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봉은 충북 단양군 남한강변인 가곡면 사평리 향산리 보발리 대대리 등 4개 리(里)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용산봉은 백두대간 상의 소백산 국망봉(1,198m) 북쪽에서 서쪽으로 가지를 친 산릉인 신선봉(1,389m)을 모산으로 삼고 있다.
신선봉에서 구인사 방면으로 흘러내리는 산릉 상의 1361.7m봉(일명 민봉)과 1244m봉 사이에서 북서쪽으로 가지를 치는 능선이 있다. 이 능선은 북쪽 보발리와 남쪽 어의곡리 경계를 이루면서 약 8km 거리에 이르러 용산봉을 빚어놓았다. 용산봉을 빚어 놓은 여맥들은 모두 북쪽 보발천, 서쪽 남한강, 남쪽 국망천으로 스며든다.
용산봉은 본지 92년 6월호에 처음 소개했다. 이후로 노송과 바위 등은 물론 산 위에서 조망하는 남한강 경치와 소백산 파노라마가 괜찮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사계절 인기를 얻고 있다.
산행코스는 산 남쪽 국망천변인 용산동 용산골 입구에서 남서릉의 567.7m봉~770m봉(암봉)을 경유해 오르는 코스가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다. 이 경우 남릉으로 하산, 은광 삼거리에서 서쪽 용산골로 하산하게 된다. 이 코스는 92년 월간 산에서 소개한 코스 그대로 노멀코스로 자리매김했다.
또는 사평리 가곡면사무소에서 남서릉 중간 허리로 질러 오르는 코스도 있다. 이 기존 코스마다에는 최근 가곡면에서 위험구간마다 밧줄을 매어놓고 이정표 등을 설치해 놓아 안전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코스는 북서릉 코스다. 최근 제천 두발산악회 회원들이 코스 답사를 마친 곳이다. 가곡면사무소가 있는 사평리에서 남한강을 끼고 이어지는 59번 국도를 따라 약 3km 가면 가대교 삼거리에 닿는다. 여기에서 직진, 약 1.5km 더 가면 향산 삼거리가 나온다.
향산 삼거리가 북서릉 산행기점이다. 오른쪽 갈림길로 들어서면 도로 왼쪽으로 향산쉼터가 있다. 쉼터에서 식수를 준비한다. 쉼터에서 도로 건너편으로 ‘결빙구간’ 안내판과 전신주가 있다. 두 지형지물 사이로 사이로 흐릿한 산길이 있다. 이 산길로 들어가 낙엽송숲 아래 급경사 산길로 10분 올라가면 무덤 6기가 나온다.
무덤을 지나 5분 올라 바위지대를 지나면 노송군락이 나온다. 아름드리 장송들 사이로 15분 거리에 이르면 무덤 3기가 나온다. 이어 굴참나무숲 속으로 5분 더 오르면 하늘이 트이는 외딴 무덤에 닿는다. 뒤돌아보면 암골미를 뽑내는 둔지미산이 마주보이고, 북동쪽 보발천 협곡 건너로 향로봉 서릉이 멀리 태화산과 함께 시야에 와닿는다. 외딴 무덤을 뒤로하고 다시 나타나는 노송군락 아래로 7~8분 올라 450m봉을 넘어서면 평지처럼 완만해진다. 왼쪽으로 용산봉이 올려다보이기 시작한다. 곧 노송군락과 굴참나무숲으로 들어 15분 가면 옛날 움막이 있었던 흔적인 축대가 나타난다.
축대를 뒤로하고 묵은 묘가 있는 510m봉을 넘어 12분 거리에 이르면 오른쪽 남한강 가대교(佳大橋) 방면 잿길 흔적이 남아 있는 사거리에 닿는다. 왼쪽 보발리 방면은 전설 속의 피화리(避禍里)로 이어지는 길이다. 이 길은 오랜 세월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흔적을 거의 감추었다. 피화리는 화(禍)를 피해 숨어든 사람들이 종이를 생산하며 살았다고 전해진다.
종이를 등짐지고 가대나루로 넘나들던 잿길을 뒤로하고 8분 거리인 무덤을 지나 20분 더 오르면 남쪽 큰골 건너로 용산봉 남서릉 바위지대가 마주보이는 삼거리에 닿는다. 삼거리를 뒤로하고 국유지 표지석이 있는 작은 안부를 지나 가파른 능선길로 35분 올라가면 전망바위가 나타난다.
지나치기 십상인 전망바위로 올라가면 서쪽 방면으로 기가 막힌 조망이 펼쳐진다. 서쪽 아래로는 사평리 모래톱과 함께 짙푸른 남한강이 아찔하게 조망된다. 강 너머로는 매포읍이 멀리 금수산과 함께 시원하게 펼쳐진다.
