된 김육은 이곳 청평리로 들어와 10여 년간 은둔하면서 몸소 농사를 짓고 숯을 구워 팔며 백성의 생활을 직접 체험했다. 생전에 대동법 확대할 것을 강하게 주장했다.

잠곡서원은 잠곡의 학덕과 유풍을 기르기 위해 1705년(숙종 31년)에 창건됐고, 1707년에 사액됐으나, 1871년(고종 8년)에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 의하여 폐지됐다. 1983년에 가평군 유림들의 발의로 서원터에 위패와 추모비를 세웠다. 안전유원지 안에 자리하고 있다(가평군 향토유적 제7호).

◈장지방

전남 장성과 전북 전주·임실 등지에서 조부 장경순씨, 부친 장세권씨에 이어 3대에 걸쳐 한지를 만들던 장용훈 장인은 1977년 4월 가평으로 옮겨와 지금까지 전통한지만을 전업으로 제작해 왔다. 작업공방인 장지방(張紙房)은 ‘장씨 가문이 한지를 만드는 공방’이란 뜻이다.

닥종이로도 불리는 한지는 닥나무를 베고, 찌고, 말리고, 벗기고, 삶고, 두들기고, 고르게 섞고, 다시 뜨는 등 아흔아홉 번의 정성스러운 손질을 거쳐서 완성된다. 장인도 이러한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한다. 그리고 그 손길로 천 년의 전통을 잇는 것과 동시에 천 년의 종이도 만드는 것이다. 장용훈 장인은 96년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16호로 지정됐다.

한편, 장지방에서는 한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청소년들을 위한 한지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종이 뜨는 과정을 간략히 체험하고 완성된 한지는 직접 가져간다.

국도변에 이정표가 있지만 이후로는 세세하지 않아 찾기가 조금 어렵고, 군에서 제작한 관광안내도에도 위치가 잘못 표기되어 있다. 에덴휴게소와 주유소 사이로 들어가면 마을길이 나온다. 철교 굴다리를 지나 30m쯤 간 뒤 새로 난 매골교를 건너 600m 들어가면 장지방이다(전화 031-581-0457).

◈용추구곡

가평천의 지류인 승안천은 연인산에서 흐르는 물줄기다. 그 깊숙한 곳에 자리한 용추구곡은 가평에서 가장 경관이 뛰어난 계곡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름은 용이 하늘로 날아오르며 아홉 굽이의 그림 같은 경치를 수놓았다는 데서 유래했다. 용추폭포를 비롯한 용추구곡을 시작으로 와룡추 무송암 탁령뢰 고실탄 일사대 추월담 청풍협 귀유연 농완개 아홉 군데 비경을 일컬어 옥계구곡이라고도 한다(입장료 1,000원).

가평군청 앞에서 75번 국도를 타고 북면 방향으로 2km쯤 간 다음, 좌회전해 4km 들어가면 승안리 용추구곡이다. 용추휴양림(031-582-3889), 용추파크(031-582-3685) 등 숙박시설과 식당이 많다.

◈가평전투

1951년 4월에 감행된 중공군의 제1차 춘계공세 당시 사창리 지역의 국군 제6사단 전선이 돌파되어 중공 제20군이 가평 방면으로 돌파구를 확대하고 있을 때, 영연방 제27여단이 가평천 일대에 저지진지를 편성go 이들의 침공을 저지한 방어전투. 1951년 4월 23~25일 사이에 가평천 주변에서 집중적으로 전투가 벌어졌다.

이 전투에서 영연방 제27여단은 뉴질랜드 포병대대의 지원 하에 오스트레일리아 대대와 캐나다군 대대, 영국군 미들섹스 대대 등 3개 대대병력으로 3일 동안 방어전을 전개해 중공군의 침공을 저지하는 한편, 제6사단의 철수를 엄호하고 경춘간 주보급로를 확보하는 데 공헌했다. 이 전투로 중공 제20군은 제1차 춘계공세 때 가평 남쪽의 북한강을 넘어서지 못했으며, 국군과 유엔군은 노네임선에 새로운 방어진지를 구축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얻게 됐다.

