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선은 경부선 대전역에서 중앙선 제천역까지 122.1km 길이로 이어지는 철길이다. 이 충북선을 이용해 대전에서는 제천역을 기점으로 하는 산행을, 제천에서는 대전역을 기점으로 하는 산행을 계획할 수 있다.
충북선 주변의 산들 중에서는 우선 충주역에서 가까운 계명산(775m)과, 동량역과 삼탄역에서 바로 산행을 시작할 수 있는 인등산(666m) 정도가 떠오른다. 인등산이 철도산행 코스로 알려진 이유는 동량역에서 바로 산행을 시작하면 삼탄역으로 바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탄역과 봉양역 사이 공전역에서 바로 산행을 시작할 수 있는 마미산(馬尾山·600.8m)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마침 두 역 사이 5.8km 구간은 이 일대에서 유일하게 철길로만 연결될 뿐, 도로는 연결되지 않는 구간이다.
공전역까지는 제천에서 봉양을 거쳐 도로가 연결되기는 하지만, 아직은 이곳의 은밀함을 아는 이들이 많지 않아 오지로 남아있다. 공전역 일대는 옛날 동학군들이 집단으로 숨어들어 활동을 벌였을 정도로 사방이 첩첩산중으로 에워싸여 있는 비경지대다. 공전역에서 남쪽 주포천 건너로 마주보이는 산이 마미산이다.
마미산은 주능선을 경계로 행정구역이 동쪽은 충북 제천시 봉양읍 구곡리와 청풍면 장선리, 서쪽은 충주시 산척면 명서리로 나뉜다. 이 산은 멀리 치악산으로부터 이어져온 제천시내 남동쪽의 갑산(776.7m)에서 서쪽으로 이어지는 능선 끝머리에 해당된다. 갑산에서 서진하는 능선은 호명산(475.3m)∼성산(426.1m)∼국사봉(632.3m)으로 이어진다.
국사봉에서 능선은 약 3km 더 나아가 마미산을 빚은 다음, 남쪽으로 꺾여 약 4km 거리에다 부산(婦山·780m)을 들어올린 다음, 여맥들을 충주호에 가라앉힌다. 마미산에서 북서쪽으로 가지를 친 능선은 약 1.5km 거리에다 대덕산(大德山·580m)을 들어올린 다음 여맥들이 주포천으로 스며든다.
공전역사를 나와 동쪽 주포천을 거슬러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약 500m 나오면 굴탄교에 닿는다. 굴탄교를 경계로 공전역과 자양영당 방면은 공전리, 굴탄교 건너는 구곡리로 구분된다. 굴탄교가 건너는 주포천은 멀리 치악산 남대봉으로부터 흘러오는 용암천, 감악봉과 석기암봉에서 발원한 팔송천, 제천시내 방면 고암천 등이 봉양에서 합수되어 흘러내리는 물줄기다. 이 주포천은 공전역 앞을 지나 물줄기가 S자로 굽돌아나가는 애련리 진소를 지난 합천 마을 앞에서 백운산에서 발원한 원서천과 합수, 삼탄 방면 충주호로 흘러든다.
수량이 적지 않은 물살 가운데로 수백 평의 너럭바위들과 기암괴석들이 머리를 내밀고 있는 아름다운 주포천 풍광을 즐기며 굴탄교를 건너가면 길 오른쪽으로 강촌슈퍼와 굴탄슈퍼가 차례로 나온다. 굴탄슈퍼를 지나 약 40m 가면 오른쪽으로 농로 삼거리에 닿는다. 삼거리에서 오른쪽 농로로 들어서면 곧 이어 수로를 건너기 직전 삼거리에 닿는다. 이 삼거리에서 왼쪽 수로를 거슬러 이어지는 농로를 따르다가 오른쪽으로 수로를 건너가면 담배밭 옆으로 길이 이어진다.
