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미봉(善美峰·1,082m)은 저수령과 벌재 사이 백두대간에서 북으로 가지를 친 능선 첫 머리에 자리 잡고 솟은 산이다. 단양군 대강면 올산리 남쪽으로 백두대간이 큰 획을 그으며 가로놓여 있는데, 벌재 방면 옥녀봉(1,076m)에서 동쪽 저수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사이 해발 1,000m 가량 되는 멧고개(외딴 무덤이 있는 곳)에서 북으로 가지를 치는 능선이 있다. 이 능선을 경계로 서쪽은 경북 문경시 동로면이고, 동쪽은 충북 단양군 대강면이다.
이 능선은 약 500m 거리인 장구재에서 일단 가라앉는다. 옛날 방곡리나 명전리에서 저수령을 거쳐 경상도 예천으로 넘어가는 중요한 고개였다. 지금은 승용차 통행이 불가능한 오솔길 정도로 남아있다. 장구재에서 북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계속 이어지는 이 능선이 약 2km 거리에 이르러 들어올린 산이 선미봉이다.
선미봉에서 계속 북서로 이어지는 능선은 수리봉(1,019m)과 황정산(959.4m)을 일으키고, 빗재를 지나 도락산(964.4m)~덕절산(780m)~두악산(732m)을 일으키고는 여맥을 충주호에 모두 가라앉힌다.
선미봉 일원은 석화봉(834m), 올산(858m), 주치박골산(728m) 등 기암괴석군으로 뒤덮인 산들이 대흥사계곡 지계곡인 즉바위골, 흥부지골, 주치박골 등 아름다운 계곡들과 어우러져 비경지대를 이루는 곳이다.
산이름은 올산리에서 현재 최고령자로 60년간 살아온 정수봉옹(84)이 알려주었다. 옛날부터 주민들이 ‘착한 산’이라 불렀다는데, 이 산이 주민들에게 무엇을 안겨주었기에, 또는 무슨 연유로 그렇게 불러왔는지에 대한 내력은 알 길이 없다. 아무튼 정옹에 의하면 착할 선(善)자에 우리말인 ‘뫼’를 붙여 ‘선뫼’로 불리다가 왜정 때부터 ‘뫼’가 아름다울 ‘미(美)’자로 변해 선미봉이 됐다고 한다.
산행코스는 올산리에서 남쪽으로 약 4km 거리인 저수령 소백산관광목장에서 북서쪽 장구재~999m봉을 경유해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만 알려져 있다. 이 코스는 월간山 95년 4월호에 소개가 된 코스다.
새 코스는 대흥사계곡 중류부의 석화봉 산행기점인 즉바위골 초입에서 시작된다. 즉바위골 초입은 황정리에서 남쪽 대흥사계곡 안으로 약 6km, 올산리에서는 서쪽 대흥사계곡으로 약 2.5km 거리가 된다. 따라서 산행기점은 올산리로 잡는 것이 편하다.
올산리에서 서쪽 대흥사계곡 방면 내리막길로 약 20분 가면 도로 오른쪽으로 말머리바위가 있다. 올산(858m) 정상에서 뻗어내려온 지능선 끝머리로 마치 말이 대흥사계곡 물을 먹으려는 형상이다. 조각가가 일부러 조각해 놓은 듯 말머리 모양으로 이목구비가 뚜렷하다. 그러나 이 기암은 머지않아 도로확장공사로 사라질 운명에 놓여 있다.
말머리바위를 뒤로하고 기도원 앞을 지나 20분 가면 널찍한 주차장이 있는 즉바위골 입구 사방댐에 닿는다. 94년 여름 대홍수로 대흥사계곡 일원에서 대형 산사태가 발생한 이후에 만든 것이다.
사방댐 왼쪽으로 들어서는 즉바위골 계곡길로 들어가 15분 거리에 이르면 첫 합수점에 닿는다. 합수점을 뒤로하면 계곡은 크고 작은 돌멩이들로 메워져 너덜을 연상케 한다. 94년 대홍수 때 굴러내려온 돌멩이들이다. 합수점을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계류를 건너 퇴석지대를 오르내리거나 건너뛰고, 큰 돌 사이를 통과하며 20분 가량 올라가면 두번째 합수점이 나타난다. 여기서 오른쪽 지능선길은 석화봉으로 가는 길이다.
합수점에서 왼쪽 즉바위골 주계곡으로 들어가 7~8분 들어서면 왼쪽 흥부지골과 합수되는 세번째 합수점에 닿는다. 이 합수점에서 오른쪽 즉바위골 안으로 약 20m 들어선 다음, 왼쪽으로 계류를 건너 작은 둔덕 위로 올라서면 즉바위골 안으로 이어지는 오래된 산판길 흔적이 보인다. 산죽군락으로 거의 뒤덮여버린 산판길로 약 100m 들어선 곳에서 왼쪽 사면으로 약 50m가량 올라가면 흐릿한 지능선길이 나타난다.
