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백산 동사면의 절골은 예전에 수만 명 태백 광부들의 휴식처이자 빨래하는 계곡이었다고 한다. 태백에서 이처럼 경치 좋고 물 좋으며 찾아가기도 편한 계곡이 달리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태백시민들에겐 최고의 계곡 피서지다. 이 계곡 중간부터 골이 크게 두 가닥으로 나뉘는데, 태백 산꾼 김부래씨는 태백 최고의 계곡산행지로 이 두 계곡을 연결한 원점회귀형 산행을 권했다.
태백시에서 두문동터널쪽(사북·고한 방면)으로 가다가 황지중앙초교를 끼고 좌회전한 다음 굴다리를 지나간다. 넓은 4차선 포장도로여서 저 위에 멋진 피서지가 있구나 싶다. 그러나 첫 풍경은 영 실망이다. 계곡 양쪽으로 하천 공사하듯 반듯하게 축대를 쌓고 골바닥에 흐르는 물줄기라고는 그저 아이가 오줌 지려 놓은 것처럼 가늘다. 그만 차를 되돌리고 싶어질 지도 모르지만 꾹 참고 널찍한 주차장에서 빈 자리를 찾아서 주차한 뒤 거슬러 오른다(주차료는 없고, 마을관리휴양지여서 쓰레기수거료로 1인당 1,000원씩 받음).
야영장을 지나 1.5km쯤 가면 과거 세곡이란 마을이 있던 곳이다. 여기서 찻길이 끝나고 간이화장실이 선 작은 공터가 나오는데, 여기에도 차를 두어 대는 대둘 만하다. 이곳에서 계곡을 내려다보면 놀랍게도 수량이 많아져 있다. 저 아래쪽은 계곡에 손을 대며 물줄기가 지하로 스며버린 것이다.
공터 이후 한동안 길은 골짜기 우측으로 이어진다. 산림유전자원보호림 팻말을 지나 좀더 오르면(공터에서 약 800m 거리) 길 우측에 전봇대가 있고, 그 옆 바위에는 ‘1968.6.1’이라 노란 페인트로 씌여 있다. 이곳에서 왼쪽 위로 절골 좌골 갈림길이 이어진다. 나중에 이곳으로 내려오게 된다.
골 양쪽으로 수없이 건너야 해
오던 방향 그대로 우골을 따라 직진하면 얼마 후 골짜기를 양쪽으로 수없이 반복해 건너기 시작한다. 계곡은 암반이다가 큰 바윗덩이들이 몰려 있기도 하다. 혹은 아름드리 거목들이 계류가에 서 있는 등, 설악산 곰골이나 수렴동 상류부에 든 듯한 착각이 일만큼 골짜기 풍경이 좋고 물도 맑다. 무더운 여름이면 들어앉아 있고 싶어질 작은 소들도 연이어 나타난다. 바윗덩이들과 수목 때문에 골 가운데로 들어 오르기는 좀 어려우므로 양쪽으로 무수히 건너는 길을 잘 찾도록 한다.
산행 시작 40분쯤 뒤 자작나무 군락지를 지나고, 그 후 30분쯤 더 오르면 넓은 암자터가 나온다. 이곳에서는 야영도 가능하다. 20분쯤 다시 나오는 넓은 암자터인 안충터 이후 골짜기는 작은 지류 두 가닥으로 나뉘는데, 여기서 왼쪽의 지류를 잡아 오르도록 한다. 7월8일 취재시엔 우측 골로 접어들었다가 지능선으로 오르느라 몹시 애를 먹었다. 지능선으로 잡아 올랐는데도 산죽밭이 짙어서 헤치고 오르느라 엄청난 고생을 했다. 주능선까지 안충터에서 약 1시간30분 정도 걸렸다.
함백산 주능선, 곧 백두대간 능선에 일단 올라서면 길은 뻥 뚫렸다. 이 길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노라면 ‘제2쉼터’가 나온다. 팻말엔 함백산 정상, 정암사, 그리고 태백산 샘물쉼터 세 방향으로 안내가 돼 있다. 이중 샘물쪽(동쪽)으로 내려간다.
샘물쉼터는 안내팻말엔 800m로 씌어 있지만, 실제는 200m도 채 안 되고 ‘자작나무샘터’란 팻말이 붙어 있다. 작은 바가지도 놓여 있는 등 쉽게 마르지는 않을 샘이다. 이 샘터 지나 곧장 내려가노라면 여러 가닥의 작은 물골이 헷갈리게 한다. 사람이 별로 드나들지 않은 여늬 계곡 최상류부와 마찬가지로, 이 절골 최상류부도 족적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다. 그러므로 그중 가장 굵고 뚜렷한 물골을 잡아 바위를 디디며 내려가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여러 모로 암벽에 잘 붙는 경등화를 신는 것이 절골 산행에는 한결 유리하다.
하산 후 40분쯤 지나면 비로소 계곡이 넓어지고 수량도 많아진다. 이 지류는 오히려 아까의 북쪽 지류보다 더 경치가 좋다. 한동안 내려가노라면 계곡가에 돌식탁을 꾸며둔 곳도 나타나는 등 이 골을 즐겨온 사람이 여럿 있음을 알 수 있다. 돌식탁 바로 옆에는 텐트 한 동 칠 만한 캠프사이트도 있다.
길은 역시 계곡 양쪽으로 숱하게 건너며 이어진다. 돌식탁을 떠난 지 15분쯤 뒤에는 오른쪽 사면으로 넓은 산판길이 이어지는데, 이 길로 가면 산 위로 다시 올라간다. 여기서 왼쪽 계류 건너로 소로가 나 있다. 이쪽으로 건넌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길은 굵은 낙엽송림 지대로 접어든다. 숲속에는 낙엽송 줄기를 잘라 눕혀 만든 벤치도 있다. 이 숲을 내려가면 바로 절골 주류의 그 콘크리트 전봇대로 나선다. 그 후 종점 공터까지는 30분 내에 닿는다.
함백산 절골을 이렇게 빙 돌아오는 데는 제법 많은 시간인 7시간30분이 걸렸고, 힘도 많이 들었다. 상류부에서 백두대간 마루금으로 올라서기가 특히 고생스러우므로 염두에 둔다. 양 계곡 모두 경치가 비슷하므로 둘 중 한 곳의 최상류까지 올랐다가 되내려오는 4~5시간 산행만 하는 것도 좋겠다. 만약 올라가서 한참 더위를 피해 쉬다가 내려올 요량이면 좌골(남쪽 계곡)로 들어가기를 권한다. 길 찾기가 까다로워서 한결 한적하고 깨끗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