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원선은 일제 때 경성(서울)~원산을 오가는 열차라고 해서 생긴 이름이다. 이 철길이 남과 북이 반토막 나면서 경기도 최북단 신탄리에서 끊어진 이후 시발점이 서울역에서 의정부역으로 바뀌었다. 경원선이라는 명칭은 미래의 통일 이후를 염두에 두고 계속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
경원선 철길을 이용해서 다녀올 수 있는 산으로는 철길 종단점인 신탄리역에서 고대산(832m), 연천역에서 성산(510m), 초성리역에서 종현산(588.5m), 동두천역에서 마차산(588.4m)과 소요산(消遙山·585.7m) 등 5개 산이 전부다. 이 산들은 대부분이 역에서 다른 대중교통편으로 갈아타지 않고 곧바로 산행에 들어갈 수 있다.
경원선은 철도회원권에 상관없이 그때 그때 표를 구입해서 승차한다. 객차도 통일호뿐이며, 좌석권도 없다. 남들보다 일찍 승차하는 사람이 자리에 앉는다. 그러나 다른 철길에 투입된 노후된 통일호보다 차량이 신형이고 깨끗하다. 열차요금은 의정부에서 소요산역까지 운행하는 좌석버스 요금보다 200원 싸다.
소요산은 의정부역에서 철길로 24.4km 거리인 소요산역(동두천시) 북동쪽을 성곽처럼 에워싸고 있는 탐스러운 산이다. 공휴일이면 이 산을 찾는 등산인들이 너무 많아 산길이 다소 ‘소요(騷擾)’스럽기도 한 산이다. 그러나 이미 때는 지났지만 가을이면 가을단풍이 요란해서 좋으며, 천 년을 넘게 자리해온 사찰이 여러 유적지, 폭포들과 함께 자리하고 있어 사계절 인기를 누리고 있다.
소요산 이름은 1,360여 년 전 원효가 이곳에 소요사라는 암자를 꾸민 데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요석 공주가 요석궁에 머물며 아들 설총을 데리고 아침저녁으로 원효대 밑에 이르러 원효의 수도처를 향해 매일 세 번 절을 하게 함으로써 각기 수도와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게 했다는 전설도 있다.
<동국명산기〉에는 소요산을 ‘골짜기와 봉우리가 모두 돌이다(洞壑峯巒皆石也)’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산 전체가 거대한 수석덩어리 같은 바위지대로 이뤄져 있다. 1981년 국민관광지로 지정, 야외공연장, 자동차 극장, 주차장, 식당가, 각종 휴식공간들이 잘 되어 있고, 특히 등산로 주요 지점마다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어 초심자나 노약자들도 마음 놓고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소요산역을 나와 오른쪽 소요산 사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바로 소요산 입구다. 입구에서 도로를 따라 약 1km 들어서면 매표소에 닿는다. 10분 더 들어서면 바깥쪽 현판에 ‘소요산 자재암(自在庵)’, 안쪽 현판엔 ‘경기 소금강’이라 쓰인 일주문에 닿는다.
일주문 바로 왼쪽으로 급수대가 있다. 식수는 이곳에서 준비한다. 이어 원효폭포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속리교를 건너면 삼거리가 나온다. 오른쪽(남쪽) 지계곡 길은 구절터나 공주봉을 경유해 정상인 의상대로 가는 길이다. 대부분 삼거리에서 왼쪽 주계곡 방면 계단길을 올라 자재암으로 발길을 돌린다. 구절터나 공주봉 코스는 하산길로 많이 이용된다.
급경사 계단길로 원효폭포 상단부인 원효대에 오르면 원효폭포, 속리교, 일주문이 저 아래로 내려다보인다. 원효대에서 계곡 아래로 내려서서 다리를 건너면 백운암 출입문을 지나간다. 예나 지금이나 외지인들의 출입을 막느라 항상 문이 굳게 닫혀있는 백운암을 지나 약 100m 들어서면 오른쪽 아래가 수십 길 절벽을 이룬 계단길로 이어진다. 이 50m 계단을 오르면 자재암이다.
자재암을 뒤로하고 청량폭포 왼쪽으로 이어진 급경사길로 2분 올라서면 자재암 지붕이 내려다보이는 바윗길 위로 나선다. 1분 더 오르면 나오는 삼거리에 오른쪽 계곡 안으로 가는 길은 선녀탕, 나한대, 금송굴로 이어지는 길로 이 길을 따라도 의상대로 갈 수 있다.
삼거리에서 왼쪽 지능선 길이 하백운대로 가는 길이다. 절벽에 가까운 바위지대를 피하며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암릉길로 30분 올라가면 자재암 지붕이 아찔하게 내려다보이는 하백운대로 올라서게 된다. ‘자재암 0.7km, 중백운대 0.4km’ 안내판이 있는 하백운대를 뒤로하고 7~8분 거리에 이르면 중백운대다.
중백운대는 남쪽이 수직절벽이다. 절벽 위로는 노송군락이 어우러져 한 폭 그림 속에 들어선 기분이다. 중백운대에서 노송군락을 지나 약 400m 올라가면 주능선 삼거리를 밟는다. 북쪽으로 뚜렷한 길은 덕일봉(538m)~번대산(445m), 또는 칼바위능선을 경유해 포천군 신북면으로 이어진다.
주능선 삼거리에서 남쪽 능선길로 발길을 돌려 5분 내려서면 오른쪽 선녀탕 방면 산길과 만나는 삼거리 안부를 지나간다. 안부를 뒤로하고 5~6분 더 오르면 지도 상에 소요산으로 표기되어 있는 599m봉인 상백운대를 밟는다.