담배밭 왼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3∼4분 올라가면 담배밭 왼쪽으로 지능선 길이 시작된다. 뚜렷한 지능선길로 4∼5분 올라가면 무덤 2기가 나오고, 곧이어 뱀막을 넘어간다. 뱀막을 뒤로하고 가파른 산길로 들어서면 지난 3월 폭설 때 부러진 나무들이 갈 길을 막는다. 부러진 나무들을 여러 개 넘어 약 30분 올라가면 지형도 상의 대덕산(大德山·580m) 북릉에 닿는다. 대덕산 북릉 길은 의외로 뚜렷하다. 7∼8분 올라가면 435.7m봉 오른쪽 사면길로 이어진다. 이어 안부를 지나 남서쪽으로 이어지는 철쭉 능선길을 따라 약 20분 올라가면 대덕산 정상 서쪽 100m 지점의 전망장소에 닿는다. 남서쪽 계곡 건너로 부산(婦山·780.4m), 남쪽으로 마미산 정상이 마주보인다. 서쪽 삼탄 방면으로는 지등산, 인등산, 천등산이 조망된다. 마미산 방면 주능선은 제천시와 충주시 경계다. 전망장소에서 약 15분 내려서면 사거리 안부에 닿는다. 동쪽 굴탄 용암계곡 방면 길이 뚜렷하다. 안부에서 능선길로 약 30분 올라가면 삼거리에 닿고, 서쪽 능선길로 발길을 옮겨 10분 오르면 마미산 정상에 닿는다.
정상에는 삼각점도 없고, 사방이 숲으로 에워싸여 조망이 별로지만, 나뭇가지 사이로 조망은 즐길 수 있다. 북으로는 시랑산과 주론산이 백운산과 함께 조망된다. 주론산에서 오른쪽 멀리로는 치악산, 감악산, 석기암봉도 보인다. 감악산 오른쪽 아래로는 봉양읍이 조망되고, 더 가까이로는 주포천과 충북선 철길이 실낱처럼 보인다.
남동으로는 국사봉이 오른쪽 멀리 금수산과 함께 시야에 와닿는다. 국사봉 오른쪽 아래로는 부산리 방면 충주호반이 보인다. 남서쪽으로는 부산 정상이 멀리 월악산 정상과 함께 하늘금을 이룬다.
하산은 다시 동쪽 주능선 삼거리로 나와야 한다. 주능선 삼거리에서 남동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따라 15분 거리에 이르면 510m봉으로 오르기 직전 안부 삼거리에 닿는다. 안부 삼거리에서 왼쪽 가파른 사면길로 들어가면 510m봉 북릉 상의 손바닥바위에 닿는다. 높이 약 20m에 폭 10 m 가량 되는 바위다. 바위 한 쪽 면이 수직절벽으로 마치 손바닥을 펼친 듯이 보인다.
손바닥바위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북릉 길로 들어 4∼5분 내려서면 시야가 시원하게 터진다. 왼쪽 구곡3리 용암계곡 건너로 마미산과 대덕산이 마주보인다. 북으로는 주론산과 백운산, 북동쪽으로는 하구곡 분지가 샅샅이 조망된다.
시원하게 펼쳐지는 조망을 즐기며 15분 내려서면 372m봉 직전 안부에 닿는다. 안부에서 왼쪽 용암계곡으로 내려서면 키를 넘는 갈대 군락 3∼4곳을 통과한다. 갈대군락을 지나면 수림으로 뒤덮인 화전민 집터가 나타난다. 인진쑥밭과 오갈피밭 사이로 이어지는 농로를 따라 15분 나오면 오른쪽 계류에서 나는 폭포수 소리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높이 4m에 폭 8m 가량 되는 화강암 바위벽을 타고 내리는 쌍폭이다. 폭포 규모는 크지 않지만 폭포수 왼쪽 바위벽에 음각된 ‘龍巖’(용암)이라는 오래된 글씨가 옛날 이곳에서도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는 장소로 이용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용암폭포를 뒤로하고 10분 나오면 구곡3리 경로당 앞 느티나무에 닿는다. 경로당 옆 상수도 시설에서 잠시 땀에 밴 손과 얼굴을 씻을 수 있다. 경로당을 뒤로하고 15분 더 나오면 굴탄교에 닿는다. 굴탄교를 건너면 왼쪽이 공전역, 오른쪽이 자양영당이다.