이 지능선은 선미봉 정상에서 거의 북쪽으로 가지를 쳐 내려오는 능선이다. 왼쪽 흥부지골과 오른쪽 즉바위골 사이로 이어진 이 북릉은 빽빽한 잡목수림으로 뒤덮여 있다. 등산인들이 다닌 흔적이 전무한 상태인 잡목수림을 헤치며 15분 올라가면 사철진달래나무들이 나타난다. 사철진달래나무가 있는 곳부터 길 흔적이 점점 뚜렷해진다.
25분 가량 올라가면 소나무군락 사이로 하늘이 트이는 첫반째 전망장소인 공터가 나타난다. 공터에서는 북서쪽 즉바위골 건너로 석화봉과 황정산이 올려다 보인다. 10분 더 올라가면 오른쪽 즉바위골로부터 올라온 또 다른 지능선길과 만나는 삼거리에 닿는다. 삼거리에서 계속 북릉을 타고 7~8분 올라가면 왼쪽 흥부지골과 올산 뒤 멀리로 소백산이 조망되는 두번째 전망바위에 닿는다. 바위 위에 큰 고사목도 있다. 즉바위골 건너로 수리봉 정상과 상여바위, 신선봉도 시야에 들어온다. 북릉 위로는 돌출된 암봉 위로 선미봉 정상도 보인다.
두번째 전망바위를 내려서서 노송지대를 지나 15분 올라가면 암봉 아래에 닿는다. 여기서 암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해 10분 올라가면 노송이 있는 암봉 상단부에 닿는다. 여기서 20분 더 오르면 바위와 노송들이 어우러진 세번째 전망장소에 닿는다. 수리봉 능선 너머로 백두대간 상의 황장산이 멀리 대미산과 함께 조망된다. 북서쪽으로는 황정산 뒤로 도락산, 용두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황정산 오른쪽으로는 덕절산과 두악산, 그 뒤로 금수산도 눈에 와닿는다. 북으로는 깊고 길게 패어내린 대흥사계곡이 샅샅이 조망된다.
세번째 전망장소서부터 잡목을 뚫고 20분 더 올라가면 철쭉나무 군락으로 들어선다. 능선이 가팔라지면서 10분 더 올라가면 선미봉 북동릉에 닿는다. 북동릉에서 오른쪽 능선길로 4~5분 더 오르면 선미산 정상이다.
새 삼각점(단양 452·2003년 재설)이 있는 정상에서는 북동쪽에서 남쪽으로 돌아가며 조망이 시원하게 터진다. 소백산과 도솔봉이 하늘금을 이루고, 도솔봉에서 오른쪽으로는 백두대간을 끌고 나가는 시루봉~촛대봉~저수령과 함께 그 아래로 거대한 분지를 이룬 올산리가 조망된다. 남으로는 충북과 경북 경계를 이루는 진터계곡 건너로 멧고개~옥녀봉~문봉재를 떠받친 백두대간이 마주 보인다.
남동으로는 벌재와 황장산 너머로 문경 공덕산, 운달산이 멀리 백화산, 주흘산과 어우러져 대파노라마를 연출한다. 서쪽으로는 문수봉과 하설산 뒤로 월악산도 조망된다.
하산은 북동릉을 타고내리는 코스가 지름길이다. 본래 취재팀은 북동릉으로 약 500m 내려선 거리에서 북서쪽 728m봉(일명 주치박골산)으로 가지 친 지능선으로 하산할 계획이었다. 95년 3월에 시도했다가 적설량이 많아 실패했는데, 이번에는 북동릉 500m 거리에서 밀림을 이룬 잡목수림 때문에 또 찾지 못했다.
정상에서 북동릉으로 약 15분 내려서면 왼쪽 728m봉 지능선이 갈라지는 지점에 닿는다. 이곳에서 계속 북동릉으로 10분 가량 내려서면 바위지대 오른쪽으로 내려서면서 삼거리에 닿는다. 이 삼거리에서 왼쪽 오르막 사면길로 올라가 다시 북동릉을 타고 13분 내려서면 묵묘 1기가 나온다. 20분 더 가면 두번째 삼거리에 닿고, 왼쪽 낙엽송숲 방면 길로 35분 내려서면 대흥사계곡이 내려다보이는 넓은 배추밭에 닿는다.
