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송림
노거송 우거진 광대한 솔밭
송호송림은 양산팔경에는 빠져 있지만, 이곳 양산에서 영국사와 더불어 제일 가는 경관지다. 300~400년쯤 전 조성했다는 송림은 8만여 평이나 되고, 1,000여 그루의 아름드리 소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어, 어디가 끝인지 육안으로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바로 옆이 금강이어서 피서지로 인기 좋은 곳이지만, 송림 풍치를 오롯이 즐기기에는 사람들이 없는 가을이 한결 낫다.
영동군이 송림 안에 지어 운영하고 있는 콘도식 숙소에서 묵는 것도 좋다. 입구의 주차장에 주차한 뒤 관리소에서 빌려주는 리어카를 이용, 송림 내로 짐을 날라 야영할 수도 있다(관리소 전화 043-740-3228).
송림 속 둔덕에는 양산팔경 중 하나인 여의정(如意亭) 정자가 서 있고, 옆의 강 가운데엔 용암(龍岩), 강 건너 작은 강변 둔덕 위에는 강선대(降仙臺)가 서서 풍경을 돕고 있다.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어 있다.
▲ 영국사
공민왕이 천일기도한 호국사찰
자궁형의 산세를 이룬 한 가운데에 들어앉았다더니, 영국사(寧國寺)는 크지는 않지만 마음이 편안해지는 분위기다. 단청을 하지 않은 누각과 대웅전 사이의 뜰에 선 단풍나무는 아직 8월인데 이파리 색이 불그스레하다. 자양분이 적은 마사토 땅에 뿌리내린 탓이라고 스님은 말한다.
영국사는 규모는 작아도 충북에서 속리산 법주사 다음으로 많은 문화재를 안은 명찰이다. 신라 진평왕이 만월사(滿月寺)란 이름으로 창건했다. 그 후 원각국사가 중창하며 당나라 천태산(天台山) 국청사(國淸寺)에서 그대로 산명과 사찰명을 빌어왔다.
그러다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들어왔을 때 노국공주와 천일기도를 한 끝에 난을 평정했다고 하여 나라를 평안케 하는 절이란 뜻으로 영국사라 바꾸었다고 전한다. 산 동쪽의 누교리(樓橋里)라는 지명은 천태산 동쪽의 마니산성에서 마을까지 가죽끈으로 줄다리를 매어놓고 영국사를 왕래했다는 데서 유래한 지명이라고 한다.
▲ 영국사 은행나무
굵고 가는 주름이 수십 가닥 잡힌 줄기의 둘레가 무려 11m나 되는 이 거목은 수령이 용문사 은행나무보다 200년쯤 더 오래된 1,300년으로 추정된다. 영국사는 서기 600년 전후하여 재위한 신라 진평왕 때 창건한 절이고, 대개 사찰 건립과 더불어 은행나무를 심곤 했던 사실로 미루어 그렇게 추측한다.
노거목이지만 아직 한 해에 은행이 세 가마니 정도 수확된다고 한다. 크기나 풍기는 분위기 모두 범상치 않아 처음 보는 이는 누구든 감탄과 더불어 접근한다. 가지 한 가닥은 늘어져 땅에 닿았다가 거기서 다시 순이 돋아 또다른 한 그루의 나무로 자라나고 있어 사람들이 특히 신기해 한다. 나무 옆 그늘에는 문화유산 해설사가 늘 나와서 이 나무와 영국사, 천태산 등에 얽힌 얘기를 탐방객들에게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