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주변에서 자가용 차량에 먹을거리와 텐트 등 캠핑장비를 싣고 휴가를 떠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주 5일제 시행과 맞물려 오토캠핑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여름 휴가철 강변이나 해변 캠프장을 제외하면 오토캠핑을 할 만한 장소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 고민이다.
경관이 좋은 장소면 어디든 오토캠핑이 가능하겠지만, 식수 조달과 화장실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물은 가까운 민가에서 구하거나 미리 충분히 차에 싣고 다니면 될 일이지만, 화장실만큼은 해결이 쉽지 않다. 야외생활 교범에 나와 있는 대로 땅을 파고 장막을 둘러 간이 화장실을 만드는 것이 정석이지만, 장비를 챙겨가야 하고 작업과 뒷정리가 번거로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텐트와 취사구 등 기본 장비만으로도 편하게 오토캠핑을 즐길 수 있는 장소는 없을까? 다행스럽게도 자연휴양림을 이용하면 이러한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된다. 하지만 식수대, 화장실, 샤워장 등을 갖추고 주차시설과 데크까지 마련되어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또 문제로 대두된다. 게다가 여름 휴가철이 지나면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편의시설 사용을 제한하는 곳도 있어 오토캠핑족들의 입지는 생각만큼처럼 여유롭지 못하다.
피서철만 피하면 여유 있게 오토캠핑 가능해
경기도 가평군 가일리 유명산 자락에 위치한 유명산 자연휴양림은 수도권 지역의 오토캠핑 마니아들에게 인기 있는 자연휴양림이다. 자가용 50여 대를 세울 수 있는 넓은 오토캠프장에 식수대와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데다, 서울에서 가까워 접근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고 연중 개방하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8월 첫째 주 찾아간 유명산 자연휴양림은 여름 피서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서울에서 양평으로 이어진 국도는 꼬리를 문 차량 행렬로 주차장을 방불했고, 자연휴양림까지 평소의 두 배가 넘는 시간이 걸렸다. 휴양림은 이미 이용객들로 가득 찼고,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차량 진입을 막으려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다행히 취재팀은 관리사무소의 협조를 얻어 선착순으로 이용객을 받고 있는 오토캠프장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평일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계곡이며 숲에 들어 찬 인파를 보니 만원사례 팻말을 써 붙여야할 지경이었다. 유명산 자연휴양림은 그렇게 유명했다.
키 큰 소나무, 낙엽송, 참나무가 어우러진 그늘진 숲속의 목조데크는 공간이 넓어 쾌적하기 그지없었다. 차를 세울 만한 공간도 충분했고, 주축 도로를 중심으로 뻗어 있는 샛길도 차량들이 다니기에 적당한 넓이였다. 오토캠프장으로서 갖춰야할 기본적인 공간이 확보되어 있는 것이다.
다만 더운 날씨 탓에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흘러 텐트를 치고 짐을 정리하는 일이 고되게 느껴졌다. 텐트 정리를 마친 뒤 주변을 살펴보니, 형형색색의 텐트가 들어찬 오토캠프장은 흡사 아웃도어 용품 전시장 같았다.
캐빈텐트와 대형 돔형 텐트가 주를 이뤘는데, 사람들은 대부분 텐트 속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탐방객들은 대부분 가족단위로 유난히 초등학생 이하의 어린 자녀가 많았다. 부모와 함께 자연을 접하고 추억을 만드는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그들은 그냥 숲속에 누워 삼림욕을 하는 것으로 피서를 대신하고 있었다.
자연휴양림이 위치한 유명산(864m)의 본래 이름은 말을 방목했다는 뜻의 마유산이었다. 그런데 산 이름이 유명산으로 굳어진 것은 1973년 엠포르산악회가 실시한 국토자오선 종주대 때문이다. 당시 이들은 여수에서 일직선으로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북상하다가 한 달여만에 지금의 유명산에 도착했다. 그 때만 해도 이 산은 1:50,000 지형도에 높이만 표기되어 있을 뿐 이름이 없었다. 그래서 종주대는 이 산에 유일한 여성대원 진유명씨의 이름 붙이게 됐고 지금까지 전해오고 있다.