한편, 한국군 제6사단을 집요하게 추격해 가평을 침공하고 경춘가도를 차단해 북한강과 남한강 일대까지 위협하던 중공군은 UN군의 정연한 철수작전과 화력을 집중한 공격으로 마침내 춘계공세도 무너지기 시작, 4월 말에는 완전히 격퇴되어 북으로 도주했다. 영연방 제27여단의 방어전은 한국전에 참가한 모든 UN군에게 가장 모범적인 전투의 하나로 널리 알려졌다.

1967년 읍내에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의 군인들을 기리고 넋을 위로하기 위해 ‘영연방 참전 기념비’를 세웠다. 캐나다 전투 기념비는 북면 이곡리에 있는데, 당시 캐나다 대대는 전사 10명, 부상 24명이 피해를 입었다. 또 북면 목동리 언덕길에는 호주·뉴질랜드 전투 기념비가 나란히 서있다. 오스트레일리아군은 가평전투에서 전사 30명, 부상 58명, 실종 3명 모두 91명이 피해를 입었다. 6·25전쟁 당시 영연방 참전 피해는 사망, 실종, 부상자를 합해 영국군 3,542명, 캐나다군 1,751명, 호주 1,652명, 뉴질랜드군 109명 모두 7,054명에 이른다.

◈신앙유적지

가평천 상류의 북면 적목리 길가에 있다. 일제시대에 전국 각지에서 징용을 피해 모여든 주민들이 목탄 생산, 경춘철도에 소요되는 침목을 조달하는 벌목작업 등을 하며 광복 이후까지 산기슭 곳곳에 움집을 짓고 공동생활을 했다. 이 가운데에는 신앙인들이 일제의 신사참배, 창씨개명, 종교탄압과 강제징용을 피해 은신하며 신앙심을 지켜오기도 했다.

일제시대의 거주 형태와 생활문화 등 당시의 어려운 생활상 및 종교와 풍속 등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현재 교회터 1개소, 관솔불터 1개소, 가옥 및 숙소터 8개소 등이 남아 있다.

◈강영천 효자문

북면 적목리 논남기 마을의 강영천은 세 살 때 부친을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던 중 일곱 살 때 홀어머니가 몸져눕게 되자 자신의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내어 모친의 입에 흘려놓고 자신도 쓰러지고 말았다. 소생된 모친이 피를 흘리며 쓰러진 어린 아들을 발견하여 정성껏 간호한 끝에 깨어날 수 있었다.

효자문 안에 걸린 현판엔 ‘효자업무강영천지문각 강희 319년 경진 3월25일 입’이라고 씌어져 있어 1700년(숙종 26년)에 건립됐음을 알 수 있다. 본래의 건물은 290년 가까이 세월이 흐르는 동안 허물어졌고, 지금의 건물은 1987년에 복원했다(향토유적 제5호).

가평천을 따라 난 75번 국도를 따라 도마치로 향하다 적목리 적목교회 앞에서 좌회전해 362번 지방도를 타고 4.5km쯤 들어가면 된다. 포장이 끝나는 지점 오른쪽에 있다.

◈아침고요수목원

삼육대 원예학과 한상경 교수가 1996년 축령산(880m) 기슭에 문을 연 수목원. 한국정원, 분재정원, 시가 있는 산책로, 아이리스정원, 하경정원, 정원나라, 성서정원, 침엽수정원 등 8개의 특색 있는 정원과 아침광장, 야생화정원, 매화정원, 단풍정원, 민속놀이터, 산책로, 전망대 등으로 구성되어 삼림욕과 휴양, 자연학습과 교육의 장으로 이용된다.

청평검문소에서 현리 방향으로 좌회전해 37번 국도를 타고 6km쯤 간 다음 상면초등학교 직전에서 좌회전해 마을길로 4km쯤 올라가면 된다. 국도에서 이어지는 마을길은 교행이 어려운 비좁은 길이다. 아침고요수목원엔 숙박시설이 없고, 야영도 할 수 없다. 인근에 뿌리가 있는 집(031-584-9593), 부성펜션(031-584-9662) 등 수많은 펜션과 민박집이 있다.

입장료 성인 5,000원, 학생 4,000원. 주차 무료. 전화 031-584-6702~3 홈페이지 www.morningcalm.co.kr.

