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가평군에 있는 구나무산(858.8m)은 명지산(1,267m) 결사돌파대바위에서 남쪽으로 뻗어내린 능선 상의 연인산(1,068m)이 모산이다. 연인산에서 남동쪽으로 가지를 치는 능선(일명 장수능선)을 경계로 북쪽은 북면 백둔리, 남쪽은 가평읍 승안리로 구분된다.
이 장수능선은 장수봉(876m)∼송악봉(705m)을 지나 장수고개에서 잠시 맥을 낮춘 다음 바른골봉(781m)을 빚어 놓는다. 바른골봉에서 계속 이어지는 능선이 약 1.2km 거리에다 또 하나의 봉우리를 들어올린 산이 구나무산이다.
구나무산에서 계속 나아가는 능선은 710m봉에서 두 가닥으로 갈라져 목동 방면으로는 꽃넘이고개를 지나 여맥을 모두 가평천에다 가라앉히고, 남동으로는 사슴이고개를 지난 다음 역시 가평천에 이르러 여맥을 모두 가라앉힌다.
산이름은 이 산에 참나무과인 구나무가 많다는 데서 유래됐다. 가평읍내 방면에서 바라보면 정상 일원이 마치 노적가리를 쌓아 놓은 듯이 보여 일면 노적봉이라고도 불린다.
산행코스는 산 북쪽인 제령리 대원사와 백둔리 구나무골∼바른골, 그리고 바른골 동쪽 2곳의 지능선으로 오르는 코스가 잘 알려져 있다. 산 남쪽 승안리 방면에서는 용추계곡 입구∼옥녀봉을 경유하는 코스가 있다.
용추계곡 안으로는 284m봉 안부 북쪽 능선길과 중산리에서 더 들어간 물안골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도 서너 가닥 나 있다. 이외에 사슴이고개에서 710m봉 남동릉과 부추골, 그리고 부추골 서쪽 남동릉 코스 등이 잘 알려져 있다. 상기 코스들은 이미 오래전 월간山에 빈틈없이 소개됐다.
새 코스는 백둔리 백둔계곡과 바른골 합수점인 달봉이네 민박집에서 왼쪽으로 다리를 건너간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오르는 수리봉능선이다. 이 능선은 장수고개와 바른골봉 사이에서 바른골을 오른쪽으로 끼고 이어지는 능선이다. 취재팀이 99년 8월 답사했었으나 능선이름을 찾아내느라고 이제까지 소개를 미뤄왔다.
최근 백둔리에서 5대째 살아온 김희원옹(75)으로부터 이 능선 이름을 알아냈다. 김옹에 의하면, 예전부터 이 능선 상의 암봉에 수리가 떼를 지어 살았기 때문에 백둔리 주민들은 수리봉으로 불러왔다고 한다.
수리봉 능선 산행은 바른골 입구에서 바로 올라가도 된다. 그러나 초심자는 산길이 뚜렷한 제령리 가둘기 마을의 대원사에서 동릉을 경유해 정상에 먼저 오른 다음, 수리봉능선으로 하산하는 방법이 편하다.
제령리 가둘기 마을 앞은 가평천과 백둔천 계류가 합수되는 곳이다. 합수된 물은 마을 앞에서 잠시 흐름이 느려지며 물이 넓게 고인다. 이같이 물이 ‘가두어지는 곳’이라는 뜻에서 마을이름이 가둘기다.
수년 전 이곳에 거대한 댐이 들어설 뻔한 일이 있었다. 수덕산 남서릉과 구나무산 북동 지능선이 내려온 가둘기 마을에 댐이 들어서면 적목리 도마치 아래까지 물이 차는데, 이 물을 서울시민들 식수원으로 하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다행하게도 이곳 주민들의 적극적인 반대로 댐 건설이 무산됐다.
가둘기 마을 구나무산장 앞에서 가평천을 건너 대원사로 오르는 길은 예나 지금이나 뚜렷하다. 새로운 길로는 백둔교를 건너 옛골매점을 지나 약 100m 들어선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다. 이 길은 대원사로 올라가는 자동차길이다. 이 자동차길을 따라 15분 올라가면 작은 주차장에 닿는다. 작은 주차장 오른쪽으로는 작은 연못과 식수대가 있다. 산행에 필요한 식수는 이곳에서 준비한다.
