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해절승 변산] 제2일 세봉 산행·내소사·곰소염전 탐방

제2일   세봉 산행·내소사·곰소염전 탐방 후 궁항·왕포에서 1박

▲ 변산 남안의 광대한 개펄. 변산반도에서는 빙 둘러 사방에서 이런 개펄을 구경할 수 있다.

둘째 날인 토요일엔 아침 일찍 산행을 서두른다. 만약 첫날 격포 해넘이를 못 보았다면 더더욱 그렇다. 세봉 산행엔 5~6시간 걸린다. 그러므로 아침 7시경 산행을 시작해야 내소사 구경도 하고 노을도 여유로이 볼 수 있다.
만약 전날 채석강 노을을 보았다면 이 날은 해넘이가 뵈는, 궁항에서 왕포 마을에 이르기까지의 변산 남서 해안가 숙소에 일찌감치 들어 분위기를 잡아본다. 아침 일출 풍경까지 즐기려면 왕포장모텔, 작당21 등의 업소가 적격이다.

곰소 염전
수십 개 거울 조각 잇댄 듯 찬란
과거 곰소만은 전체가 염전이다시피 했지만 이제는 거의 매립되고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그 얼마 남지 않은 염전도 도시민에겐 아직 광대한 벌판이다. 곰소항이 있는 진서면 소재지에서 부안쪽으로 가노라면 왼쪽으로 널찍한 염전이 뵌다. 염전마을이란 돌표지판이 도로변에 서 있다.
염전 옆에 즐비한 움막 같은 것은 소금막이기도 하고, 어떤 것은 주민의 집이기도 하다. 수십 개 거울 조각을 잇댄 듯한 찬란함, 반장, 염부장, 보조원, 특임시, 임시 등의 일꾼들이 소금을 가래질로 모으거나 수차로 물을 넣었다 뺐다 하는 풍경은 한여름에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유천도요
고려청자 그대로 재현해내는 이은규씨의 가마
고려청자 재현 기술로 올 9월 전북 무형문화재 제29호 사기장 보유자로 인정된 이은규씨가 연일 자기를 빚어내는 곳이다. 변산반도 남동쪽, 30번 국도와 23번 국도가 만나는 삼거리 근처의 유천리에 도자기공장이 있는데, 예부터 이곳 유천리는 도요지로 유명했다.
이씨는 1톤 태워야 고작 12kg 나오는 느릅나무 이파리 유약을 쓴다. 옛 고려청자와 비교해보면 그 문양이나 색상이 똑 같다. 유천도요를 보고 나면 요즈음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데서 파는 파르스름한 청자의 색감이 얼마나 얄팍하고 가벼운 것인지 단박에 알게 될 것이다. 40cm 화병 50만~100만원, 다기 세트 8만~10만원. 전화 063-583-1905.

궁항 이순신 세트장
해변가 소규모 촬영장이 외려 볼만
거의 모든 드라마나 영화 촬영장이 그렇듯 이곳 부안의 드라마 이순신 세트장도 촬영이 끝나고 나서 몇 해 가지 않아 곳곳이 짜부라들고 뒤틀릴 것이 분명한 일회성 건축물들이다.  옛것의 흉내를 낸다고 했으되 단순히 먹칠을 한 판자대기로 벽을 하고, 주춧돌의 수평이 맞지 않으면 콘크리트를 일시 땜방으로 한 겹 깔기도 한 날림 건물들에 불과하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여행사들이 어떻게 과장해 모객했는지 연일 세트장으로 관광버스들이 모여들고 있다. 물론 보고들 나서는 십중팔구 실망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궁금해서라면 모르겠거니와 기대에 차서 가볼 곳은 결코 아님을 일러둔다. 변산 북쪽 해안가나 위도 논금 해변에처럼 자그마하게 옛 분위기가 나게 초가집 같은 것을 지어둔 간단한 세트장 분위기가 오히려 더 낫다.

▲ 썰물 때면 연륙되는 궁항의 개섬. 차를 끌고 들어갈 수 있다.

파도소리펜션  변산반도 서쪽 채석강 남쪽의 궁항 마을 주변은 여러 동의 멋진 펜션들이 서 있다. 현재 이순신 세트장이 서서 주말이면 북새통인 곳이기도 한데, 이순신 세트장이 서기 전 펜션들이 먼저 자리잡았다.
격포항을 나서서 남쪽으로 얼마 내려가지 않아 이순신 세트장 가는 길목임을 알리는 팻말이 선 샛길로 접어들어 1km 가서 둔덕을 넘으면 곧 세트장 주차장이다. 이 주차장을 지나 찻길을 따라 들어가다가 왼쪽 아래 샛길로 내려가면 우선 파도소리 펜션이 있다(063-581-7979). 조망좋은 서향 집이며 통유리창에 작은 베란다도 냈다.