◈가평요

가평 출신인 김시영씨가 고려 시대 청자와 쌍벽을 이루던 흑자를 빚고 연구하는 공방. 연세대학교 금속학과와 대학원 세라믹학과를 졸업하고, 국립공업연구소 도자기 시험연구원으로 일하던 그는 강원도 깊은 산중에서 산행 도중 화전민터에서 흑자 조각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흑자 연구의 길로 들어섰다.

흑자는 깊은 멋이 있는 검은 색, 흰 색과 대비된 흑색, 그리고 그 안에 깃들어 있는 무지개 빛 등 여러 가지 자연의 빛이 들어 있다. 김시영씨는 10여 년간의 각고 끝에 고려시대 청자와 더불어 찬란한 자기문화를 형성했던 흑자를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그는 1994년 신미술대전 특선을 차지했고, 서울 정도 600주년 기념 신기술 창작 최우수상에 오르는 등 각종 미술대전에서 입상했다.

청평검문소에서 좌회전해 현리 방면으로 10km쯤 들어간 다음, 대보리 방면으로 우회전하여 대보교를 건너면 된다(전화 031-584-2542).

◈운악산 현등사

운악산 현등사(懸燈寺)는 불법을 전하기 위해 신라에 온 인도의 고승 마라아미를 위해 법흥왕이 지은 절집이다. 그 후 수백 년간 폐사로 있던 것을 신라 말 도선국사가 중창했지만 폐사됐고, 고려 때 보조국사가 폐사지에서 빛이 나오는 석등을 발견하고 다시 절을 짓고 지금의 이름인 현등사라 했다. 이후에도 폐사와 중창을 거듭했고 순조 때인 1830년 재건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현재 경내에는 정면 3칸 측면 2칸의 극락전, 정면 5칸 측면 3칸의 보광전, 현등사 석탑, 지진탑(地鎭塔), 부도탑 등이 있으며,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금병풍(金屛風)이 있었는데, 6·25전쟁 중에 분실됐다.

현등사 입구에 할머니집(031-585-1219), 샬롬식당(031-585-2390), 고바우순두부(031-584-3996) 등 순두부와 도토리묵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많다. 운악산장(031-585-0190), 성일장(031-585-1218)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하면 소재지인 현리에서 362번 지방도를 타고 6km쯤 달리면 왼쪽으로 현등사 올라가는 입구가 나온다(전화 031-585-0707).

◈삼충단

삼충단(三忠壇·향토유적 제12호)은 을사보호조약에 반대하다 순국한 조병세, 민영환, 최익현 세 분 열사의 충절을 기리는 제단이다. 1905년 일제가 강제로 을사보호조약을 체결해 국권을 침탈하자, 의정대신으로 있던 조병세(趙秉世·1827-1905)는 당시 가평에 은거하고 있다가 이 소식을 듣고 상경해 을사조약의 무효를 주장하며 이 조약에 서명한 오적을 처단하고 국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상소를 올리며 항거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자 결고국중사민서(訣告國中士民書)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결했다.

최익현(崔益鉉·1833-1906)은 의병을 봉기하여 왜구 토벌에 앞장서 싸우다가 체포되어 대마도에서 단식항거 중 순국했으며, 시종무관이던 민영환(閔泳煥·1861-1905)은 대한문 앞에 나가 석고대죄하며 국권 회복의 상소를 올리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자 국민과 각국 공사에게 유서를 남기고 자결한 순국열사다.

이 삼충단은 일제 치하이던 1910년에 세워졌으며, 1989년 유지의 도움으로 복원한 후 매년 11월25일에 제향을 올리고 있다. 현등사 입구의 시설지구에 있다.

◈코스모피아천문대

생태계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조종천 상류에 위치한 천문대. 주망원경인 16인치 반사굴절 망원경과 4~5대의 중소형 망원경을 보유하고 있다. 1박2일 코스의 잘 짜여진 천체관측 프로그램이 코스모피아의 자랑. 다음날 오전엔 태양 흑점도 관찰한다. 또 16만 평의 임야에 12만 주의 잣나무와 낙엽송이 조림되어 있어 산책이나 가벼운 등산을 하면서 삼림욕도 즐길 수 있다.

방학 때는 매일, 평상시엔 주말·공휴일에 1박2일 코스가 항상 준비되어 있다. 20인 이상의 단체는 스케줄과 관계없이 상담 가능하다. 소규모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어 가족들의 별 관찰에 적합하다. 2인 기준 12만원이고, 3인 이상은 성인 60,000원, 초중고 학생 50,000원, 유치원생 30,000원. 40인 이상은 단체 할인.