상백운대 이후로는 내리막길이다. 약 300m 거리에 이르면 주능선이 남동으로 휘어져나가는 삼거리에 닿는다. 주능선은 국사봉과 왕방산으로 이어진다. 소요산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는 남서릉으로 이어진다.
칼날처럼 날카로운 남서릉 내리막 암릉길로 8~9분 거리에 이르면 선녀탕 방면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 안부에 닿는다. 이어 밋밋한 봉우리를 넘은 다음 쇠파이프 난간이 설치되어 있는 급경사길로 10분 가량 올라가면 나한대에 닿는다.
나한대에서 정면으로 정상이 마주보인다. 5분 거리인 안부에 설치된 철다리를 건너 10분 더 올라가면 소요산 정상인 의상대를 밟는다. 의상대에서 휘둘러보는 조망이 일품이다. 서쪽으로는 공주봉 뒤로 마차산과 감악산이 조망된다. 북쪽 아래로는 소요산역에서 자재암으로 패어들어온 골짜기가 샅샅이 내려다보인다. 자재암 위로는 하백운대가 마주보인다. 하백운대에서 시계바늘 방향으로는 중백운대과 상백운대가 멀리의 종현산, 성산, 종자산, 지장봉 등과 함께 시야에 와닿는다.
북동으로는 관모봉과 금주산 뒤로 명성산, 관음산, 사향산이 보인다. 동으로는 한북정맥 상의 국망봉이 하늘금을 이룬다. 남동으로는 국사봉, 왕방산, 해룡산이 조망된다. 남으로는 동두천 시내가 의정부 방면으로 꼬리를 감추는 3번 국도와 함께 내려다보인다. 이 방면 멀리로 조망되는 불곡산, 도봉산, 북한산 모습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의상대에서 하산은 남릉 나무계단길로 내려선다. 다 내려서면 능선길은 서쪽으로 이어진다. 잠시 후 정면 바위능선에 막혀 왼쪽(남쪽) 아래 사면길로 비껴 600m쯤 이어지다가 안부 삼거리 능선길로 올라서게 된다. 삼거리에서 북쪽 구절터 방면 계곡길을 타고 속리교로 내려가도 된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계속 능선을 타고 15분 거리인 공주봉을 올라본 다음 북릉을 타고 속리교로 내려와도 된다.
동두천역을 출발하여 자재암~하백운대~중백운대~상백운대~나한대를 경유해 정상에 오른 다음, 구절터나 공주봉~속리교~일주문을 경유해 다시 소요산역에 이르는 산행거리는 약 9km로, 4~5시간이 소요된다.
▲ 교통
열차요금=의정부역~소요산역 1,100원. 31분 소요.
의정부역에서 소요산역행 열차는 매시 20분, 소요산역에서 의정부행은 매시 42분에 출발한다.
소요산은 버스편을 이용해도 편리하다. 1호선 전철 수유역에서 5~10분 간격(06:00~22:00)으로 136, 139번 좌석버스가 소요산 주차장까지 운행한다. 요금 1,300원. 1시간10분 소요.
▲ 먹거리
소요산 입구 만성기사식당(031-865-0639)을 비롯해 소요산역 부근에 있는 청궁반점(866-6564), 제일삼계탕·칼국수(867-0147), 대운식당(867-0997), 부일식당(866-0507), 팔복가든식당(865-3804), 할매순대국(866-1116), 성진정육식당(867-0136) 등 이용.
택시기사들이 즐겨 찾는 만성기사식당은 직접 기른 돼지고기 생삼겹살구이 맛이 일품이다. 삼겹살(1인분 6,000원) 외에도 식사 메뉴가 많다. 직접 담근 동동주(1되 5,000원)도 인기 있다.
관리사무소와 매표소 간 식당 밀집지역에 있는 낙원식당(866-3480), 금수강산(867-5386), 은혜식당(867-4107), 약수물식당(865-7208), 삽다리식당(865-8931), 계림식당(865-5126) 등도 괜찮다. 각종매운탕(25,000원~30,000원), 해물파전(8,000원), 도토리묵(7,000원), 녹두전, 산나물비빔밥, 갈비탕, 육개장, 선지해장국(각 5,000원) 등을 판다.
소요산 입장료 어른 2,000원, 학생·군경 1,200원, 어린이 650원. 어른은 문화재관람료 1,200원이 포함된 금액.
■ 자재암
터가 비좁지만 경치 하나는 뛰어난 곳에 자리잡고 있다. 천연암굴인 나한전을 비롯해 함몰된 듯이 깊이 패인 협곡으로 쏟아지는 청량폭포(일명 옥류폭포), 창끝처럼 뾰족한 옥류봉이 노송군락과 어우러져 절묘한 풍광을 자아내고 있다.
자재암은 신라 선덕여왕 14년(645년) 원효가 창건한 사찰이다. 창건 초기에는 44간에 달하는 건물이 있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고려 광종 25년(974년) 왕명으로 각규 대사가 중창했으며, 근세에 이르러 순종 1년(1907년)에 이곳이 의병활동의 근거지였던 탓으로 일본군에 의해 불태워진 것을 그후 제암 화상과 그의 제자 성파 스님이 복원했다.
현재의 건물은 6.25 때 전소된 것을 1961년 대웅전, 1968년 요사, 1977년 삼성각 등을 단계적으로 복원한 것이다. 자재암에는 세조 10년(1464년)에 간경도감에서 간행한 보물 제 1211호인 반야바라밀다심경약소 언해본이 소장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