해넘이축제 펜션  파도소리펜션 아래로 좀 더 가면 해넘이축제 펜션이 둔덕 위에 서 있다. 전국의 해안가 펜션을 통틀어서도 이만한 조망이 있을까 싶게 방에서의 조망이 기막힌 펜션이다(063-582-0405). 10평형 주중 5만원, 주말 7만원.
세트장 주차장 바로 위에도 궁항좌수영휴게소 펜션이란 업소가 있으나 주말엔 너무도 번잡스러워 별로 권할 만하지 못하다.

모텔 피아노·첼로  세트장 주차장 옆을 지나 해안가로 내려가면 모텔 피아노·첼로가 있다. 해변가 조망 좋은 곳에 두 동의 건물 모두 똑같은 모양으로 지었다. 조용하고, 경치 좋은 바닷가 풍경이 창 가득 들어차는 멋진 갈색톤의 방을 가졌다. 1층에 야외카페 같은 취사장도 꾸몄다. 작은 방은 주중 40,000원, 주말 60,000원, 큰방은 주중 60,000원 주말 80,000원. 24실 전체가 바다조망이 좋다. www.pianomotel.co.kr. 전화 063-584-5847.
모텔 피아노 남쪽에는 개섬이란 작은 섬이 있는데, 이 섬까지 썰물 때면 연륙이 되어 차들이 들어가기도 한다. 풍원횟집 앞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곧 개섬이다.

▲ 내변산의 모든 물이 모여 빠져나가는 곳인 해창 개펄의 아낙네.

전망좋은방 모텔  격포에서 30번 국도로 빠져나가 내소사쪽으로 7km쯤 달리면 도로 오른쪽의 ‘전망좋은집’이라는 노변 음식점 아래로 ‘전망좋은방 모텔’이 자리잡고 있다. 시설이 다소 떨어지지만 깨끗하고 진정 전망 좋은 집이다(063-582-8771). 거기서 100m 더 간 도로변 둔덕에 선 모항비치 또한 전망이 기막힌 모텔이다(063-583-5545).

왕포리조텔  가격 대비 조망과 시설 등으로 이만한 데가 드물다. 변산반도 남쪽 진서면 운호리 ‘빛이 있는 마을’ 왕포 마을 해안가에 자리 잡은 한편 물 빠지면 개펄이 되는 남쪽 바다를 향해 통유리창을 댔다. 찬란한 일출도 볼 수 있으며, 작은 식탁을 창가로 두었다. 아침이면 워낙 밝아 두터운 커튼을 달았다. 주중 30,000원, 주말 40,000~50,000원. 전화 063-582-3812.

운호장모텔  운호리 도로변 둔덕 위에 선 깨끗한 모텔이다. 바다가 조금 덜 보인다는 점에서 변산에서는 B급이지만, 타지 같으면 A급 대접을 받아 마땅할 조망과 시설을 가졌다. 063-582-5290.

신사와 호박  이 집 안주인 이종순씨는 스스로를 호박이라 부른다. 퉁퉁한 호박 같은 얼굴이어서 호박이려니 싶지만, 음식마다 호박을 넣지 않은 것이 없어 호박이기도 하고, 단골 손님들은 보석 호박(琥珀)처럼 소중한 존재란 의미다.
호박보다는 특허를 받았다는 솔잎간장이 맛의 비결. 그 외 솔잎돌솥별미밥에 안주인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직접 뜯어와 갈무리해둔 나물 반찬들과 토속 된장찌개 등을 곁들인 백반은 그 담백한 맛으로 전국에 팬을 두었다. 솔의 떫은 맛을 제거하고, 7가지 약초와 더불어 발효시켜 만든 해월송주, 생솔잎 주스 등도 맛이 뛰어나다. 민박도 된다. 내소사주유소 건너편으로 진입로가 있다. 063-581-6840.
곰소에는 수많은 젓갈집이 있는데, 호박 여사가 추천하는 업소는 내고향젓갈(063-581-7359)과 어민후계자젓갈(581-5116)이다.

작당21  곰소에서 내소사 들머리를 지나 격포쪽으로 7km 달리면 진서면 운호리 도로 위쪽으로 작당(作黨)21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어감의 카페가 있다. 사장 유재길씨 말이, 원래 이곳 마을 이름이 까치 작(鵲)자를 쓴 작당인데, 손님들이나 재주 좋은 친구들과 간혹 판 벌려 놀아보기도 하면서 재미있게 살자는 뜻으로 그렇게 패거리를 짓는다는 뜻의 한자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바다가 뵈는 카페 분위기도 좋지만, 그 뒤의 통나무집이 기막히다. 대형 통유리로 벽을 했으며 페치카, 음향기기 시설 등 온갖 정성을 들여 실내를 꾸민 고급 별장 분위기를 낸 숙소로, 10명 많게는 20명까지 묵을 수 있는 이곳을 놀랍게도 15만원만 받는다. 이만한 시설에 이만한 요금은 거의 없다. 063-583-8039.

싱싱수산  곰소항에는 수많은 횟집이 밀집해 있는데, 산악인 진재창-박정순 부부가 운영하는 싱싱수산이 다른 집들에 비해 비교적 푸짐하다. 전화 063-581-4801.