자연휴양림 남쪽을 에워싼 유명산에서 이어진 능선은 서쪽으로 소구니산(800m)을 지나 선어치에서 잠시 숨을 죽인 뒤 중미산(834m)으로 솟아오르며 휴양림 서쪽과 북쪽 일부를 둘러싸고 있다. 그리고 동쪽과 북쪽 일부는 어비산(822m) 줄기가 에워싸고 있어 이곳은 산으로 울타리를 친 듯한 형상이다.
산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휴양지
1989년 개장한 이 휴양림은 천연림과 인공림을 합해 892ha의 면적에 조성되어 있다. 수용인원은 1일 2,000명이 최적으로, 최대 3,000명까지 입장할 수 있다. 주차시설은 매표소 200m 거리의 대형 주차장 1개소와 숲속의 집 B, C, D 지구 중간에 1개소 등이 있다. 승용차 기준 300대를 세울 수 있다.
유명산 북사면에 조성된 휴양림의 주요 시설은 순환도로, 다목적광장, 산책로, 삼림욕장, 산막, 야영장, 놀이터, 체력단련장, 취사장, 급수대, 샤워장, 식당, 숙소, 숲속교실 등이다. 관리사무소 뒤편 어비산 산자락에는 식당, 강의실, 임간교실, 유리온실, 야생화단지, 습지식물관찰로, 눈썰매장 등을 조성해 놓았다.
관리사무소 위쪽의 대형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책로를 따라 200m쯤 가면 유명산 계곡이 시작되는 삼거리가 나온다. 이 삼거리에는 지팡이 보관소가 있는데, 산행을 마친 사람들이 두고간 지팡이를 다음 사람이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피서철에는 이 삼거리 왼쪽 계곡이 휴양림 가운데 가장 많은 물놀이객들이 모여드는 장소다. 이 부근에 매점과 야영장 진입로가 있다. 야영객들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가야 한다.
삼거리에서 오른쪽의 가파른 도로를 따라가면 3분 거리에 옹달샘이 있다. 옹달샘을 지난 산책로는 계속해 서쪽으로 이어지며 길 아래편에 야영장이 조성되어 있다. 오토캠프장은 이 옹달샘에서 5분 거리에 있다. 산책로 양쪽으로 넓게 조성된 오토캠프장은 캠프사이트 바로 옆에 차를 세울 수 있도록 해두었다.
캠프장 중심부에는 샤워장을 갖춘 대형 화장실이 하나 서 있고, 그 아래쪽에 급수대가 자리하고 있다. 산책로를 따라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어 오토캠프장 이용객들이 야간에 활동하는 데에도 별 지장이 없다.
오토캠프장을 지난 산책로는 계곡가에 조성된 산막지구로 이어진다. 숲속의 집 B, C, D 지구에는 7~16평형 산막 10여 동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이 산막지구 앞 계곡은 소구니산과 서너치에서 발원한 물이 합수되는 지점이라서 수량이 풍부해 물놀이를 즐기기에 적장하다.
○ 유명산 산행 코스
휴양림에서 유명산(864m)으로 오르는 기점은 매표소에서 오토캠프장 가는 중간에 나타나는 옹달샘이다. 이 샘에서 오른쪽 10m 거리인 돌계단을 오르면 곧이어 유명산 북쪽 능선으로 연결된다. 능선길을 타고 정상에 오른 다음 동쪽 능선을 타고 내려서서 남쪽으로 꺾어 유명산 계곡 합수점~마당소~용소~박쥐소를 거쳐 지팡이 보관소로 하산한다.
이 원점회귀 코스가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으며, 총 3시간이면 산행을 마칠 수 있다.
정상에서 서쪽 능선을 타고 소구니산 방향으로 가다가 삼형제바위 못미처 삼거리에서 북쪽 계곡을 경유해 휴양림 숲속의 집 B 지구 상단부 계곡 입구 출입금지 안내판이 있는 곳으로 내려설 수도 있다. 삼형제바위에서 소구니산을 경유해 북쪽 서너치고개나 남쪽 농다치고개로 내려온 다음, 중미산 자연휴양림까지 산행을 연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 휴양림 이용안내
산막은 인터넷(www.huyang.go.kr)을 통해서만 예약을 받으며, 오토캠프장과 야영장은 당일 선착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산막은 연중 예약이 밀려 있지만, 오토캠프장은 성수기(7월 말~8월 중순)가 아니면 언제든 여유가 있는 편이다(전화 031-589-5487).
