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청은 4월1일 고속철도 개통을 앞두고 노선별 출발역과 운행시간을 개편했다.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등 일반열차의 경우 전라선과 장항선은 용산역에서 출발한다. 경부선은 주로 서울역, 호남선은 용산역에서 출발하게 된다. 또 4월부터는 모든 장애인과 3급 이상 장애인을 동반한 보호자가 고속열차와 새마을호를 이용할 경우 50%의 할인혜택을 받게 된다. 지금까지는 무궁화호와 통근열차만 이런 혜택을 받았다.
철도는 신속, 정확, 편리함을 갖춘 대중교통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철도의 승객 수송 분담률은 8%(2002년 교통개발연구원 조사)에 불과하다. 고속열차가 본격적으로 운행되면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이 된다. 이렇게 되면 고속철도를 이용해 전국 어느 산이건 당일로 다녀올 수 있게 된다.
이번호에는 중앙선 열차를 이용해 원주시 지정면에 있는 수리봉(427.1m)을 찾아보았다. 수리봉은 간현유원지가 있는 삼산천과 남서쪽으로 흐르는 섬강 사이에 솟은 산이다. 이 산은 삼산천을 사이에 두고 구룡산과 마주보고 있어 여정은 구룡산으로 가는 열차편과 거의 같다.
수리봉 산행은 간현역에서 버스로 7~8분 거리인 안창리 삼거리 솔안동에서 시작된다. 솔안동에서 서쪽으로 직진하는 88번 지방도는 경기도 경계인 대송재를 넘어 삼산리~양동으로 이어진다. 이 도로는 철길이 생기기 전 옛날에 원주에서 한양으로 가는 육로였다.
솔안동에는 욕바위가 있다. 옛날 원주~한양을 오가는 고관대작들과 욕쟁이에 대한 전설이 전해진다. 가마나 말을 탄 높으신 분들이 이 솔안동을 지나갈 때마다 욕쟁이가 불쑥 나타나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퍼붓고는 산위로 도망갔다. 요즘으로 치면 부패하고 후안무치한 정치인들을 향해 비아냥거리는 욕이었다.
이를 괘씸하게 여긴 나졸들이 욕쟁이를 잡아 혼내주려 했지만, 발 빠르기가 다람쥐 같았다는 욕쟁이를 나졸들 걸음으로는 도저히 쫓아가 잡을 수 없었다. 5부 능선 바위꼭대기로 도망가서도 욕쟁이는 고관대작들을 향해 욕을 퍼부었다는 것이다. 바로 이 욕쟁이가 잽싸게 도망친 곳이 욕바위다. 솔안동 삼거리 도로 오른쪽(동쪽) 산마루에 있다.
솔안동 삼거리에서 88번 지방도를 벗어나는 북쪽 길은 장지고개를 넘어 판대리 장지동~판대역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이 길을 따라 10분 거리에 이르면 수리봉 남동릉을 넘는 장지고개 마루에 닿는다. 고갯마루 50m 전방 왼쪽 송림 속으로 수리봉으로 오르는 길이 뚜렷하게 나있다.
송림속으로 발길을 옮겨 5~6분 올라가면 나오는 무덤에서 왼쪽 남동릉으로 들어서면 유난히 소나무가 많다. 이 지역에는 소나무와 관련된 지명들이 많다. 산행기점인 솔안동(松內洞)을 비롯해서 수리봉에서 당산(塘山·541.1m)으로 이어지는 서릉을 넘는 대송재(大松峙), 수리봉 북서릉 끝머리인 삼산2리에서 양동으로 넘어가는 고개인 솔치(松峙) 등이 그것이다.
소나무 사이로 솔안동이 조망되는 남동릉을 타고 40분 올라가면 밑둥 지름이 20cm 가량 되는 산벚나무가 나타난다. 밑둥 1m 높이에는 딱따구리 집구멍이 패어져 있다. 이후로 경사가 가팔라지는 능선길로 25분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는 두릅나무 군락지가 나타난다.
북동쪽 아래로는 판대리 삼산천 분지가 샅샅이 내려다보이고, 삼산천 옆으로 이어지는 중앙선 철길을 달리는 열차들이 장난감처럼 보인다. 판대리 분지 너머 북쪽 멀리로는 금물산과 삼각산이 하늘금을 이룬다. 금물산 오른쪽으로는 구룡산과 소금산이 마주보인다.
두릅나무 군락지에서 10분만 올라가면 수리봉 정상이다. 삼각점(442-76 재설)이 있는 정상은 남동쪽만 제외하고 서쪽과 북, 동쪽이 수림지대로 에워싸여 조망이 터지지 않는다. 남동쪽으로는 문막 건등산 뒤로 명봉산, 덕가산, 백운산 등이 조망된다.
하산은 북서릉을 타고 내린다. 5분 내려서면 오른쪽 아래로 장지동 방면 삼산천변의 암벽등반 대상지인 간현암이 보인다. 이 바위는 수리봉 북동릉 끝자락으로 겨울에는 인공빙장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삼산천 건너로 구룡산도 보이는 북서릉을 타고 30분 거리에 이르면 서쪽으로 대송재와 당산이 조망되는 373m봉에 닿는다. 대송재 갈림길이 있는 삼거리이기도 한 이 봉우리에서 오른쪽 능선길로 발길을 옮겨 25분 가면 333m봉 직전 안부에 닿는다. 안부에서 동쪽 계곡으로 내려가 10분 거리에 이르면 뚜렷한 계곡길이 나타난다.