계속 북서릉을 타고 10분 거리에 이르면 산길이 흐릿해지는 급경사를 올라간다. 나무 밑둥을 잡으며 급경사를 약 30분 가량 올라가면 삼각점(영월 319)이 있는 용산봉 정상이다.
단양군에서 세운 오석으로 된 정상비석 옆에서 즐기는 조망은 일품이다. 우선 동으로는 신선봉을 비롯해서 국망봉~비로봉~연화봉으로 이어지는 소백산 줄기가 광활하게 하늘금을 이룬다. 소백산 아래로는 국망천 품에 안긴 어의곡리가 골골샅샅이 조망된다. 남으로는 소백산 제2연화봉과 도솔봉, 그리고 도솔봉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상의 황장산, 대미산, 문수봉 등이 아득하게 보인다.
정상에서 남서릉으로 약 500m 거리인 노송 아래 전망장소에 이르면 남서쪽 아래로 마치 용꼬리를 남한강에 적시고 있는 듯한 남서릉 끝머리 뒤로 보이는 도담삼봉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첩봉(妾峰)과 그 오른쪽 처봉(妻封)이 가운데 중봉이라는 장군의 호감을 얻기 위해 교태를 부리는 것 같다는 옛사람들의 해석을 실감나게 하는 자태로 보인다.
도담삼봉 위 멀리로는 금수산~신선봉~동산~작성산이 더 멀리의 월악산과 함께 조망된다. 북서쪽으로는 남한강 너머로 어상천면의 삼태산이 보이고, 북동으로는 영월 태화산이 하늘금을 이룬다.
남서릉으로 계속 하산하면 노송과 암봉들을 지나 567.7m봉에 이르러 남동쪽 아래 용산골 입구 족구장이 있는 주차장으로 내려서게 된다. 주차장에서 동쪽 길 건너 약수물도 인기 있다. 약수터에서 장수목민박집 앞으로 나오면 어의곡리에서 나오는 길과 만나게 된다.
향산 삼거리를 출발해 북서릉을 경유해 정상에 오른 다음, 남서릉~567.7m봉을 경유해 장수목민박집 앞으로 내려서는 산행거리는 약 8km로, 5시간 안팎이 소요된다.
정상에서 남릉으로 20분 내려서면 급경사에 매인 50m 밧줄지대가 나온다. 이 밧줄을 내려서면 이어서 20m와 30m 길이 밧줄이 계속 이어진다. 30m 밧줄을 지나 10분 거리에 이르면 ‘은광삼거리’ 안내판이 있다. 옛날 이 산 일원에서 은(銀)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안내판을 지나 10분 더 내려서면 단양 방면으로 뾰족한 봉우등(烽郵燈·696.1m)이 보이는 전망장소에 닿는다.
전망장소 안내판에는 ‘종점 2.4km’ 안내판이 있다. 안내판의 ‘종점’은 용산골 입구를 일컫는다. 남서쪽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지능선 바위지대로 내려서면 무덤 5기를 지난다. 마지막 무덤을 지나 오른쪽 지계곡으로 내려서면 용산골 상단부의 유일한 집인 산장민박집 앞으로 내려서게 된다. 이 민박집 샘 물맛이 일품이다. 산장민박에서 용산골 입구는 도보로 30분이 소요된다.
정상에서 남릉~은광삼거리~전망장소~산장민박~용산골 입구로 내려서는 코스 길이와 시간은 남서릉 코스와 거의 같다.
◈ 교통
서울 동서울종합터미널(전철 2호선 강변역)에서 1일 12회(06:59~19:00) 운행하는 단양행 버스 이용. 요금 10,500원. 2시간30분 소요.
청주 여객터미널에서 1일 21회(06:41~16:57) 운행하는 충주 경유 단양행 버스 이용. 요금 11,300원. 3시간50분 소요.
대전 동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1일 13회(08:05~18:35) 운행하는 고속도로 경유 충주행 버스 이용. 요금 7,000원. 1시간40분 소요. 충주 공용버스터미널에서 1일 18회(06:40~19:30) 운행하는 덕산~수산 경유 단양행 버스 이용. 요금 5,600원. 1시간30분 소요.
제천에서 단양행 버스 1일 45회(07:18~21:10) 운행. 요금 2,300원. 50분 소요.
영남권에서는 영주에 이른 다음, 영주 시외버스공용정류장에서 1일 22회(06:40~17:30) 운행하는 단양행 버스 이용. 요금 3,200원.