공전역을 기점으로 굴탄교∼담배밭∼지능선∼대덕산 북릉∼마미산 북서릉을 경유해 정상에 오른 다음, 남동릉∼손바닥바위~510m봉 북릉∼안부∼용암계곡∼용암폭포∼구곡3리 경로당∼굴탄교를 경유해 공전역으로 되돌아오는 산행거리는 약 9km로, 4시간∼4시간30분이 소요된다.
구곡3리 경로당 기점 서쪽 산마루 방면은 염소 방목장이다. 따라서 주민들은 이 방면 출입을 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교통
서울 청량리역에서 공휴일 아침 06:25 발 안동행 열차로 제천에 도착(09:00 착)한 다음, 제천역에서 09:30 발 대전행 열차로 갈아타면 09:44에 공전역에 도착할 수 있다.
요금 청량리역∼제천역 새마을호 어른 10,400원(어린이 5,200원), 무궁화호 어른 7,000원(3,500원).
제천역∼공전역 2,800원, 대전역∼공전역 8,000원, 조치원역∼공전 6,000원, 청주역∼공전역 5,300원, 충주역∼공전역 2,800원. 제천역∼공전역 또는 공전역∼제천역 연결 열차편이 불편한 경우 제천 서부동에서 1일 7회(06:00, 07:45, 11:45, 13:15, 16:30, 18:35, 21:05) 운행하는 공전리 경유 구곡3리(굴탄 마을)행 버스 이용, 굴탄교 앞 하차. 이 버스종점이 공전역이다. 요금 850원. 35분 소요.
구곡리 굴탄교 북쪽 정류소에서 제천행 버스 1일 6회(08:45, 12:30, 14:15, 17:15, 19:30, 21:50) 운행. 손바닥바위 능선에서 동쪽 구곡2리(하구곡)로 하산한 경우에는 구곡2리에서 1일 6회(06:50, 09:05, 11:15, 15:20, 18:15, 20:00) 운행하는 제천행 버스 이용.
숙식
굴탄교 건너 오른쪽에 굴탄수퍼민박(041-653-0285)과 강촌슈퍼민박(651-4756) 2집이 있다. 민박료 1실 20,000원. 미리 전화하면 닭백숙(35,000원), 백반(1인분 4,000원), 염소탕 등 식사가 된다. 마미산 산행 정보 및 문의는 제천시 두발산악회 등반대장인 김태영씨에게 문의하면 된다. 휴대폰 011-485-5784.
/글·사진 박영래 차장
자양영당
제천시 봉양읍 공전리 장담 마을(굴탄교에서 동북방 약 500m 거리)에 위치한 자양영당(紫陽影堂)은 고종 26년(1889) 성재 유중교 선생이 춘천에서 이곳 장담으로 이사와 자양서사를 건립한 곳이다. 후학을 양성하고, 장담에 화서학의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이곳은 1907년 습재 이소응 선생이 선현들에 대한 제향 공간을 마련할 목적으로 문인들을 모아 세웠다.
자양영당에는 주희, 송시열, 이항로, 유중교, 유인석, 이소응 선생의 영정이 봉안되어 있다. 매년 3월과 9월20일 제향하고 있다. 이 영당에는 중국의 송, 원과 고려의 사적을 정리한 송원화동사합편강목(宋元華東史合編綱目·지방유형문화재 제37호) 목판 3,311매 중 1,380매와 화서아언판목 133매를 보관하고 있다.
특히 이곳은 고종 32년(1895) 의암 유인석(1842-1915) 선생이 8도의 유림을 모아 의병을 일으킬 때 창의의 비밀결사를 한 역사적인 장소다. 당시 제천 인구가 약 8,000명일 때 이곳에 집결한 의병 숫자가 1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제천의병이 창의한 지 꼭 100년이 되던 해인 95년 의병정신을 계승하고 국난극복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96년부터 2001년 10월까지 영당 보수, 의병사당(숭의사) 신축, 의병전시관 및 기념탑 등을 제천시에서 건립했다. 입장료 무료.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시간 하절기 09:30∼18:00. 안내전화 043-640-5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