전화 031-585-0482, 홈페이지 www.cosmopia.net.

◈가평야생수목원

하면 대보리 조종천 기슭에 자리한 가평야생수목원(원장 김광수)은 올 5월에 처음 문을 연 자생식물원. ‘꽃무지 풀무지’라는 수목원의 애칭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엔 순수 우리나라 자생의 꽃과 자생 나무만으로 가꾸었다. 약 15,000평의 수목원엔 목본류 100여 종, 초본류 1,100여 종이 있다.

국화원, 모란원, 버섯원, 덩굴식물원, 이끼양치식물원, 약초원, 향원, 붓꽃원, 잔디원, 암석원, 습지원, 자생난원 등으로 꾸며진 자생화단, 자연석을 조화 있게 배치하고 바위틈에서 잘 자라는 고산식물을 돌 사이에 심어 그 돌의 조형미와 식물을 관상하기 위go 조성한 암석원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직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조종천 조종암 가평요 등과 연계해 많은 방문객들이 찾아들 것으로 예상된다(요금 성인 4,000원, 중고생 3,000원).

전화 031-585-4875. 홈페이지 www.gapyeongwildgarden.co.kr

◈조종암

하면 대보리 조종천 물가 언덕에 자리한 조종암(朝宗岩)은 조선시대의 숭명배청(崇明排淸) 사상이 담겨 있는 바위다. 바위 표면에 병자호란 때 청나라로부터 당한 굴욕적인 수모를 되새기자는 의미에서 문자를 새기고 비석을 세우고 단을 만들어 제사를 지내면서부터 붙여졌다.

조선시대인 1684년(숙종 10년)에 가평 군수 이제두와 허격, 백해명 등은 임진왜란 때 명나라가 베푼 은혜와 청나라에게 받은 수모를 잊지 말자는 뜻을 이 바위 위에 새겼다. 왼쪽 맨 위 바위에 명나라의 마지막 왕 의종의 어필인 ‘思無邪’(사무사)를 본뜨고, 그 밑으로 선조의 친필 ‘萬折必東 再造藩邦’(만절필동 재조번방)과, 효종이 송시열에게 내린 ‘日暮途遠 至痛在心’(일모도원 지통재심)을 송시열의 서체로 새겼으며, 이우가 임금을 뵈는 바위라는 뜻으로 ‘朝宗岩’(조종암)이라 각자했다. 1804년(순조 4년)에는 이러한 유래를 적은 비석을 자연 암반에 세웠다. 매년 3월19일 이곳서 제사를 지낸다(경기도 기념물 제28호).

대보교를 건너 우회전해 조종천 물줄기를 따라 500m쯤 내려가면 왼쪽 길가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다.

◈월사 이정구

신흠 장유 이식과 함께 조선 중기 4대 문장가로 꼽히던 월사(月沙) 이정구(李廷龜·1564-1635)는 1590년(선조 23년) 문과에 급제 승문원에 등용됐고, 병조판서와 예조판서를 역임하고 우의정과 좌의정을 지냈다. 저서에 <월사집(月沙集)>이 있고, 편저에 <서연강의>, <대학강의> 등이 있다.

<월사집>은 1636년(인조 14년)에 공주에서 처음 간행됐으나 병자호란으로 없어지고, 1688년(숙종 14년)에 이정구의 손자 이익상이 원집과 부록 68권을 경상도 감영에서 발행했다. 1720년 증손자 이희조가 별집 7권을 간행했다.

이 책판은 원래 대구 용연사에 보관되어오다 1928년 옥천으로 옮겨와 없어진 300여 판을 새로 새겨 넣었다. 총 894판 중 590여 판만이 조선시대에 새겨진 것이다. 1984년 상면 태봉리 현 위치에 장판각을 건립해 이관했다. 이 <월사집> 목판본은 조선 후기의 문헌학 및 인쇄사, 한문학 등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상면 소재지인 연하리에서 362번 지방도를 따라 남양주 수동면 방향으로 800m쯤 간 다음, 우회전해 연하초등학교를 끼고 600m 들어가면 장판각과 묘소가 보인다.

