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바다의 계절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바다는 인기를 끈다. 여름철 최고기온이 경신될 때면 바닷가를 가득 매운 엄청난 인파 사진이 신문의 1면을 장식하곤 한다. 시원한 계곡도 사람이 많기는 마찬가지지만, 여름 피서지로는 역시 바닷가가 적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모양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해수욕할 수 있는 시기는 7~8월로 대단히 제한적이다. 이 기간만 지나면 수온이 낮아지거나 물벌레, 해파리 등이 늘어 물에 들어가기 어려워진다. 학생들의 방학도 이 시기에 집중되어 있어 성수기가 지나면 분위기도 썰렁해진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초가을 바닷가 모래사장은 그래서 느긋하다.
이번 달에는 서해안의 몽산포 해수욕장을 찾았다. 피서철이 한창일 때라 도로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야영장으로 모여 들었다. 유명 해수욕장이라 사람들로 붐빌 것으로 예상했지만 크게 복잡하지는 않았다. 분명 피서객은 많았지만 몽산포의 송림은 그만큼 넓고 넉넉한 규모였다.
충남 태안군 남면 달산리를 중심으로 펼쳐진 몽산포 해수욕장은 태안해안 국립공원 구역에 포함되어 있다. 청포대 해수욕장과 해안이 연결되어 백사장은 끝이 안 보일 정도로 광활한 것이 특징. 백사장의 길이가 3.5km에 이르며 썰물 때면 3km 폭으로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경사가 완만하다.
몽산포 해수욕장 남쪽의 청포대는 해안이 7km나 되는 광활한 모래밭이지만, 해수욕장으로 이용되는 백사장은 일부에 불과하다. 이곳은 백사장의 모래가 단단해 자동차 경주가 열리기도 했던 곳이다. 해변에 송림이 울창한 몽산포 해수욕장과는 달리 청포대는 백사장과 송림이 다소 멀리 떨어져 있고 소나무숲의 규모도 작은 편이다.
현재 몽산포 해수욕장 일대는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상가와 여관 등이 들어설 집단시설지구를 조성하고 있고, 야영장, 오토캠핑장, 단체수련장, 야외공연장 등도 설치할 예정이다. 개발이 마무리 되면 종합휴양지의 면모를 갖추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몽산포 해수욕장 오토캠핑장은 해안 남쪽에 20만 평 규모의 울창한 소나무숲에 들어서 있다. 장수대 야영장에 버금가는 소나무숲이 인상적으로, 오토캠퍼들에게 최적의 공간을 제공한다. 제반시설도 훌륭해 중앙에 대형 샤워장 겸 화장실과 매점이 들어서 있고, 공동취사장과 급수시설도 곳곳에 산재해 있다. 쇄석을 깔아 깔끔하게 단장한 대형 주차장도 인근에 조성했다.
입장료는 어린이 600원, 성인 1,600원. 오토캠핑장 이용료는 1일 기준 15,000원이다. 샤워장 1회 사용료 2,000원. 해수욕장은 8월 말까지 개방할 예정이다. 문의 태안해안 국립공원 041-672-9737.
바닷가의 즐거운 조개잡이
서해안 바닷가에서 빠트릴 수 없는 재미가 바로 조개잡이다. 특히 맛조개는 바지락처럼 캐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잡는다고 하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호미와 갈구리, 맛소금 한 봉지, 케첩통 등을 준비하고 물이 많이 빠져나갔을 때 갯벌로 걸어 나간다. 바닷가에서 가까운 곳은 조개가 거의 고갈 상태라 가능한 멀리 나가는 것이 좋다.
적당한 곳에 자리 잡고 호미로 바닥을 5~10cm 두께로 긁어내면 새끼손가락 굵기 만한 타원형의 구멍이 보인다. 여기에 케첩통에 넣은 소금을 부어 넣으면 그 자극에 맛조개가 반사적으로 입구로 몸을 내민다. 이때 재빨리 손으로 잡아서 좌우로 살살 흔들면서 뽑아낸다. 뿌리에 묻은 갯흙은 그 자리에서 씻어줘야 나중에 해감이 쉽다.
처음에는 구멍 구분도 잘 안되지만 한 30분 시행착오를 겪다보면 어렵지 않게 맛조개를 잡을 수 있다. 케첩통을 이용해야 소금의 낭비 없이 정확히 투하가 가능하며, 구멍에 뿌리는 소금의 양은 스푼으로 하나 정도면 충분하다.