계곡길을 따라 4분 거리인 낙엽송숲 명상공원을 지나 10분 나오면 푸른솔 펜션에 닿는다. 펜션을 지나면 정면으로 구룡산 정상이 마주보이는 길을 따라 15분 나오면 판대1리 판대교에 닿는다. 판대교에서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15분 가면 구룡산 등산로 입구이기도 한 하구현교를 지나 10분 거리에 이르면 판대역에 닿는다.
안창리 솔안동을 출발, 장지고개~남동릉을 경유해 정상에 오른 다음, 북서릉~373m봉~333m봉 직전 안부~동쪽 계곡~푸른솔 펜션~판대교~하구현교를 경유해 판대역에 이르는 산행거리는 약 8.5km로, 4시간 안팎이 소요된다. 역으로 판대역에서 시작해 안창리로 하산, 간현역으로 나오는 코스도 괜찮다.
■교통
청량리역~간현역 통일호 2,300원(무궁화호 5,600원), 판대역 2,100원, 원주역~간현역 1,100원, 제천~간현 1,400원, 영주~간현 3,000원, 안동~간현 3,900원. 영천~간현 5,800원, 부전~판대 9,200원.
간현에서 1일 3회(08:20, 13:55, 18:20) 운행하는 57번 상구현(판대역 남쪽 판대상회 앞)행과 1일 4회(09:05, 12:05, 15:30, 20:15) 운행하는 52번 양동행 버스 이용, 안창리 솔안동 삼거리에서 하차. 요금 750원. 10분 소요.
버스시간이 맞지 않을 경우 간현에서 지나가는 원주 택시를 잡아타면 솔안동까지 미터요금대로 3,500원에 갈 수 있다. 그러나 간현역 앞에서 바로 탈 수 있는 원주콜밴택시(011-364-8962)는 그의 4배 이상인 15,000원을 받는다. 전화로 부르면 10분 이내에 오는 원주콜택시(대표전화 033-746-8000)는 미터요금의 5배가 넘는 20,000원을 요구한다.
판대역 앞 이천교 건너 도보로 15분 거리인 삼산2리 종점에서 안창리~간현 경유 원주행 버스 1일 4회(09:00, 12:20, 16:00, 20:30) 운행.
※수리봉을 당일로 다녀오려면 서울 청량리역에서 아침 6시50분 발 부전행 열차를 타야한다. 귀경길 열차편은 판대역에서 16:35 발 열차나 간현역으로 되돌아나와 19:32발 청량리역행 무궁화호 열차 등 2개 열차뿐이다.
■식사
간현역 맞은편에 있는 모녀식당(033-731-8966)에서 가정식백반(4,000원), 소머리국밥·육계장·두부전골(각 5,000원), 삼겹살(1인분 6,000원), 곱창전골(소 13,000원, 중 18,000원, 대 22,000원), 닭도리탕(25,000원) 등을 판다. 아침식사도 된다.
판대역 부근은 역 앞 이천교에서 남쪽 약 400m 거리에 있는 산아래(山我來)가든(주인 최현구·031-773-1440)의 한방오리백숙(25,000원)과 오리탕(30,000원)이 인기 있다. 황기, 미삼, 엄나무, 대추 등을 넣고 압력솥으로 푹 삶아서 내놓는 백숙은 육질이 매우 부드럽다. 양동이 고향인 주인 최씨 부부의 친절함이 입맛을 더욱 돋군다. 유황오리 주물럭·로스구이·토종닭한방백숙·닭백숙·닭볶음(각 25,000원), 삼겹살·한방돼지갈비(각 7,000원), 된장찌개백반·김치찌개백반(각 5,000원) 등도 판다.
판대1리 푸른솔펜션(033-732-4381)에서 민박과 바비큐, 버섯요리 등 식사가 된다.
■사라지는 통일호 열차
1955년 남북통일이라는 희망을 안고 탄생된 통일호 열차는 서울~부산 간을 8시간40분만에 달리는 특급열차였다. 이 열차가 세월 따라 1960년 6시간40분, 1985년 4시간10분만에 각각 주파하는 무궁화호와 새마을호가 나타나면서 삼등열차로 강등되어 운행됐다. 그나마 1967년 운행을 시작한 비둘기호가 2000년 11월 완전 퇴출되면서 통일호는 완행열차로 전락했다.
통일호는 4월부터 운행되는 고속철도의 개통과 함께 49년 동안의 운행을 마감하고 비둘기호의 뒤를 이어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 통일호는 개통 이후 지금까지 연인원 5억 명을 실어날랐다. 1970~80년대는 고속성장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가장 긴 거리로 운행됐던 통일호는 서울 청량리역에서 오전 6시50분에 출발하여 종착역인 부산 부전역에 오후 6시38분에 도착하는 제1221호 열차였다. 차장 4명과 기관사 6명이 교대로 운전하는 이 열차의 운행거리는 경부선보다 50km가 더 긴 494.9km.
청량리~부전까지 운행하는 통일호는 지정 좌석이 없다. 열차표도 두터운 마분지로 만든 구식 딱지형이다. 무인역을 포함해 77개 전역에 정차했고, 전 구간 요금은 10,000원(노악자·어린이 50% 할인), 부전역까지 12시간이 소요됐다.
철도청은 3월31일을 기해 도시형 통근열차를 제외한 모든 통일호를 퇴역시키고, 4월1일부터 그 철길에 무궁화호 열차를 운행할 예정이다.
글·사진 박영래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