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상선암 마을에는 생기가 돈다. 도락산을 오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손님맞이에 온 마을이 분주해진다. 아침 햇살이 싱그러운 신록 위로 내려앉기 시작하면 선암계곡 건너편 길가에는 관광버스들이 행렬을 잇는다.
차에서 내린 사람들의 원색 옷차림이 자연의 색깔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선암계곡을 흘러내리는 맑은 물소리는 심포니가 되고, 이 심포니를 배경음악 삼아 도락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의 울긋불긋한 긴 행렬은 한 폭의 명화가 된다. <지역번호 043>
테너색소폰 가락 계곡에 퍼지는 도락산가든
도락산은 상선암 마을을 깃점으로 정상을 올랐다가 원점으로 회귀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등산 형태다. 그만큼 이 마을은 깊은 산속이면서도 늘 사람들로 붐빈다. 정상에 올랐던 사람들이 하산할 무렵이면 이 마을에는 테너색소폰 가락이 울려 퍼진다.
도락산가든(421-3030)의 주인 김민호씨(45)가 생음악으로 들려주는 데니보이, 봄날은 간다, 숨어 있는 바람소리 등 무드 있는 음악들이 레퍼토리다. 김민호씨는 육군 군악대에서 근무한 경력의 소유자로, 색스폰 연주는 그의 일상이고 수준급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그래서 도락산가든 넓은 마당 느티나무 그늘 아래 평상에 앉아 술 한 잔 걸치면서 그의 연주를 들으면 산행의 피로나 속세의 시름이 말끔히 가신다는 것이다.
마을 가장 위쪽에 위치, 샤워할 수 있고 민박 공간도 넉넉하다. 단양군에서 선정한 향토음식 시범업소로 토종닭백숙이 지정품목이고 유황오리고기도 먹을 수 있다 (각 30,000원).
도락산을 찾는 산꾼들에게 직접 담근 머루주를 대접하며 친자식들처럼 돌봐 주시던 김종완(72)-조연환(70) 노부부는 도락산가든을 조카 내외에게 맡기고 건너편에 있는 작은슈퍼를 맡아 건강하시게 소일을 하고 계신다.
옥녀직금형에 빼어난 조경 선암가든민박
도락산 등산지도를 보면 산행들머리 지점에 '상선암'이라는 표기가 셋이나 있다. 오류로 오해되는 부분인데 오류는 아니다. 하나는 단양팔경 중의 한 곳인 상선암 바위(岩)고, 하나는 등산로 입구에 있는 사찰 상선암(上仙庵·선암사)이다. 나머지 상선암은 마을이름이다. 가산2리를 통상적으로 '상선암'으로 부른다.
선암계곡을 건너 마을로 올라선 다음, 되돌아보면 눈앞에는 용두산(994.4m)이 펼쳐진다. 이러한 명당터에 선암사가 자리를 잡았고, 그 앞에 참으로 아름다운 조경의 선암가든민박(422-1447)이 있다. 이곳에서 쳐다보는 용두산의 형상은 옛부터 옥녀직금(玉女織錦), 즉 여인이 비단을 짜는 형상이라고 했다. 선암가든은 그 조경에 어울리도록 빼어난 미모의 안주인 이경자씨(45)가 깔끔하게 음식상을 차려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음식값을 물어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한 상 잘 차린 4인분 산채정식상이 28,000원이다.
전국 국립공원 주민연합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바깥주인 장익상씨(48)는 4대째 이곳에서 살아온 순수 토박이로, 도락산을 자신의 손금을 꿰뚫어 보듯 소상하게 안다고 주민들이 들려준다.
손두부와 대강 막걸리가 만나는 약수터가든
요즘 산자락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음식 중의 하나가 손두부다. 도락산에서도 예외는 아닌데 약수터가든(421-5300)에서는 안주인 박종국씨가 직접 두부를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이 지역의 명품 대강막걸리로 목을 축일 수 있다.
참나무 평상이 바로 道樂이 있는 곳
산행을 마치고 내려올 때 일행 모두가 함께 내려오지 못할 때가 많다. 먼저 내려온 사람들은 늦게 내려오는 사람들을 어디에서 기다려야 하나? 도락산에서는 그 대답이 참나무 평상이다. 길가 평상에 앉아 안주인 이정남씨가 차려내는 깔끔하고 값 싼 음식들로 요기를 하며 늦게 내려오는 사람들을 기다리면 된다. 이럴 때는 여자들도 막걸리 한 잔쯤 걸치고 나면 귀환길이 훨씬 더 즐거워질 것이다(422-0579).
여백이 넘치는 쉼터 아뜨리에
선암계곡에 걸쳐져 있는 다리의 도락산쪽에는 조금은 별나게 보이는 건물이 보이고 계곡 따라 '아뜨리에'(422-9535) 현수막이 걸려 있다. 집안에는 그림이 걸려 있을 것만 같아 집안으로 들어가 본다. 느낌은 그대로 현실이 된다. 집안 벽면에는 서양화 여러 점이 걸려 있다. 안주인 오명숙씨가 그린 그림이라는데, 바깥주인 조경무씨는 자신의 집을 '단양팔경의 상선암과 도락산의 정취, 그리고 예술이 함께 숨쉬는 곳'이라고 소개한다.
넓은 공간에서 한방유황오리나 한방 토종닭 요리를 먹을 수 있고, 선암계곡을 흘러내리는 물소리를 음악 삼아 민박도 할 수 있다. 민박 수용규모 50명으로, 25명 이상의 민박손님은 받지 않는다고 한다. 여백을 갖고자 산속으로 들어온 처지에 여백을 빼앗기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 집주인이 갖고 있는 삶의 방식이자 철학이라고 했다.