입장료 : 일반(개인/단체) 1,000원/800원, 청소년 600원/500원, 어린이 300원/200원.
주차료 : 소형 3,000원, 대형 5,000원.
야영장 사용료 : 텐트 1동 당 2,000~6,000원. 오토캠프장은 1조당 5,000원.
산막 이용료 : 7평형 26,400원, 8평형 44,000원, 9평형 55,000원, 10평형 55,000원, 12평형 60,000원, 14평형 60,000원, 16평형 70,000원.
○ 찾아가는 길
서울과 춘천을 잇는 46번 경춘국도를 타고 청평시내 진입 전 신청평대교를 건너 37번 국도를 따라 15분쯤 가면 설악면 소재지인 신천리 삼거리에 닿는다. 이 삼거리에서 남쪽 양평으로 이어지는 37번 국도를 따라 13km 거리에 이르면 가일리 어귀에 ‘유명산 자연휴양림’이라 쓰인 대형 안내판이 보인다. 신청평대교에서 휴양림까지 25km로 약 30분이 소요된다.
양평 방면에서는 읍내에서 한화리조트 방면 37번 국도를 이용해 농다치고개(중미산 자연휴양림 입구)를 지나 선어치를 넘어선다. 고개를 넘어 가일리 삼거리로 내려서서 오른쪽으로 급커브를 돌면 유명산 자연휴양림 안내판이 나온다. 양평에서 휴양림까지 약 20km 거리로 25분쯤 소요된다.
○ 오토캠핑 장비 콜맨 피크닉 테이블
테이블과 의자는 텐트와 침구류와 함께 오토캠핑 장비 가운데 큰 부피를 차지하는 품목이다. 따라서 가능하면 부피가 작고 가벼우면서도 여러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효율적인 것이 좋은데, 국내에는 일명 레저테이블이라고 불리는 의자 일체형의 4인용 플라스틱 테이블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이 제품은 수납성과 효율면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지만 편이성과 내구성은 좀 떨어지는 편이다.
콜맨사의 2인용 피크닉 테이블은 휴대간편성과 수납용이성이 돋보이는 제품이다. 내식성이 좋은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해 녹이 슬지 않으며 내구성이 우수해 오랫동안 사용해도 고장이 없다. 36.5cm와 65cm 두 단계로 높이가 조정이 가능해 밖에서는 입식으로, 텐트 속에서는 앉아서 사용할 수 있다. 분리되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알루미늄 의자 2개가 포함되어 있다.
폈을 때 테이블의 크기 60×80cm, 수납시 크기 11×60×41cm. 무게 약 7kg. 문의 02-704-1049 오에스디트레이딩.
○ 와일드 쿠킹 야채 & 쇠고기 샤브샤브
고급스런 음식점에서나 먹는 샤브샤브를 야외에서 즐겨보자. 샤브샤브는 끓는 물에 고기나 야채를 데쳐 먹는 요리로 간편하게 만들 수 있고, 많이 먹어도 부담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또 먹고 남은 국물에 칼국수를 끓여 먹으면 그 차체가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야외에서 술안주와 저녁식사를 겸해 즐길 수 있는 간편한 요리다.
준비도 비교적 손쉽다. 오토캠핑 가는 길에 대형 마트에 들려 얇게 썬 쇠고기(300g)와 배추와 쑥갓 등 신선한 계절야채, 버섯 등을 충분히 마련한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흰살 생선, 냉동 물만두 등도 준비하면 좋다. 국물과 소스를 만들기 위해 다시마와 가쓰오부시(건조한 가다랑어), 간장, 겨자 등을 따로 준비한다.
조리는 더욱 간단하다. 버너에 물을 넣은 냄비를 올려 넣고 끓으면 그물망에 담은 가쓰오부시와 다시마를 20분 정도 담가 국물을 우려낸다. 가쓰오부시가 없으면 다시마만으로도 국물을 낼 수 있다. 이 국물에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한 뒤, 끓으면 쇠고기와 야채 등을 넣고 익은 순서대로 건져서 소스에 찍어 먹는다. 쇠고기는 살짝 익히고, 야채는 숨이 죽을 정도만 잠깐 담가둔 뒤 꺼내야 특유의 향이 느낄 수 있다. 소스는 다시마를 우린 물에 간장과 겨자를 풀어 만든다.
글 김기환 기자 ghkim@chosun.com/사진 이충우 기자 www.picturemin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