◈할머니 손두부집

운악산 들머리엔 여느 산의 등산로 입구처럼 수많은 식당이 들어서 있다. 메뉴는 손두부백반, 도토리묵, 토종닭 등 다양하고 식당 나름대로 자랑할 만한 솜씨를 지니고 있다. 그중 초입에 있는 할머니 손두부집은 20여 년 전통의 손두부 요리로 유명하다. 예전 등산객이 드물던 1970년대 구멍가게를 운영하면서 등산객들에게 라면을 끓여주다 손두부를 전문으로 하게 됐다. 지금도 전통 방식으로 손두부를 만드는 양재희(77세) 할머니는 맷돌에 콩을 갈아 장작을 때가며 손수 두부를 끓인다. 물론 직접 밭에서 생산한 국산콩이요, 청정 자연 간수만을 사용해 만든다.

할머니 손두부집에서 자랑할 만한 메뉴는 단연 손두부 요리. 볶은 김치를 곁들인 모두부도 맛이 그만이고, 백반이나 전골도 맛볼 수 있다. 고소한 맛이 일품인 도토리묵도 괜찮다. 손두부 5,000원, 도토리묵 6,000원. 순두부백반 5,000원.

전화 031-585-1219 홈페이지www.halmeoni.com

◈국수호박

호박에서 국수가닥이 나온다고 해서 국수호박이라 한다. 한 농가에서 우연히 발견한 후 재배가 확산되고 있다. 국수호박은 봄에 묘종을 심고 7~8월에 수확한다.

국수호박에서 면발을 뽑아내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국수호박을 반으로 잘라 10~15분 정도 삶은 뒤 꺼내 찬물에 넣고 식힌 후 껍질을 손가락으로 눌러주면 속살이 국수가닥처럼 풀어져 나온다. 이 국수가닥을 일반 면발처럼 이용해 다양한 요리를 만들 수 있다. ‘비빔’은 국수호박에서 뽑아낸 호박 사리에 양념을 한 후 초장 육수 깻잎 양배추 참기름 등을 넣고 비빈다. ‘물’은 일반 물냉면처럼 각종 냉면 재료에 호박사리를 넣어 먹는 게 별미. 이외에도 수제비 만두 지짐 찜 전 등이 있다.

또 식당에서 호박을 직접 팔기도 하는데, 이 호박을 사다가 손수 국수를 만들 수도 있다. 2~3인분 양이 나오는 국수호박 한 덩이에 5,000원. 아침고요수목원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언덕마루(031-584-5368), 상면 덕현리의 마당놀이(031-585-2242) 등에서 국수호박을 맛볼 수 있다(1인분 5,000원).

◈가평 잣막걸리

가평은 잣의 고장이다. 어디를 가나 짙은 녹색의 잣나무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잣을 원료로 한 ‘가평 잣막걸리’는 97년 청와대 납품을 통해 전통주로 인정받았고, 과천에서 열린 ‘세계마당극 큰잔치’ 공식 막걸리로 지정되면서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졌다. 또 1996년엔 경기도에서 주최한 전통주 품평회에서 경기 5대 명주로 선정되면서 국내 최고 품질의 전통주 반열에 올라섰다. 애주가들은 ‘잣막걸리의 첫 맛은 쌉싸름하지만 마무리는 꿀참외 맛이 난다’고 평한다.

잣에는 지방 64.2%, 단백질 18.6%, 수분 5.5%, 당질 4.3%, 회분 1.5%, 기타 섬유질, 칼슘, 인 철분, 비타민(A1, B1, B2)이 들어 있는데, 잣 100g에서 약 670칼로리의 열량이 나오는 고칼로리 식품으로, 기운이 없을 때나 입맛을 잃었을 때 좋은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주민들은 잣막걸리가 잣의 특성인 자양 강장을 비롯해 빈혈 토혈 변비 등의 증상에 탁월한 효능을 갖고 있는 진정한 약주(藥酒)라고 자랑한다. 또 잣으로 죽을 만들어 먹으면 폐와 내장의 기능을 튼튼하게 해주기 때문에 기관지염 등 각종 노인성 질환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으며, 특히 중년기 이후에 좋은 약용식품이라 덧붙인다.

가평 명주술도가 전화 031-582-2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