식수대에서 왼쪽 능선 위로 올라서면 안내판(노적봉 3.37km, 가둘기 0.72km)이 있다. 왼쪽 아래로 가평천 건너 가둘기 마을과 대원사 지붕이 내려다보인다. 안내판 방면 능선길로 25분 올라가면 높이 약 10m에 천정바위를 이뤄 마치 쇠뿔을 닮은 뿔바위가 나타난다. 뿔바위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능선길을 따라 10분 거리에 이르면 두 손을 모두 사용해야 하는 높이 10m 바위를 기어오른다. 바위를 올라서면 진달래 군락이 이어진다.
계속 능선길을 타고 5분 거리인 안내판(노적봉 2.20km, 가둘기 1.89km)을 지나 25분 가량 올라가면 무인산불감시탑이 있는 690m봉에 닿는다. 690m봉에서 15분 더 가면 사슴이고개에서 올라오는 능선길과 만나는 710m봉에 닿는다.
710m봉을 뒤로하고 5분 거리인 안내판(노적봉 1.20km, 가둘기 2.89km)을 지나 참나무숲 길을 따라 25분 가면 ‘노적봉 2.50km, 가둘기 3.59km’ 안내판에 닿는다. 안내판을 지나 진달래숲 길로 들어서서 17∼18분 가량 올라가면 ‘옥녀봉 2.85km, 가둘기 4.09km, 장수고개 3.23km’ 안내판이 있는 삼거리에 닿는다. 이 삼거리에서 왼쪽 옥녀봉 방면으로 약 50m 가면 구나무산 정상이다.
조망은 나무들이 크게 자라 시원하게 트이지 않는다. 동으로는 나뭇가지 사이로 몽덕산∼북배산 줄기가 멀리 용화산, 부용산, 대룡산 등과 함께 보인다. 더 멀리로는 양구 사명산과 홍천 가리산도 시야에 와닿는다. 남서쪽으로는 용추계곡 건너로 칼봉산, 약수봉, 대금산이 보인다. 서쪽으로는 매봉과 우정봉 사이 우정고개 뒤로 운악산 정상이 살짝 보인다. 북서쪽으로는 바른골봉, 장수봉, 연인산이 조망된다.
정상에서 수리봉 능선으로 가는 길은 다시 북쪽 50m 거리인 삼거리로 나온 다음, 북서쪽 능선길로 들어선다. 능선길로 약 20분 거리에 이르면 왼쪽 물안골로 내려서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가 나타난다. 삼거리를 지나서부터는 오른쪽 백둔계곡 건너로 화악산과 중봉 등이 보이기 시작한다. 화악산 조망을 즐기며 18분 가량 가면 ‘노적봉 1.13km, 장수고개 1.50km’ 안내판이 있는 바른골봉에 닿는다.
바른골봉을 뒤로하고 장수고개 방면으로 8∼9분 내려서면 오른쪽으로 수리봉능선 갈림길이 나타난다. 수리봉 능선으로 들어서면 왼쪽 아래로 분지를 이룬 백둔리 삼거리(천리밑)가 조망된다. 백둔리 분지 위로는 명지산 남봉과 백둔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진달래나무 사이로 명지산과 백둔봉을 바라보며 능선길은 시계바늘 방향으로 서서히 휘어져 이어진다.
서서히 고도를 낮추는 능선으로 약 10분 내려서면 시야에서 명지산은 사라지고 대신 오른쪽 바른골 건너로 지나온 구나무산 능선이 조망된다. 발길을 옮길수록 구나무산 정상이 가까워보이는 수리봉 능선을 타고 약 20분 내려서면 오른쪽 붉은덕 방면으로 흐릿한 길이 있는 안부 삼거리에 닿는다. 안부 삼거리에서 계속 직진 약 10분 가량 올라가면 수리봉 하단부에 닿는다.
수리봉 하단에서 산길은 왼쪽과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왼쪽으로 다소 뚜렷한 길을 따르면 3분 거리인 3m 길이 밧줄이 매어진 바위를 내려선 다음부터는 산길이 흔적을 감춘다. 이곳은 급경사 내리막이 너덜∼잡목∼너덜로 이어져 25분 거리인 잣나무숲에 이르러서야 다시 흐릿한 길이 나타난다. 잣나무숲을 빠져나오면 바로 고암마을 앞 백둔계곡에 닿는다. 쪽빛 맑은 계류가 널찍한 담(潭)을 이루는 백둔계곡을 건너가면 충근이네 민박집 앞이다.
