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4.04.28 17:09 | 수정 : 2004.04.28 20:16

직장인·신혼부부 겨냥 차별화 리모델링
상가주택·소형 사무실 용도변경도 고려

공급 과잉에 시달리는 원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남들과 구별되는 고급화·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서울 역삼동 이모씨는 세련된 외관과 고급스런 마감재를 사용한 원룸주택으로 단기간에 100% 임대에 성공했다. 왼쪽이 건물 외관, 오른쪽 위는 침실, 아래는 주방./수목건축 제공

다세대·다가구주택시장이 부동산경기 침체와 공급 과잉, 강화된 건축 규제로 ‘삼중고(三重苦)’를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임대 수요가 풍부한 서울 강남에서도 10가구 중 2가구가 빈방으로 남아 있다. 임대료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크게 떨어지고 있다. 더욱이 작년부터 주거용 오피스텔이 대체 상품으로 부각되면서 임대 수요를 빼앗아 가고 있어 다가구·다세대주택 보유자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이미 개발 부지를 확보해놓고도 사업에 착수하지 못하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수목건축 서용식 사장은 “당분간 공급 과잉현상이 해소되기 어렵다”면서 “철저하게 수요자들의 니즈(요구)에 맞춘 차별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공급 과잉에 경기 침체로 빈방 늘어 작년 하반기 이후 다가구 원룸과 다세대주택은 공급 과잉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지난 2001~2002년 아파트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임대 수익을 겨냥한 다가구·다세대주택 신축 물량이 매년 20만여가구씩 급증했다. ‘시간과공간’ 한광호 대표는 “전셋값이 오를 때는 몰랐지만, 작년 10·29대책으로 주택경기가 냉각되면서 후유증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원룸 밀집지역인 강남구 논현동, 청담동, 포이동 일대는 공실률이 20%를 넘었고, 임대료도 10만원 안팎 하락했다. 이 때문에 작년에는 다가구·다세대주택 신축이 크게 줄었다. 서울의 경우 지난 2002년 10만7000가구에서 지난해에는 3만2000가구로 70% 이상 격감하기도 했다. 더욱이 대체 상품으로 꼽히는 오피스텔 입주 물량의 증가로 다가구·다세대주택의 침체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114’ 김혜현 팀장은 “올해 오피스텔 입주 물량은 작년보다 40% 이상 늘어난 9만여실에 달할 예정”이라며 “실물경기 침체까지 겹쳐 원룸 수요 자체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차별화로 월 600만원 임대 수익 전반적인 원룸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차별화전략으로 불황을 극복한 사례도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사는 이모씨는 최근 대지 120평짜리 단독주택을 헐고, 다가구 원룸(11가구)을 신축해 100% 임대를 마쳤다. 이씨는 주변에 비슷비슷한 원룸 주택이 넘쳐나는 점을 감안, 고급화전략으로 틈새를 노렸다. 주차장을 가구당 1대씩 확보하고, 내부에는 가스레인지·드럼세탁기·냉장고 등을 붙박이로 설치했다. 고급 온돌마루를 깔고, 실내 장식에도 공을 들였다. 이 때문에 공사비가 총 6억5000만원(평당 360만원)으로 주변 주택보다 평당 20만~30만원 더 들었다. 하지만 젊은 직장인과 신혼부부 등에게 인기를 끌며, 준공 후 2개월 만에 모두 세를 놓았다. 이씨는 보증금(6억5000만원)을 받아 공사비를 회수했고, 매월 600만원씩 월세를 받아 연 11%의 높은 투자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입지 조건에 맞춰 개발전략 다시 짜야 전문가들은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서 원룸 주택의 개발전략도 다시 짜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건축 허가 및 착공 신고를 받아둔 부지는 부동산 환경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다시 컨설팅을 받아 건물 규모와 용도를 재산정해야 한다. 용도 변경을 통해 개발 수익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다세대·다가구주택으로만 개발하지 말고 주차장 설치대수가 적은 소형 사무실, 원룸텔을 섞은 복합용도로 개발하거나 상권이 좋다면 상가주택으로 바꿔보는 것도 괜찮다. 제값을 받기 어려운 자투리 땅은 가구당 1대인 주차장 설치 기준과 기타 건축법을 감안하면 건축면적이 너무 적어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인접한 땅을 묶어 공동 개발하거나 현재 주차 대수를 유지할 수 있는 리모델링을 고려해 볼 만하다. 임대 수요가 많은 대학가나 업무 밀집지역, 역세권이라면 공사비가 더 들더라도 세입자 모집과 임대료가 비싼 고급화전략에 승부를 걸어볼 필요도 있다. 20~30대 젊은층은 임대료보다 독특한 내·외관 디자인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비용이 조금 들더라도 사업 초기부터 중개업소나 지역정보지, 인터넷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임차인 모집에 나서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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