하룻밤 묵고 싶은 물가 하얀 집 푸른산장
상선암에서 문경 방향 59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얼마 가다 보면 계곡을 건너 하얀 색 건물 3동이 눈에 들어온다. 민박 전용으로 지은 푸른산장(422-5083)이다. 80명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규모로, 바로 계곡가라 물 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보답으로 안주인 김순자(57)씨는 폐수 방류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음을 강조했다.
황정산 정상이 눈앞에 다가서는 황장산쉼터민박
황장산(1,077.4m)은 월악산 국립공원에 들어 있는 산이지만, 별개의 산으로 한국의 100대 명산으로 산림청에서 선정했다. 충북 단양과 경북 문경의 경계지점, 월악산 국립공원 동쪽에 있는 황장산쉼터민박(422-8285·054-552-8080)은 황장산을 병풍 삼고 있지만 바라다볼 수는 없다. 대신 집 앞에 서면 도락산(964.4m)과 황정산(959.4m) 수리봉(1,019m)이 눈에 들어온다.
집주인 김동진-이차영씨 내외는 백두대간 종주 안내역을 자임하며 9인승 승합차를 항상 대기시켜 놓고 있다. 40명이 함께 민박할 수 있고 토종닭(25,000원)과 오리탕(30,000원)을 먹을 수 있다. 손님들의 주문에 따라 염소탕(1마리 35만원부터)도 끓여낸다.
백두대간 종주 거점 신성봉가든
충북 단양군 대강면 방곡리에 있는 식당들은 백두대간 종주의 거점이다. 종주 중 비상시 탈출지점이 되고 식량과 식수의 보급지가 되기도 한다.
경북 문경시와 경계를 이루는 곳에 있는 신성봉가든(422-6011·054-555-8486)은 종주객들이 민박집으로 많이 이용하는데, 45인승과 25인승 차량을 늘 대기시켜 놓고 있다.
안주인 윤미자씨(50)는 민박손님들을 친동생처럼 잘 돌봐 준다는 소문으로 이 집을 찾는 산꾼들이 많다고 한다. 40명이 함께 민박할 수 있는 규모에 칼국수(5,000원), 버섯전골(20,000~30,000원), 닭도리탕(25,000원), 오리백숙(30,000원)을 먹을 수 있다.
주변 경관과 멋진 조화 도락산장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삼선구곡(三仙九谷)의 중심 중선암에는 주변 경관과 멋진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집 도락산장(422-1411)이 있다. 숲 사이를 흐르는 비단 같이 맑은 물줄기는 곳곳에 작은 못과 폭포를 이루며 자연의 향연을 노래하고 있고, 물가 산장에는 계곡 따라 하얀 식탁과 의자가 놓여 있다. 하산길에 들려 맥주 한 잔 걸치기에 딱 좋다. 민박 방 18개에 50명이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장림리 국도변 대나무밥집 장씨본가
그 옛날 아흔아홉 굽이 죽령을 넘기 위해 하룻밤을 머물었을 주막거리 단양군 대강면 장림리. 지금은 중앙고속도로가 개통되어 단양 나들목이 이곳에 났다. 도락산 산행길이 훨씬 가까워진 것도 중앙고속도로 개통 덕인데, 고속도로와 나란히 놓인 5번 국도 위, 대강우체국 건너편에는 전국적으로 소문난 대나무밥집 '장씨본가'(421-2929)가 성업 중이다. 왕대나무밥·대나무돌솥밥 각 9,000원. 한방대나무삼계탕 8,000원.
집주인 김영순씨(49)의 대나무밥에 대한 예찬과 자부심이 대단하다. 대나무 죽 자 죽령(竹嶺)에는 대나무가 없는 것일까? 대나무는 전남 담양 것을 갖고 온다고 했다.
동동주와 신선주로 이름난 소백산술도가
단양군 대강면 장림리 버스정류장에는 산꾼들이 산행 때 필수인양 공급받는 막걸리 양조장 한 곳이 있다. 소백산술도가라는 대강양조장이 바로 이 집이다. 옛부터 큰 고개에는 이름 있는 주막이나 이름 있는 술도가가 있었는데, 죽령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었겠다. 단양에 있는 소백산술도가는 700년 전부터 있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죽령고갯길이 열린 것은 2,000년이 된다는 기록이 있고 보면 이곳에는 700년 이전부터 술도가가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의 술도가 대강양조장은 소백산에서 흘러나오는 광천수를 뽑기 위해 인근에 대형 암반관정을 파고 지하 180m에서 뽑아 올린 탄산수로 막걸리를 빚는다. 그래서 소백산술도가의 막걸리는 톡 쏘는 맛이 별나다. 이 맛으로 대강막걸리는 단숨에 유명한 술이 되었고, 단양을 위시하여 충북 북부권과 경북 강원 일대까지도 그 명성을 크게 떨치고 있다.
1994년에는 찹쌀을 띄어 만든 동동주에 소백산 일대에서 나는 신선초, 당귀, 고본, 구기자, 천궁, 솔잎, 인삼, 대추, 음양곽 등 9가지 진귀한 약초를 넣어 2개월간 숙성시킨 알콜도수 13도의 신선주를 만들었다. 이 술은 정력에 효험이 크다는 소백산 자생 신선초의 성분으로 남성들에게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
신선주는 원래 사인암 일대의 양반집 가용주로 전래되어 오던 술이었다는데, 대강양조장은 마을 노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2년동안 각종 실험과 시음회를 통해서 재현시켰다고 한다. 마시기 부드럽고 그윽한 향이 신선주가 갖고 있는 자랑이다.
/글·사진 박재곤 산촌미락회 고문·60대산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