수리봉에서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길로 7∼8분 내려서면 두번째 암봉에 닿는다. 이 암봉 암릉에서 동쪽 V자로 패어나간 가둘기 방면 백둔계곡 사이로 목동이 보인다. 목동 위로는 가덕산과 북배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두번째 암봉을 내려서서 40분 거리에 이르면 무덤이 나타난다. 무덤을 지나 6∼7분 내려선 곳인 잣나무숲을 지나 왼쪽으로 다리를 건너가면 달봉이네 민박집 앞이다.
가둘기 마을을 출발해 대원사∼뿔바위∼동릉 690m봉∼710m봉을 경유해 정상에 오른 다음, 바른골봉∼수리봉 능선을 경유해 충근이네 민박 앞, 또는 바른골 입구 달봉이네 민박 앞으로 내려서는 산행거리는 약 10km로, 5시간 안팎이 소요된다.
가평군내 입산 및 구나무산 일원 등산정보 문의는 가평군청 김태수씨에게 연락하면된다. 휴대폰 016-349-4168.
■교통
서울 동서울터미널(전철 3호선 강변역)에서 15분 간격(06:00∼21:20), 서울 상봉터미널에서 1일 52회(05:20∼21:30) 운행하는 춘천행 버스 이용, 가평에서 하차. 요금 동서울 4,200원, 상봉동 3,800원. 1시간5분 소요.
청량리역 앞에서 1일 12회(06:50∼19:00) 운행하는 청평∼가평 경유 목동행 1330번 좌석버스(진흥여객·031-585-7242) 이용. 요금 1,400원. 이 버스편으로 종점인 목동터미널(031-582-7988)에서 내린 경우, 가평에서 적목리나 백둔리로 들어가는 버스편을 기다렸다가 타고 대원사 입구나 바른골 입구에서 하차.
열차편은 서울 청량리역에서 1일 19회(06:15∼22:30) 운행하는 춘천행 경춘선 열차 이용, 가평역에서 하차. 요금 3,200원. 공휴일 귀경길은 가평역(031-582-7788)에서 1일 19회 05:59∼22:24) 운행하는 서울 청량리역행 열차 이용이 편리하다.
가평 버스터미널(031-582-2308)에서 1일 4회(09:20, 13:40, 17:20, 19:30) 운행하는 목동 경유 백둔리행 버스 이용, 가둘기 대원사 입구나 백둔교, 백둔교에서 1.5km 더 들어간 백둔리 바른골 입구에서 하차. 요금 1,500원. 40분 소요.
또는 가평 버스터미널에서 1일 5회(09:00, 11:00, 15:00, 16:40, 19:20) 운행하는 목동 경유 적목리행 버스 이용, 가둘기 대원사 입구에서 하차. 요금 1,200원.
백둔리에서 목동 경유 가평행 버스 1일 5회(07:10, 10:10, 14:00, 18:10, 20:10) 운행. 목동택시 031-582-4411.
■숙식
백둔리 바른골 입구에 있는 바른골 입구에서 백둔천 상류쪽으로 있는 잣나무골(581-1212), 산사람의 집(582-0651), 허수아비마을(581-4477), 용두뜨락민박(582-7900), 충근이네민박(582-0659), 한터민박(582-0702), 초원민박(582-2789), 꽃피는산골(582-5963) 등 민박집 이용. 가둘기 대원사 입구는 초입새민박식당(582-0571), 구나무산장민박(582-1449) 등 이용. 민박료 1실 40,000∼50,000원.
백둔계곡에 있는 민박집에 미리 전화로 부탁하면 토종닭 및 식사가 된다.
가평읍내 군청에서 사기막 삼거리 방면 300m 거리인 인천집(031-581-5533)에서 파는 손두부(6,000원), 보리밥·두부전골·두부만두전골·녹두빈대떡·백반·옥수수동동주(각 5,000원), 잣막걸리(3,000원) 등이 주민들로부터 인기 있다.
글·사진 박영래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