단양 시내버스터미널(043-422-2866)에서 1일11회(05:40, 06:40, 07:30, 08:30, 11:00, 12:00, 13:40, 15:15, 15:55, 17:00, 18:30) 운행하는 사평리 경유 구인사 및 보발리행 시내버스 이용, 향산리 삼거리(향산쉼터 앞)에서 하차. 요금 1,100원. 30분 소요. 향산 삼거리에서 단양행 버스 1일 10회(06:10~21:30) 운행.
사평리 용산골 입구는 상기 버스편을 이용, 사평 직전 아평 삼거리에서 하차한 다음, 동쪽 국망천 협곡 안(어의곡리 방면)으로 약 2km 걸어 들어가도 된다.
단양에서 1일 10회(05:40~20:30) 운행하는 어의곡리행 버스 이용, 사평리 용산골 입구에서 하차. 요금 700원. 사평리 용산골 입구에서 단양행 버스 1일 10회(06:10~21:30) 운행. 요금 700원. 30분 소요.
단양에서 향산리까지 택시요금 9,000원 안팎. 약 15분 소요. 단양택시 전화 043-422-0412.
♨ 숙식
향산리 삼거리에 있는 향산쉼터(주인 김공임?043-422-7338)에서 민박이 된다. 큰 방 1실 40,000원, 보통방 1실 30,000원. 열무김치 냉국수(3,000원), 열무냉면(4,000원), 청국장, 찌개백반(각 5,000원), 오징어볶음, 제육볶음(각 6,000원), 닭백숙(30,000원), 잡고기매운탕(중 20,000원, 대 30,000원) 등을 판다.
사평리에서는 용산골 가장 안쪽에 있는 산장민박(주인 김준식?043-421-5591) 이용. 각 방마다 샤워시설이 있다. 민박료 성수기 1실 50,000원, 비수기 1실 30,000원. 취사가 가능하다.
용산봉 일원 등산정보는 제천 두발산악회 김태영 등반대장에게 연락하면 된다. 휴대폰 011-485-5784.
/ 글·사진 박영래 차장
갑순이 용산봉 300회 오른 용산골 대장
용산골은 골이 너무 깊어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다. 이 척박한 용산골 최상류 가장 끝머리 빈농가로 7년 전 김준식씨가 속세를 떠나 둥지를 틀었다.
“이 계곡에서 첫 겨울을 맞이했을 때 세차게 불어닥치는 골바람에 장독 뚜껑이 날아가더라고요. 특히 말동무도 없었고 밤이 되면 더욱 춥고 적적했지요. 그래서 마음의 위안이라도 얻으려고 친척집에서 사냥견 새끼 암캐 한 마리를 얻어다 기르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저보다도 용산봉을 더 많이 올라다닙니다.”
용산골로 이주해 오기 전부터 등산을 좋아했던 김씨는 갑순이가 6개월이 된 후로 거의 일주일에 한 번은 갑순이를 데리고 뒷산인 용산봉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용산봉을 오르기 시작한 갑순이는 민박한 등산인들이 산을 오를 참이면 앞장서서 산으로 올라가는 것이 습관화되어 버린 것이다.
갑순이가 이러기를 7년에 이른다. 줄잡아 1년에 45회 가까이 산을 올랐다. 큰 비나 폭설이 내리는 경우 산행을 못했다 쳐도 줄잡아 7년간 300회는 넘는다고 한다. 아무튼 갑순이의 다리 모양새는 육상선수처럼 근육질이다. 그동안 용산골 밖으로 나간 적도 없단다. 그러니 용산골 터줏대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용산골 안 6가구에는 집집마다 두세 마리씩 개를 기르고 있는데, 이 개들이 모두 갑순이 자식들이기도 하다. 그동안 6번 새끼를 낳았는데, 한 번에 10여 마리씩 다산을 해 총 60여 마리를 낳았다. 이중 50여 마리는 단양군내에 골고루 분양되어 나갔다.
“갑순이가 새끼를 잘 낳는 원인은 이곳이 공기 좋고 물이 좋은 원인도 있지만, 정기적으로 등산을 오랫동안 해온 덕”이라는 말에 이어 “어제도 손님 따라 안내하고 내려왔습니다. 올라갈 때는 정상까지 앞장서서 가이드합니다. 그런데요, 내려올 때는 손님보다 항상 30분 먼저 내려옵니다. 왜 그런지 아세요? 집이 걱정되어서…”
취재산행을 마치고 떠나려는 취재팀에게 주인 김씨가 던진 말이다. 세상에 개가 주인을 위해 손님 산행가이드해 주는 것도 대단한데 집 걱정까지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