배추밭을 내려서서 농로인 잠수교를 건너 기도원 방면으로 말머리바위가 보이는 자동차도로에 닿는다. 이곳에서 동쪽 올산리는 1.5km로 25분 거리이다. 건각인 경우에는 말머리바위~기도원~즉바위골 입구~대흥사지~원통암 입구를 지나 황정리까지 약 7km를 걸어나오는 것도 괜찮다.
올산리 매점 앞 버스정류소를 기점으로 말머리바위~기도원~석화봉 입구 사방댐~즉바위골~흥부지골 입구 합수점~북릉을 경유해 정상에 오른 다음, 북동릉~대흥사계곡 옆 넓은 배추밭~잠수교~말머리바위 동쪽 도로를 경유해 올산리 버스정류소에 이르는 산행거리는 약 11km로, 5시간 이상 소요된다.
◈ 교통
서울 동서울종합터미널(전철 2호선 강변역)에서 1일 12회(06:59~19:00) 운행하는 단양행 버스 이용. 요금 10,500원. 2시간30분 소요.
청주 여객터미널에서 1일 21회(06:41~16:57) 운행하는 충주 경유 단양행 버스 이용. 요금 11,300원. 3시간50분 소요.
충주 공용버스터미널에서 1일 18회(06:40~19:30) 운행하는 덕산~수산 경유 단양행 버스 이용. 요금 5,600원. 1시간30분 소요.
영남지방에서는 일단 대강에 이른 다음, 황정리 및 올산리행 버스로 갈아탄다.
열차편은 서울 청량리역에서 1일 9회(06:50, 09:00, 11:00, 13:00, 15:00, 16:00, 18:00, 21:00, 23:00) 운행하는 중앙선 이용, 신단양역에서 하차.
열차요금 청량리역~단양 새마을호 14,900원, 무궁화호 10,000원.
단양 시내버스터미널(043-422-2866·3214)에서 1일 10회(06:15, 08:05, 09:35, 11:30, 12:40, 13:45, 15:20, 16:30, 18:40, 19:20) 운행하는 신단양역~대강~사인암 경유 남조, 올산, 장정리행 시내버스 이용, 황정리 삼거리에서 하차. 요금 1,400원. 30분 소요. 상기 버스시각 중 06:15, 13:45, 16:30, 18:40 발 버스는 올산리까지 운행. 요금 2,050원. 40~50분 소요. 올산리에서 황정리~대강 경유 단양행 버스 1일 4회(06:50, 14:50, 17:40, 19:30) 운행.
산행시간을 당기거나 귀향시간을 맞추기 위해 단양이나 단양역, 또는 대강으로 급히 닿아야할 경우 단양 개인택시부(043-422-2382), 제일동굴택시(422-6666), 단양택시(423-7659·422-0412), 도성택시(421-2789), 팔경택시(422-0288) 등을 부른다.
귀경길은 단양역(043-422-7788)에서 1일 7회(03:40, 09:32, 11:18, 13:32, 15:48, 18:39, 20:34) 운행하는 서울 청량리행 열차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단양역에서 안동행 열차 1일 8회(00:04, 10:42, 11:43, 14:02, 16:12, 18:11, 18:38, 21:01) 운행.
♨ 숙식
단양읍내에 있는 단양관광호텔(043-7070), 이화파크텔(422-2080), 꿈의궁전(421-6116), 성수장(043-421-2345), 한미장(422-2846), 하나장(423-0201), 설악장(422-3640), 라크장(423-2525), 천일장(422-2416) 등 이용.
올산리에서는 버스종점 맞은편 올산매점(주인 김재준·043-422-1349)이 유일한 민박집이다. 작은 방 1실 20,000원, 40명이 잘 수 있는 큰 방 100,000원. 이 집에 미리 전화하면 된장찌개백반, 산채나물 백반(각 4,000원) 등 식사가 된다.
대강면 소재지인 장림 사거리(사인암 방면 들목) 북단에 자리한 장씨본가(주인 김영순·421-2929)에서 파는 왕대나무밥, 대나무돌솥밥(각 9,000원), 한방대나무삼계탕(8,000원) 등이 인기 있다.
장림 사거리에서 죽령 방면 주유소 안쪽에 자리한 사인암기사식당(주인 김미화·043-422-7366)의 청국장(5,000원)도 유명하다. 주인의 시어머니인 이원준(72) 여사가 30년째 내놓는 청국장 전문식당이다. 곱창전골(대 15,000원, 소 12,000원), 돌솥비빔밥, 제육볶음, 삼겹살(각 1인분 6,000원), 올갱이해장국, 김치찌개, 된장찌개, 버섯찌개, 육개장, 선지해장국(각 5,000원), 칡냉면(4,000원) 등도 판다.
/ 글·사진 박영래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