갯벌 표면을 뜰 때는 물기가 없는 곳이 좋다. 물이 흥건한 곳은 갯흙을 떠내면 물이 고여 맛조개의 구멍을 막아버려 찾을 수 없게 된다. 동죽과 같은 다른 종류의 조개는 모여 있는 경우가 많다. 맛조개를 잡다 다른 조개를 발견하면 주변을 20cm 정도 깊이로 넓게 파 한번에 많은 양을 캘 수 있다.
캐낸 조개는 그 자리에서 바닷물로 깨끗하게 씻어낸 뒤 가지고 온다. 갓 캔 조개는 맑은 바닷물에 담아 해감을 빼야 먹을 수 있다. 캠프장에 돌아온 뒤 그릇에 조개와 바닷물을 담가둔 채 하룻밤 지나면 먹기 좋은 상태가 된다.
맛조개는 살짝 데치거나 양념 구이로 안주를 하면 좋고, 조개는 국으로 끓여 식구들의 아침식사 상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해변용 간이샤워기 만들기
해변 피서객들의 가장 큰 고민 가운데 하나가 식수와 샤워 문제다. 국립공원이 관리하는 몽산포 해수욕장 같은 곳은 샤워장이나 화장실, 취사장 등의 시설이 완벽해 큰 불편은 없으나 그렇지 않은 곳도 많다. 특히 서해안의 해수욕장에서 하룻밤을 지내본 사람들은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의 고마움을 통감했을 것이다.
간이샤워기는 아웃도어용 기성품을 구입해 사용하면 편리하겠지만, 전문점이 아니면 구하기 어렵고 가격도 만만치 않다. 한두 번 쓸 요량이라면 할인매장이나 철물점 등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 만들거나 등산용 장비를 응용해 사용하면 된다.
등산용품 가운데는 식수를 담아 놓는 물주머니가 있다. 이를 자동차나 나무에 매달아 놓고 샤워기 대용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파이프가 달린 배낭 내장용 물주머니는 집게와 같이 간단한 도구를 이용해 물의 양을 조절하며 샤워기처럼 쓸 수도 있다.
아예 플라스틱 물통과 수도꼭지, 샤워기를 구입해 만들 수도 있다. 크게 손재주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플라스틱 물통을 아래쪽에 구멍을 내고 수도꼭지를 꽂은 뒤, 물이 새나오지 않도록 공작용 글루건을 발라 굳힌다. 물통의 수도꼭지에 세탁기용 수도 연결기를 달고, 아래쪽에 샤워 호스를 연결하면 샤워기가 완성된다. 차 지붕과 같이 높은 곳에 물통을 얹어놓고 수도꼭지를 돌리면 간단히 샤워가 가능하다. 샤워기는 스위치가 달린 절수형을 사용하면 편리하다.
샤워커튼을 훌라후프에 끼워 차량이나 나무 등에 고정시키면 훌륭한 개인 샤워장이 된다. 바닥에는 매트리스나 둥근 돌을 깔아 흙이 튀는 것을 막아주면 깔끔하게 샤워를 할 수 있다. 어른들도 간단히 씻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물놀이를 많이 하는 어린이용으로 안성맞춤이다.
☞ 찾아가는 길
몽산포 해수욕장에서 가장 가까운 고속도로 진출입로는 서산 나들목으로,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해 접근하는 것이 편리하다. 서산 나들목에서 나와 좌회전, 32번 국도를 타고 서산을 거쳐 태안으로 간다. 태안에 거의 다다를 무렵 지하차도 위 사거리에서 태안해안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방향으로 좌회전한다. 이후 2차선 77번 국도를 따라 10km쯤 가면 오른쪽으로 몽산포 해수욕장 진입로가 보인다.
주말 고속도로가 붐빌 때는 우회 국도를 이용하는 것이 정체를 피하는 방법이다. 천안에서 21번 국도를 이용해 예산~해미~서산을 거쳐 태안 방면으로 진입이 가능하고, 수원에서는 43번 국도를 이용해 발안을 경유 서평택 나들목으로 서해안 고속도로에 진입해 서산 나들목에서 다시 빠져나가는 방법이 있다. 안산이나 안양 방면에서도 4차선 39번 국도를 이용해 발안까지 갈 수 있다.
/ 장비협찬 호상사 www.e-sierra.co.kr
/ 글 김기환 기자
/ 사진 김승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